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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inking song 과 맥주 이야기 본문
Drinking song과 맥주 이야기
봄비가 흠뻑 내린뒤 황사가 온 천지에 쏟아져 대지에 일렁이는 어스름한 저녁 무렵! "황태자의 첫사랑"이라는 영화에서 "마리오 란자"가 부르던" Drinking song"의 왁자한 분위기가 라디오를 타고 흐른다.
" Drinking song"은 성가대 단장이었던" k "형이 그렇게 멋지게 불렀다고 도화동에 전설처럼 흘러 내렸다.도대체 얼마나 잘 불렀기에 전설까지 되었을까 궁금하여 술좌석마다 쫓아다니며 불콰하게 분위기가 오를 무렵이면 넌지시 "k" 형에게 부르길 청해 봤는데, 그때마다 어색함에 늘 빼기만 하던 형님이 오래전 어느 날! 박문 삼거리의 노상 주점에서 상당량의 술을 마시고는 본인의 흥에 취해 한 차례 노래를 들려주었는데 그 짧은 순간 "마리오 란자"의 드라마틱함을 떠 올리면서 온 몸에 돋는 소름을 손으로 어루만지며 과연 전설이 허언이 아님을 느낄 수 있었다.
십여 년 전 "하이델 베르그" 고성이 올려다 보이는 대학가의 조그만 광장 귀퉁이에 있는 맥주 집 " 춤 오튼 옥슨" (Zum Roten Ochsen)에서 황태자가 신고식을 하며 맥주를 마시고 친구들과 "드링크 송"을 부르던 바로 그 자리에 앉아 그 분위기를 느껴 볼 기회가 있었는데, 일행을 떠나 잠시 홀로 그 가게를 찾아갔다는 사실과 그곳에 앉아 있다는 것만으로도 은밀한 감흥을 느낄 수 있었다. 환한 대낮이지만 약간 어둑한 분위기가 흐르고 바텐더에게서 받아 든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는데, 생맥주잔에 정지된 채 흐르던 한 줄기 햇빛을 바라보며 그윽하게 내밀한 고독을 느끼던 그 장면이 추억이 되어 지금 눈앞에 주마등처럼 흐른다. 더불어 그 공간에서 맛보았던 생맥주의 깊고 풍부하며 알싸한 맛은 이전과 이후에도 느껴볼 수가 없었다.
그 시점에 런던의 신도시 한 구석에 있던 pub 에서 또 다른 생맥주의 쌉싸름하고 그윽한 맛을 느낄 기회가 있었는데, 독일에서 맛보았던 여러 종류의 맥주와는 또 다른 맛임을 알 수 있었다. 맥주는 호프와 맥아가 잘 조화되어 풍미와 쓴맛을 낸다고 하는데 조화로운 맥주 맛을 내려면 호프의 비율이 좀 더 높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잘못 아는 상식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맥주는 호프는 거의 안 쓰고 다량의 맥아로만 만들어 다른 나라의 맥주처럼 탁 쏘는 쌉쌀한 맛을 내기 힘들다 하니 그 얘기가 사실이라면 흔히 먹는 맥주마저도 입맛대로 골라 먹지 못하는 우리네 민초의 억울함을 어디에서 풀 수 있으랴!
사실 맥주의 제맛은 생맥주가 아닐까 싶다. 다른 음식들과 마찬가지로 갓 구운 빵에서 풍기는 구수한 냄새가 식욕을 자극하고, 가마솥에서 금방 퍼 내온 김이 모락모락나는 뜨거운 콩밥이 식욕을 돋우듯이 무릇 모든 음식물들은 갓 내온 살아있는 상태의 것이라야 그 제 맛을 느낄 수 있는 게 당연하겠다.
오래전 이천에 있는 맥주공장에 두 어번 방문하여 그곳에서 제공한 갓 내온 생맥주와 병맥주를 시음한 적이 있었는데 그 알싸한 생맥주의 맛에 흠뻑 빠져 한 동안 호프집만 돌아다닌 적이 있었다. 이후에는 어느 곳에서도 공장에서 금방 제조해 내온 그 맛을 느껴 보기는 힘들었다. 우리도 독일처럼 동네 맥주집에서 생맥주를 제조해 집집마다 특색 있는 생맥주로 입안의 품격을 높이면서 하루의 일과를 풀어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알딸딸한 희망을 가져본다..
80년 전후로 동인천과 신포동 육교 아래에 "생맥주 시음장"이 생겼다. 사실 그 당시에야 병맥주와 생맥주의 구분도 모르고 그냥 맥주려니 하며 마셨는데 조금 시간이 지난 후 "생맥주 시음장"은 대형 호프집으로 변모하기 시작하여. 동인천에 "마음과 마음" “오라 오라" "카네기"등이 생기게 된 직접적인 역할을 하였다. 물론 "화백 회관"이나 “로젠 켈라" 같은 고급 홀에서도 그 맛을 볼 수 있었지만 그 품위가 다름은 아는 이들은 다 알 것이다. 지금은 그 옛날의 화려함과 흥청거림은 사라지고 "마음과 마음"만이 살아남아 명맥을 잇고 있다. 얼마 전 그곳 사장님이 요즘 트렌드인 "7080 라이브홀”로 리모델링하여 재개업한다 하니 변모된 모습을 기대해 봐야겠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맥주이야기나 주절댈 입장이 아님은 스스로 잘 안다. 소갈병으로 인해 술을 마시면 안 되는 몸뚱이를 가졌으면서도, 아내의 걱정을 아랑곳 않고 술을 즐기는 내 마음이 편하지 않다. 마음으로는 수 백번 금주도 하고 절주도 하지만 형님들과 친구들의 은근한 소살거림에 금방 귀가 얇아지고 입맛을 다시는 입장이니 다만 조금이라도 오래 그 맛을 즐기고 싶으면 열심히 산도 오르고 뜀박질도 해야 하는데 오늘도 발걸음은 방구석으로만 향하고 코끝에는 구수한 누룩의 향이 감돌고 있으니 그저 내 그 의지박약을 아파할 따름이다..
2011 - 5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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