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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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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동인천역 북광장 통영 굴밥집에서

김현관- 그루터기 2023. 1. 11. 01:27

동인천역 북광장 통영 굴밥집에서

어느 날 문득 차창을 스치며 눈에 들어오는 낯 선 간판 하나 보인다. 동인천 북광장 한편에 언제 생겼는지 깔끔한 국밥집이 들어선 것이 퇴근길 출출한 속에 잠들어 있던 회를 동하게 유혹하고 있다.

지난번 가을여행 중에 남수, 은찬이와 함께 장승포에서 먹었던 향긋한 바다내음을 한 몸에 그득 담은 굴국밥의 시원한 맛에 반한 터라, 며칠을 동동거리다 , 아내를 꼬드겨 통영에서 천리나 떨어진 인천으로 자리를 옮겨 온 굴국밥을 다시 만났다.

밥상 위에 놓인 뜨끈한 국밥을 목구멍으로 스르르 넘겨 보니, 그윽한 굴의 풍미가 콧속을 감돌며 마음까지 굴 향으로 넉넉해진다. 때 이른 시간인데도 여기저기 굴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본 적도 없는 그들에게 새삼스레 친밀감이 드는 이 조화 속을 무어라 표현할까나..

내 눈 앞에서 다소곳 앉아 굴밥을 먹는 아내에게는 미안하지만 김 펄펄 나는 이런 따끈한 국밥은 그저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친구와 함께 따스한 정을 나누며 소주 한 잔 하는 게 제 격이 아닌가 싶다. 갑갑한 세상살이에 시류를 통하며 건네는 속 시원한 한마디 말에 서로 위로와 사랑을 나누며 움츠린 날개 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국밥을 먹으며 사는 게 뜨끈하다는 생각과 세상의 다정함을 느낀다는 "국밥집에서"라는 시가 떠 오른다. 그 시를 쓴 시인의 눈앞에 내가 있어 그와 삶을 한 잔 나누고 싶다. 국밥의  따스함이  가슴에 그윽하게 차 오르는 느낌이 든 게 불과 며칠 전인데 이리 굴 향이 자꾸 나를 당기는구나.

오늘은 세상을 불편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돌보며 희망을 나눠 주는 후배를 불러  안달하는 내 입속을 호강시켜 줄까 한다. 전화를 걸고 나자 내 마음은 이미 굴밥 집 테이블에 앉아  굴 향기 폴폴 일렁이는 부엌을 바라보고 있다..

2011 - 12 -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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