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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삐리 칠 형제 본문
삐리 칠 형제
올해 처음 불어 온 황사로 인해 늘 푸르던 청량산 자락이 뿌옇게 얼룩졌다. 봄이 오는 길의 불청객은 어김없이 제 몫을 챙기며 나태한 마음에 경종을 울린다. 휴일을 맞아 잠시 여유가 생기는 바람에 그간 만남이 뜸했던 후배를 불러 세상과 관계의 소중함에 대한 정담을 나누며 점심을 먹는데 전화가 울린다.
"친구야! 내 어머니께서 오늘 돌아가셨다. 동창들에게 연락 좀 해주려무나.." 며칠 새 세 번의 부고다. 환절기가 되어 적응력이 떨어지는 노인분들께서 기력을 놓는 모습을 보자니, 세월이 주는 무게가 새삼스럽게 마음을 휘저으며 다가온다. 병원 영안실은 사람들로 복작거린다
입구에서 영식이가 영접을 하는데 무거운 얼굴이 아니라 다행이다. 어머니께서 졸수를 지나 백수를 바라보시는 중이라 다소 슬픔이 옅어진 때문이겠다. 혼자만의 생각일까? 얼마 전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 "를 보고 나서부터는 호상이라는 말을 하기가 두려워졌다. 잘 죽었다는 말이 어디 있냐며 호통을 치던 극 중 김 만복 할아버지의 절규가 가슴에 깊이 각인된 탓인가 보다.
"하나. 둘.... 일곱....!" 8개 분향실 중에 7개 분향실이 사용 중이다. 나도 참.. 간혹 삶이 무거울 때 어지러운 마음을 안정시키느라 숫자를 헤며 순간적인 안정을 추구하는 아내에게서 무의식적으로 전수받은 나만의 방식이다. 분향을 하고 영식의 안내를 받아 친구들이 있는 곳으로 가니, 경조사 때면 빠짐없이 보이는 동창들의 모습이 반갑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으려는데 낯선이 하나가 어깨를 툭 치며 " 나 모르냐!" 한다.
"으~응.. 아~용우..? 아니, 형근이구나 송 형근이.. 그래 이게 얼마만이냐.. 반갑다.. 그런데 다른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 아~그 친구들~" 말끝이 흐려진다. " 그래 삐리 칠 형제 말이다."
당연히 7명이 와서 복닥이고 있어야 할 친구들이 안 보이니 이상스럽다. 그도 그럴 것이 학창 시절부터 졸업한 후에까지 녀석들의 우정이 너무도 끈끈하여 우리들에게 부러움과 질시를 준 탓이라 오늘 같은 날 한 녀석만 덩그러니 앉아 뚝 떨어져 보이는 낯 선 풍경이 언뜻 마음에 다가오지 않아서일 게다.
"아~ 그게 말이지..."
녀석의 망설임에서 설핏 깊은 자괴감이 보인다. "그만둬라.. 일전에 기경이 아들 결혼식에서 영식이에게 얼추 들었다.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너희들이 모두 와서 도와줘야 되는 게 아니냐? 그간의 우정이 이렇게 간간해서야 어디 왕년의 " 삐리 칠 형제"라 할 수 있겠나?"
학창 시절 우리 반에는 독특하게 자기들만의 세계를 이루며 지내던 "삐리 칠 형제"라는 친구들이 있었다. 유토피아를 향해 똬리처럼 돌돌 뭉쳐 지내다 보니 자연스레 다른 친구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고, 그 부분만 해도 이미 급우들의 빈정을 사는데 모자람이 없었는데, 기분 나쁘게도 하나같이 키가 크고 심성까지 고와, 은연중에 시기와 부러움을 담아 언젠가부터 그네들을 향해 "삐리 칠 형제"라는 별명을 부르며 지내게 되었다.
이 친구들은 졸업 후에도 자기들끼리 견고한 우정을 다지며 지내느라 다른 동창들과는 별 교우가 없어, 지금도 만나면 그네들의 행보가 화제가 되었는데 얼마 전 기경이 아들 결혼식에 참석한 영식으로부터 몇 년간 소원하게 지낸다는 말을 듣고,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라며 대수롭지 않게 넘기며 내친김에 학창 시절 그네들 한 명 한 명과 얽혔던 인연을 되새겨 잠시 추억에 젖어 보았었다.
함께 인천에서 통학을 하던 석균이와, 노조 담당 시 인천 조선에 근무하던 광식이와의 만남도 생각나고, 폭우 쏟아지는 여의도 광장을 우산도 없이 걸으며 미래의 청사진을 얘기하던 용우도 그렇고, 초등학교 동창인 기원이야 말할 나위 없으며, 목동 촌구석에 초청가수로 기배와 함께 문학의 밤에 초대를 해 준 영식이와의 추억까지 아련하다.
그렇게 영원한 우정으로 갈 것 같던 삐리 칠 형제 중 한 멤버가 상주가 되었는데 고작 한 명밖에 참석하지 않은 현실을 바라보면서 그네들을 향해 가졌던 감정들에 그만 균열이 가고 있음을 느꼈다. 그래도 홀로 참석하여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는 친구를 앞에 놓고 그런 감정을 내 보이기 부담 스러 얼른 말머리를 돌리고는 식장 밖으로 나와 머리를 식히며 삼십여 년의 세월을 찬찬히 되돌아보니 다사다난했던 동창들 삶의 변화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간다.
대부분 각자의 삶에서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며 평범한 삶을 일구며 지나온데 비해 개중에 사회생활에 일찍 적응하여 자신감을 내어 보이는 친구들도 있고, 차근차근 자기만의 걸음으로 늦게나마 일가를 이룬 친구들도 있었다. 이런 친구들이야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지내면 되겠지만, 삶의 어느 순간 어려움을 겪기 시작하면서 지금도 피곤한 삶을 사는 친구들과 아예 소식을 끊고 사는 친구들이 있어 삶의 변두리로 밀려 나갈 시점에 그들이 살아갈 모습들이 눈에 밟힌다.
힘들고 어려운 다른 친구들은 다른 기회에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진심을 담아 " 삐리 칠 형제"들에게 이런 부탁의 말을 해 주고 싶다.
"친구들아! 잠시의 소원함은 그간의 우정에 비하면 백구과극[⽩駒過隙]이라 할 수 있으니 부디 예전의 그 견고한 마음들이 하늘까지 이어지길 바란다. 친구가 애꾸라면 나는 친구의 옆얼굴을 볼 것이라는 슈베르트의 말처럼 친구의 아픔을 감싸고 좋은 면을 보는 것이 참 친구라 할 수 있지 않을까?."삐리 칠 형제"가 다시 옛 모습을 보여야 다른 친구들이 부러워하고 샘도 내면서 또 다른 우정으로 재미있는 한 세월 보내지 않을까 싶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게 남은 우리들의 삶을 알토란처럼 가꾸며 살아가면 정밀 좋겠다..." 라틴어에 이런 단어가 있단다. [" novum principium! -노붐 프린 시 피움-새로운 시작 "]이라는 단어인데 친구들아! 부디 새로운 시작으로 영원한 우정을 가꿔 나가길 진심으로 바란다...
2012 - 3 - 29
# 아래는 이 글에 대한 영식이의 답글..
ㅎㅎㅎ
아래 사진 몇 학년 때 무슨 용도로 찍은 거지? 셈 성함은?
정말 우리 친구들 너무 예뻤었구나.... ^^
새삼 병택이가 보고 싶네...
형님 같이 넉넉한 그리고 영어를 잘했던...
만원 버스에서 여고생 거기 만지기... 용산 여자들과의 섹스 경험담 이야기하던 모습이 생생 ㅋㅋ
삐리들의 고교시절은....
너무 슬펐고, 우울했고, 현실에 분노했고, 벌건 대낮에 고교생이 집에 가는 게 부끄러웠으며 그래서 용우네 골방으로, 성범이네 건넌방으로 라면 과자 4홉들이 소주를 바가지에 부어 돌려 가며 마시고, 노래하고, 시랑 수필 쓰고... 문집 만들고... 용우는 노래와 그림, 성범이는 시와 팝송, 광식이는 착하면서 예의 바르고, 형근이는 좀 얼 띠지만 순수 석균이는 역사에 능했고,
기원이는 귀공자에 정의파, 중기는 투병하면서도 개그 멘 저리 가라 하게 웃기고 난 죽음에 이르는 키에르케골과 염세적인 쇼펜 하우어를 논하던 비관론자ㅠㅜ
졸업 후엔 각자의 길로 흩어졌지...
광식이는 기공으로, 석균이는 홍대, 중기는 공주교대로(나더러 같이 가자고 엄청 졸라댔는데....) 나와 용우는 신구전문으로, 성범이는 방통대로, 기원이와 형근이는 4년제 고집하며 재수 삼수
근황은....
용우는 알 테고, 광식인 조선분야 공조 설계 전문가, 성범이는 목사이자 히브리어(라틴어가 아니야) 교 수래...(성범이는 나한테 자기가 목사이며 교수라고 말한 적 없어.... 용우와 중기가 그렇다 하니 그런가 하지^^) 형근이는 언제부터인가 뻥이 세졌단 느낌, 석균인 대일고 역사 선생, 중기는 만년 교무주임, 기원인 동국대 나와 몇 군데 전전하다 항공대 교직원으로 2년 전인가 신촌에서 만나 소주 한잔(기원인 나하고만 연락 중. 이번엔 부고 안 함)
용우는 낮에 다녀 갔고, 석균(고3 담임)이는 11시 넘어, 형근이와 중기는 봤을 테고, 성범이는 대구에서 종교 관련 집회 참석 중 광식이는 글쎄...(난 그의 동생은 물론이고 심지어 처제 결혼식까지 갔었는데 조의금만 송부한 건 좀) 기원이는 연락 부재
삐리들은 90 하반까진 가족동반 자주 모여 잠자며 놀고 여행도 즐겼었는데 요즘은 연말에 부부동반 식사 정도지...
현관아 정말 고맙고, 조용히 우리 모임 하는 친구들과 설렁탕 한 그릇 앞에 두고서도 몇 시간이나 즐겁게 담소하며 늙어가고 싶다.... 그 중심에 네가 있어주었음 해~ ^^
추신:
1. 첨부 사진 확대/선명하게 해서 보내 줄 수 있니? 난 그거 없거든
2. 네 아들이 카이스트 금융대학원에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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