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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춘천 가는 길 본문
춘천 가는 길
춘천행 ITX-2000 청춘 열차의 부드러운 웅웅 거림이 귓전을 나른하게 스치며 용산역을 출발한다. 어느새 서울 시계를 벗어 난 차창밖에는 절정에 이른 창밖의 봄기운이 슬그머니 가슴에 와닿는다. 모처럼 함께하는 나들이라 아내는 연신 싱긋거리며 나직이 콧노래까지 흥얼거린다. 어릴 적 소풍 가기 전 날 들뜬 아이처럼 엊저녁엔 잠도 안 자고 집안을 치우며 빨래를 하는 등 정신없이 분주하더니 열차가 떠나자 그제사 마음에 여유가 도는 모양이다.
창숙 이모님을 뵌 지 벌써 십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공직 생활 초기에 사회정화위원으로 활동하시며 친절하게 대해 주시는게 너무 고마웠는데 어느 해 지역단체장 연수원에서 만나 서로 성당에 다니는 것을 알게 된 계기로 이모와 조카관계를 맺으며 살갑게 지내게 되었다.
이모님은 성정이 곧고 야무지긴 했지만 사람을 너무 잘 믿어 결국 가까운이들에게 커다란 아픔들을 겪으며 질곡의 세월을 지내다 어느 날 홀연히 인천을 떠났다.소식을 모르며 지내는 동안 간혹 앨범에서 환하게 웃고 계신 모습을 바라보며 추억을 되새기곤 했는데, 서로 만날 때가 되었는지 얼마 전, 이모님을 알고 계시던 지인을 우연히 만나 춘천에 사신다는 소식을 듣게 되어 뵈러 가는 길이다.
용산을 출발한지 한 시간쯤 지나자 벌써 재즈공연으로 유명해진 가평의 자라섬을 훌쩍 지난다. 잠시 전 청평을 지나는 동안에 아내는 여고시절 두 친구와 함께 이곳에서 캠핑을 하던 감회를 떠 올리며 추억에 잠긴다. 70년대의 경춘선은 아내를 비롯한 많은 청춘들에게 아늑한 추억을 아로새기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해 주던 곳이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을 춰 봐도 가슴에는 하나 가득 슬픔뿐이네" 라던 "송 창식" 이 부른 "고래사냥" 의 노래가사처럼 그 시절의 청춘들은 가슴에 응어리들이 참 많았다.어디 청춘의 응어리가 그 때 뿐이랴마는 우리의 그 시절은 세상을 향한 메아리 없는 공허한 외침에 아파도 하고, 기나 긴 어둠에 좌절도 했다.
그러나 그 하루가 지나면 떠오를 해를 찾아, 그렇게 경춘선을 타고 중앙선을 오르며 동쪽으로 동쪽으로 가슴을 풀어 헤치며 달리던 시린 청춘들이었다. 그래서 더욱 그 시절 그 가슴속에 담긴 열정과 포효가 그리워진다.
창 밖의 눈에 익은 장면이 흐를때마다 한 여름날, 젊음이 가득 찬 통일호의 한 귀퉁이에서 어느샌가 끊어진 줄 없는기타를 두들기며 합창을 하는 모습들이 보이고, 첫눈 오던 날 차창밖의 눈꽃을 바라보면서 소리 죽여 도란거리던 연인들의 달콤한 그 향기도 코끝을 스쳐 흐른다.
어떤 연유가 되었건 춘천을 떠올리다 보면 학창시절 두열이의 소개로 만난 정 모양과 공지천변에서 문학을 토로하며 시인이 된 듯한 착각 속에 빠졌던 철부지 시절과, 첫사랑과의 애틋한 추억이 녹아 있어 그 살가운 정이 더 풋풋하니 살아나며 강촌에서의 낭만과 시절을 노래하던 친구들과 청룡사의 구룡폭포 아래에서 담뿍하니 의를 나누던 선배들이 그려진다.
아내와 처음 갔던 청평사에서 결혼을 기원하던 기억도 삼삼한데,결혼10주년 기념 남한일주 여행길에 소양강가의 어느 횟집에서 파득이던 빙어 때문에 아내의 눈같이 하얀 블라우스에 바알간 초장 한 방울이 튀어 당황하던 옛 추억도 아스라하다. 이렇게 꿈처럼 옛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흐르다 보니 오늘 이모님을 만나러 가는 설렘의 감정과 하나 되어 그리움으로 다가온다.
"청평 지나면 전화하렴.." 정을 한가득 담은 이모님 음성이 들려온다. "여기 가평인데 곧 도착할꺼예요.."
이모님은 벌써 춘천역에서 우리를 맞이할 채비를 하고 계시겠지. 내 손을 꼬옥 그러잡고 오래 헤어졌다 만난 피붙이 맞이하듯 눈시울 적실 이모님의 모습을 그려보니 벌써 가슴 한편이 잔잔하게 저려온다.
2012.4.27 - 그루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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