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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봉환이를 기다리며 본문

친구들이야기

봉환이를 기다리며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9. 16:07

봉환이를 기다리며

일 년째 연락이 안 되는 친구가 있다. 성품이 매우 강직하면서,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친화력이 좋은 친구인데, 주위와 연락을 끊고 도통 모습을 비추질 않고 있어 그를 아는 모든 이들에게 애태움을 주고 있다. 진즉부터 소문으로 들리는 얘기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지마는 본인이 연락을 전혀 하질 않고 있는 형국이라 무어라 예단하기도 어렵다. 연락해도 받지 않는 그의 전화는, 메시지만 되돌아오지 않는 것을 보면 아직은 친구들과 소통하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 같아 그냥 그냥 지내고 말았다.

그러나 해 바뀐 오늘! 안부 메시지를 보내며 문득 내가 과연 친구가 맞는가! 하는 자괴감이 퍼뜩 들었다. 메시지는 받으니 친구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 봐야지 하는 생각이 이제야 드는 것이 과연 친구일까!  아, 못났다. 정말 사람이 왜 이다지도 야멸차다는 말인가, 근 일 년간 친구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 속앓이를 하고 있을 텐데 친구라는 자가 “이 친구는 원래 강하니까! 곧 훌훌 털고 연락하겠지!" 하면서 스스로 일어나 세상과 다시 소통하러 나올 때만을 기다리고 있었단 말이다. 이러면서 친구라 할 수 있단 말이냐!

이러다 어느 날 불쑥 "친구야 술 한잔 하자"며 연락을 해 온다면 무슨 낯으로 그 친구를 대면한단 말인가! 정말 사람이 무심해도 이렇게까지 무심할 수 있는지 스스로 생각해 봐도 답이 없을 따름이다. 이십 년 친구를 흘대하는 나는 친구를 볼 자격이 없다. 다시 그 친구를 보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그 친구를 다시 보매 환하게 웃으며 다독여 주고 쓰디쓴 소주 한 잔이라도 달게 마시며 인생을 논 할 수 있으려면 마음에 우러나는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

이런 맘을 먹고 보니 참으로 시간의 다급함을 새로 느낀다. 내일이라도 아니 지금이라도 그 친구가 나의 메시지를 보고 연락을 취한다면 나는 그에게 얼굴 들어 볼 낯이 없을 터이다. 과연 무엇을 한다는 말인가? 그 친구를 위해 어떤 마음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말인가?

우선 친구를 곰곰 생각해 보았다.
그 친구는 내가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항상 옆에 있었다.
그 친구는 술 한잔 마실 때 늘 옆에서 나를 챙겨 주었다.
그 친구는 몸이 아플 때 연락도 안 하였는데 내 병실까지 찾아와 맛있는 음식을 챙겨 주었다.
그 친구는 예전부터 늘 나와의 대화 상대이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그 친구는 즐거움을 함께 느꼈으며 작은 보답도 크게 받을 줄 알았다.
그 친구는 돈에 곤경을 받고 있는 내 모습을 보고 수시로 해결해 주었다.
그 친구는 모든 것을 내게 베풀면서도 늘 웃음을 잃지 않았다.

내 친구가 나를 위해 해 온 모든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니 나는 그에게 나눈 것도 없이 너무도 많은 빚만을 지고 있었다. 그런데 정작 나를 위해 이 많은 것을 베풀어 준 친구가 어려움에 처해 있는데 나는 그에게 아무것도 못해주고 있다. 옆에서 즐겁건 슬프건 대화도 하고 웃음도 아픔도 함께 할 친구가 필요할 때인데, 지금 나는 친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도, 아무런 행동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고작 메시지나 보내줄 수밖에 없으니 너무 가슴 시리다. 그래도 우선은 연락이 닿을 때까지라도 희망을 줄 수 있는 메시지라도 수시로 보내 주어야겠다. 친구에게 받은 빚을 갚아 나가는 첫 번째 길은 우선 내게라도 연락을 할 수 있는 마음의 문을 열게 하는 것이니 먼저 친구의 사랑을 보여 주어야겠다. 모든 것은 이후에 생각해 보자. 자존심 강한 친구에게. 공연한 짓을 하는 건 아닌가 모르겠으나 일단은 시작해 봐야겠다..

올해는 호랑이 해~ 범같이 세상을 살아온 내 친구, 아무쪼록 건강해라. 무슨 일이 되었건 훌훌 털고 우리 앞에 나타나 소주 한 잔 할 그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면서 모든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다.  봉환아, 사랑한다. 

2010 년 1월 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