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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정도의 딸 혼인식 본문
정도의 딸 혼인식
친구 딸내미 혼인식에 참석하느라 진주라 천리길을 마다하지 않았다. 삼천포에서 유람선을 운영하고 있는 친구다 16년 전 유람선의 심장을 뛰게 하여 준 동창 기경이와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긴 결실이다, 그래서 양쪽 집안 서로 가족의 연을 맺고, 서울과 삼천포에 사는 두 사람의 친구들까지, 서로 친구가 되게 하는 아름다운 인간관계의 사슬고리를 이어 주었다.
박 정도는 경상도 사내의 괄괄한 성격과, 남자다운 시원하고 훤칠한 잘생긴 외모를 가졌다. 하지만 아직도 나는 그의 구수하면서도 억센 경상도 사투리가 적응이 안 된다. 기경이네 식구와 함께, 혼인식 하루 전 삼천포에 도착하였다. 반갑게 맞이하는 그의 집에서 저녁을 먹으며, 딸내미를 여의게 된 아비의 쓸쓸한 어깨를 보았다. 애써 웃음 짓는 눈가에서 서운함을 느끼는 그의 두터운 손을 꾹 잡아 주었다. 나로서는 친구의 자식 혼인식이 처음이다.
친구라지만 정도는 우리보다 몇 살이 위이다. 뱃사람이라 그런지 나이에 연연하지 않는 그의 처세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앞으로 친구들로부터 청첩소식이 잦아질 터이다. 새삼 내 나이를 되짚게 하는 인생사려니 하면서도, 부지불식 간에 큰 아들놈을 떠올려 본다. 아직 스물 다섯 밖에는 안 되었으나, 언젠가는 자기 짝을 찾아 내 앞에 데려 올 텐데, 그때에 나는 어떤 처신을 해야 할까? 지금은 해답이 안 나오는 자문이다.
삼천포 앞 바다의 푸른 물은 매우 투명하다. 하늘을 연 날인 개천절이라 그런지 하늘도 내 마음과 같이 시원한 , 그리고 매우 맑은 파란색을 띠고 있다. 이런 좋은 날을 축복해 주고 점지해 준 하늘에 고마움을 표한다.
" 인생에 대한 가장 고귀한 생각은 평범한 일상속에서 나타난다.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일에도 깨달음을 얻는 사람만이 작은 의무도 소홀히 하지 않고 그것을 통해 보람을 느낀다 " 는 대문호 톨스토이의 격언을 새삼 읊조려 본다.
혼인식 참석은 나의 작은 일상이지만, 새삼 친구와 가족을 느끼게 한 소중한 날이다. 세상에서 친구의 연을 맺고, 가족과 그의 친구들까지 혼인이라는 소중한 기쁨에 함께 동참하며, 또다시 나의 아들을 생각하는 아비의 입장에서 되짚어 보는
일상의 반복이 곧 우리의 삶이 아닌가 생각된다.
2008 년 개천절 날 삼천포의 조그만 공원 벤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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