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봄을 심다 .. 웃어 .. 그리고 .. 본문

내이야기

봄을 심다 .. 웃어 .. 그리고 ..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9. 16:56

봄을 심다.. 웃어.. 그리고..

1. 봄을 심다
탁상에 놓여있는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겨보니 화가 이수동의 "봄을 심다"라는 제목의 그림이 눈에 들어온다. 세상에 흰 눈이 덮여있고, 휘어진 작은 길 양 옆으로 봄을 심으며 하얀 내일로 걸어가고 있는 흰 코트를 입은 여인네의 손에 꽃 한 송이 들려있다. 그림의 위쪽 끄트머리에는 지나간 날의 밝고도 어두운 과거가 있고 과거의 자락에도 아름다움이 걸쳐있음을 볼 수 있다.

처음에 생각 없이 보았을 때에는 멋없는 흰 공간인 듯싶었지만 가만 살펴보니, 군데군데 꽂혀있는 조그만 빨갛고 파란 꽃송이들과 초록색의 풀잎들이 그 심심함을 덜어주고 자그만 희망의 홀씨를 뿌리고 있는 듯 보인다. 그 제목과 구성의 세심한 선택에 예술가의 시의적절하며 탁월한 감각을 깨닫게 되었고 미술평론가 임 창섭의 말에 의하면 작가 스스로가 작은 일에도 희망과 즐거움을 느낀다 하여. 그 말을 취하고 새로이 바라 보니 참으로 내일의 꿈과 희망을 그림에 담아낸 화가의 소박한 의도가 가슴에 와닿는다.

2. 웃어
요즘 새로 나온 가요 중 "마이티 마우스"의 "웃어"라는 음악에는 "태양처럼 밝게 오늘 하루도 웃음으로 시작하고, 눈물과 아픔과 같이 내 인생을 지치고 멈칫거리게 하는 장애물도 넘고 앞으로 달려 나가 웃으라"라고 부른 대목이 있다. 그리고 거울을 보고 웃으면 앞의 사람도 너를 보고 웃는다는 젊은 가수의 웃음의 철학이 담겨있다. 거기다가 삶의 굴곡을 아는 가수 "인순이"가 피처링을 한 이 노랫말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다. 올 한 해 마음 상하고 속 상한 날이, 웃으며 좋은 날보다 더 많았던 사람들과 함께 들으면 매우 좋을 노래 가사이다.

3. 그리고…
올해의 일기를 되 훑어보니 속절없이 보내 버린 올 한 해도 역시 아픈 반성을 갖게 한다. 세상의 흐름 속에 동화되지 못하고, 모두의 기억에서 밖으로 밀려 나간 아웃사이더의 심정으로 세상을 원망하며 살던 한 해이다. 주류에서 벗어나 회귀하지 못한 채 주변을 어슬렁거리면서 느끼는 이 기분은 지난 세월과 엉켜 붙어 엉망이 되어버린 머릿속과, 마음먹은 대로 움직여 주지 않는 팔과 다리, 그리고 점점 잃어가는 총기와 함께 스스로를 아프게 하였다. 돌이켜 보면 이런 마음의 짐을 내려놓을 수 있는 나이도 되었건만, 여태껏 추스르지 못하는 못난 감정을 가슴 한편에 늘 움켜쥐며 살고 있다 그런 못남도 가족들의 사랑과 친구들의 아우름으로 씻어내고 함께 웃으며 지내는 좋은 시간을 기억하게 되었다.

이제 지나간 시간 속에 머무르는 사람이 되지 말고 이수동 화백의 "봄을 심다"의 그림에서 주는 희망과 즐거움을 마음에 담고, "마이티 마우스"의 "웃어"라는 노래를 들으며 새로운 앞 날을 맞이 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곧 눈이 내리고, 거리마다 불이 켜지고 온 세상을 환하게 비추는 성탄절이 다가온다. 늘 함께 있어도 그 고마움과 존귀함을 모르며 사는 분을 경배하고 우리 가족과 이웃과 함께 따뜻한 성탄을 맞이하며, 지난 시간의 반성도 해야겠다. 나이 들어 감이 자랑은 아니지만 연륜을 사회에 되돌릴 수 있는 보람찬 계획도 세워보며, 마음껏 크게 웃어 아름다운 마음을 만드는 자세야말로 한 달씩이나 남은 묵은해를 보내며 새해를 맞이하는 현명한 자의 선택이리라.

2009. 12. 2

이수동 화백의 "봄을 심다"

'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엄마와 엄니  (0) 2022.11.29
道⼠ 를 만나다  (0) 2022.11.29
지 곳 리  (1) 2022.11.29
10월은 잔인한 달  (0) 2022.11.28
신포동의 경양식집들  (1) 2022.1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