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fork. male vocal. 75 bpm.piano. cello. lyrical. lively.
- 양파즙#도리지배즙#배도라지청#의약용파스#완정역#호경형
- 인천시민과함께하는시화전
- 티스토리챌린지
- 인천대공원#포레#파반느#단풍
- 동인천역 가새표#남수#보코#친구들
- 추억의도시
- 석민이#경민이#도화동시절
- lost in love "잃어버린 사랑" - 에어서플라이 (air supply)#신포동#ai가사
- 60bpm
- 碑巖寺
- 시각장애인 #안드레아 보첼리
- 오블완
- y.c.s.정모
- 경로석#한국근대문학관#윤아트갤러리
- male vocal
- new trot. male vocal. 60bpm. piano. cello. orchestra. lyrical. languid.
- 익숙해질 때
- blues&jazz
- 사르코지 #카콜라 부르니 #불륜 #남성편력
- male base vocal
- 빌보드 #노라 존스 #재즈
- 나는 걸었고 음악이 남았네
- 누가바#상윤네집#진열이#금복
- 졸업식 노래 #빛나는 졸업장 #진추하
- 황우창
- 인학사무실#참우럭#놀래미#도미#금문고량주#두열#제물포#마장동고깃집#마장동
- 인천 중구를 사랑하는 사람들
- 1mm 치과
- 감정의 깊이가 다른 말
- Today
- Total
형과니의 삶
10월은 잔인한 달 본문
10월은 잔인한 달
하늘은 맑고 푸른 상쾌한 가을날의 연속이고, 회사 주변의 나무들이 하루가 다르게 빨간 단풍으로 변해가는 모양이 아깝다. 어디 가까운 근교의 산이라도 오르며 자연의 품 안에서 계절의 흥취에 흠뻑 젖어 사랑하는 사람들과 화사한 단풍을 즐기는 발걸음이라면 금상첨화련만...
며칠 사이 내 뜻 아닌 나들이가 계속되었다. 가버린 삶의 아쉬움을 달래는 걸음걸이를 시작으로 서로 다른 삶을 살던 두 남녀의 새로운 인생의 시발점을 함께 축하하는 자리와, 과년한 딸의 급작스런 교통사고로 넋을 놓고 있던 친구를 대신한 병원 수발까지 정신없이 돌아다니던 날들의 연속이다. 동료의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 문자 메시지를 받고, 마침 외가댁 근처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경건함은 있되, 외려 오고 가는 길 차창 밖의 경치를 감상하는 여유로움이 있었고, 친구 딸의 사고는 다행하게 큰 부상이 아니라 잘 가꾸어진 병원의 정원수와 화초들에게서 청명한 가을의 향기를 맡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인들의 명절인 쌍십절에 혼인을 한 고교 동창의 여식 잔치에서는, 계절의 느낌보다는 동창 중에서 처음 치르는 혼인식 자체에서 주는 낯섦이 우선하더니, 식장에서 만난 친구들의 면면에서 배어 나온 세월의 흐름을 보면서는, 계절에 대한 감성보다 그간 살아온 삶에 대한 반추를 해보며, 무게 없이 살아온 내 인생의 허허로움을 느껴야 했다. 피로연 장소에서 술 한잔씩 하며 주고받는 친구들의 말속에서도 은연중에 그 느낌이 잔잔하게 묻어 나옴을 알아챌 수 있었다.
나의 행태를 보면 슬픈 일에서는 무덤덤하고, 경사로운 자리에서 감성적이 되었다. 그 이유를 헤아려보니 그것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이 연유됨도 있겠지만, 또 다른 무엇인가 영향을 주는 것이 있을 터인데, 바로 나뿐만이 아닌 많은 사람들의 인생의 궤적이 비슷함에서 오는 감정의 합치 정도로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대체로 30대에 친구들의 결혼식과 아이들 잔치를 찾아보고, 40대에는 소강국면에 접어들다 5.6십대에 2세들의 결혼식을 쫓아다니는 그런 삶의 cycle이 비슷할 것이다. 또 보통 4.5십대에 부모님들의 경조사가 집중되는바, 이즈음의 내 삶의 궤적에서 그 비율이 월등하게 높아진 관계로 혼인식에 대한 감정이 다소 무덤덤해진 것 같다.
그러나 이제 동창의 여식이 첫 발을 디밀어 물꼬를 터 놓음을 기화로 앞으로 청첩이 밀어닥칠 터이니 이런 감성적인 마음은 차츰 옅어질 것으로 본다. 아닌 게 아니라 벌써 이달에도 어릴 적 큰애와 함께 어울리던 소라 양의 혼인식이 눈앞에 닥쳐와 있는 형편이니 이미 축제의 팡파르는 울린 모양이다.
그런데 이번 휴일에 “청풍호반”으로 단풍놀이 가자던 우리들의 계획은 딸의 교통사고로 아비의 도리를 다하고자 하는 친구의 당연하고도 애틋한 부정에 그만 녹아 버리고 말았다. 한 술 더 떠 나의 아내도 10월 한 달은 공부를 하느라 외출을 사양하겠다고 넌지시 통보한 바 있으니 이렇게 맑고 푸른 상쾌한 가을날에 “ 김 동규 ” 아저씨가 부르는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를 어떻게 즐겁게 들을 수 있을까! 내게 있어 잔인한 달은 "T.S. 엘리엇"의 4월이 아니라 안빈낙도를 즐기지 못하게 된 10월인가 보다...
2009 10 15
'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을 심다 .. 웃어 .. 그리고 .. (0) | 2022.11.29 |
---|---|
지 곳 리 (1) | 2022.11.29 |
신포동의 경양식집들 (1) | 2022.11.28 |
⿓ 遊 回 想 (용유회상) (1) | 2022.11.28 |
한 마리 나비 되어 (0) | 2022.11.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