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형과니의 삶

양보와 배려 본문

내이야기

양보와 배려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9. 19:13

양보와 배려

오래전 영국의 윈저성을 방문하러 가던 중 한 소도시에서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하였다. 조그만 로터리에 신호등도 없이 차량들이 바람개비처럼 쉼 없이 한 방향으로 빠져나가는데 지켜보는 10여 분동안 마치 자기 차례를 알듯이 톱니바퀴처럼 정확하게 진입을 하고 빠져나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라운드 어바웃"이라는 선진입 차량에 우선권이 있는 제도인데 , 신호등이 필요 없고 운전자들끼리의 묵시적인 양보와 배려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아주 바람직하며 인간적인 제도임을 알 수 있었다.

또 하나 러시아워가 막 끝나갈 무렵 동경의 도시고속도로 위에서의 일이다. 끝없이 대기하고 있는 차량들 사이로 구급차의 요란한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데, 꽉 막혀 옴짝달싹 못하던 차량들이 일제히 차량 앞머리를 도로변으로 조금씩 움직이자 일순 모세의 기적처럼 홍해 바다 갈라지듯 길이 나면서 구급차가 쏜살같이 도로 한가운데를 달려가는 뒷모습을 보았다.

그날 저녁 나리타 지역 방송에서 시의원을 태운 구급차가 고속도로위에서 보여준 동경 시민들의 적극적인 협조로 시간에 맞춰 병원에 도착해 위급한 상황을 넘겼다는 뉴스를 접하면서 순간적으로 부러움과 아쉬움을 동시에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그 얼마 전 나의 절친한 지인 한 분께서 병원에서 수술 도중 위급한 상황이 도래하여 급히 인근 대학병원으로 가고자 구급차를 이용하게 되었는데, 극심한 교통혼잡으로 시간을 맞추지 못하여 좋지 않은 결과를 보게 된 일이 있어 그 아쉬움을 더했다.

직업상 CCTV를 관리하고 있다. 며칠 전 지구대의 경찰관이 전날 밤에 발생한 사거리 교통사고 현장이 녹화되었는지 확인코자 하여 사고 당시의 영상을 보았다. 정지신호를 무시하고 진행하던 소형차량이 직진하던 대형버스에 치어 튕겨 나가는 장면이 포착되었는데. 소형차의 운전자는 엄청난 충격에도 큰 부상이 아니라 하여 다행이지만 다시 보기 싫은 끔찍한 장면이다. 이렇듯 교통신호는 서로 간 꼭 지켜야만 하는 중요한 약속이다. 그 약속을 무시하거나 잊게 되면 자신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안전까지 위협받게 된다. 누구도 다른 이의 생명을 위협할 권리는 없지 않은가!

자동차가 발명된 이래 사람들은 먼 곳을 빠르게 이동하며 엄청난 생활의 변화와 경제적인 풍요를 제공받았으나, 더불어 수많은 생명을 앗아가고, 부상케 하였다. 간혹 운전대를 잡게 되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신호등이 바뀌면 남보다 먼저 출발해야 하고, 추월을 당하게 되면 다시 따라잡아야 하며, 경적을 울리고, 심지어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 또한 음주운전으로 인해 자신과 다른 이의 가정까지 불행하게 하는 사람들도 있다.

자동차 운전도 하나의 예절이다. 나만을 위하고 남을 경쟁의 대상으로 삼는 게 아니라 "라운드 어바웃" 제도를 생활화하고 있는 영국인들과, 동경의 고속도로위의 운전자들같이 양보하고 배려하고 , 정해진 약속을 지키며 운행을 할 때 자신의 소중한 시간을 아낄 수 있으며, 다른 이의 귀중한 생명까지도 살릴 수 있는 뿌듯한 보람까지 얻게 될 것이다." 양보와 배려" 얼마나 아름다운 행동인가!

2010 - 03 - 01

'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분 좋은 날  (1) 2022.11.29
개장국  (1) 2022.11.29
40 년만의 해후  (1) 2022.11.29
엄마와 엄니  (0) 2022.11.29
道⼠ 를 만나다  (0) 2022.1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