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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기분 좋은 날 본문
기분 좋은 날
근 이년만에 Y를 만났다. 함께 근무할 당시 인사, 예산, 감사 등 소위 엘리트 부서를 거치며 승승장구하던 후배인데 근 10년 전 불현듯 공직을 떨쳐 나와 갖은 고초를 겪으며 노력을 하더니 내 주위에 몇 안 되는 성공적인 삶을 일구어 낸 대견한 친구 중 하나가 되었다.
힘든 과거를 기억하고 싶지 않아 아예 그동안의 삶의 편린들을 지우개로 지워 가며 산다는 얘기를 전해 들으며 애쓰며 살아온 그의 삶에 대한 애틋한 사랑을 보낼 수 밖에 없다. 이제 한 업체를 이끌어 가는 대표자의 입장에서 주위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중후한 중년의 무게가 와닿으며 각고의 노력이 헛 되지 않았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다소 까칠하던 성격 탓에 조직 내에서 몇몇 사람들과 교분을 이어가다 그나마 친하게 지내던 나와 J가 명퇴를 하자 그간 심중에 담아두고 있던 자기 표출을 위해 사표를 낸 듯한데 무모한 결정이지만 결과가 좋으니 천만다행이다. 끝내 그만둔 경위에 대해서는 함구를 하여 굳이 캐묻지는 않았으나 그의 신중한 성격을 보면 사표를 내기까지 꽤 많은 심려를 하였을게 뻔하다.
그는 모 신문에 연재된 일본 만화 주인공인 샤프한 이미지의 시마를 닮았다. 성공에 대한 집착을 내면에 숨긴 채 조직 내에 융화되고, 선 후배의 정리를 깔끔하게 이어가던 복덩이 같은 친구였지만, 불행하게도 결혼에 실패하며 긴 나락의 소용돌이에서 한참을 헤매고 그 기간 동안 지인들과 연락을 끊고 홀로 아픔을 새기며 지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몇 년 전 좋은 반려자를 새로 맞아, 가정적인 안정을 찾으며 사회적으로도 성공을 하여 "修⾝⿑家治國平天下"라는 말로 스스로도 행복한 가정생활을 누리고 있음을 자랑하는데 그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다 흡족하였다.
동두천 지역에서 매출 상위 업체를 이끌어 가는 회사의 대표로서도 스스로의 사회적 책무를 다하며 지낸다니 "Noblesse oblige"까지 실천해 가는 그의 바람직한 인생에 어찌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있으랴! 옛 친구이자 선배를 찾아와 깍듯한 예의를 표하며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소중한 감정을 가슴에 담아 상대를 귀하게 배려할 줄 아는 후배와 부딪히는 술잔에 삶의 아픔은 흘려보내고, 우정의 돈독함을 담뿍 담아, 한 잔씩 마시다 보니 어느새 가슴에 따뜻한 취기가 젖어든다. 기분 좋은 날이다.
2010 - 02 -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