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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스케이트 본문
스케이트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에서 처음으로 21살 동갑내기 모 태범과 이 상화가 기라성 같은 세계 유명선수들을 물리치고 금메달을 획득해 대한민국은 연일 축제 분위기다. 1936년 독일 칼밋슈에서 열린 제4회 동계올림픽에서 일본 메이지 대학생이었던 김 정연이 1만 m에 출전하며 첫발을 내디딘 이래 74년 만의 금빛 감동을 일궜다. 한국의 금밭인 쇼트트랙 종목에서 이미 이 정수가 한국에 첫 금메달을 안겨주고 요 근래 한국인에게 꿈과 사랑을 주던 김 연아의 피겨 종목도 남아있어 이래저래 한국인은 당분간 기쁨의 환호성과 함께 신나는 박수를 칠 일만 남은 듯하다.
내가 스케이트라는 기구를 처음 보게 된 것이 6살 무렵이니 근 50년이 다 되어간다. 어린 시절에는 나무판대기에 굵은 철사줄이나 얇은 철판으로 날을 세운 썰매로 얼음을 지치며 놀았는데, 너른 서랑리 방죽에서 홀로 유유히 스케이트를 지치던 외사촌형이 그렇게 멋져 보일 수가 없었다. 시간이 지나 형의 스케이트가 망가져, 막내 외삼촌이 스케이트날을 살려 널찍한 2인승 썰매를 만들어 내게 주었는데, 가히 썰매계의 벤츠로 불릴 만큼 우아하고도 부드러우며 쾌적한 속도감을 선사해 온 동네 아이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았다.
직접 스케이트를 탈 수 있게 된 것은 그로부터 근 10년이 지나 중학교 시절이었다. 당시에는 동대문 실내 아이스 링크장 외에는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변변한 시설이 전무한 상태였으니 도시근교의 논이나 공터 등에 물을 채워 놓은 스케이트장이 곳곳에서 성업 중이었다. 이들은 적당히 물만 채워 놓고 새끼줄로 구역을 정해 입장료를 받고 운영했으니 그야말로 봉이 김선달과 다름없었다. 그곳에는 스케이트 날을 갈아주던 이와, 추운 날 몸을 녹이며 요기도 할 수 있는 비닐 천막을 쳐 놓고 뜨끈한 어묵이나 가락국수 등을 팔던 장사치들이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하지만 하천이 얼거나 미나리꽝 등지에 자연적으로 형성된 곳에서 스케이트를 지치던 이들도 상당수였다.
아주 어렵게 구하여 타던 스케이트의 상표는 "전 승현"이었는데 당시에 함께 많이 구입하던 상표 중 하나가 " 세이버 " 였다. 이 스케이트는 2년밖에 타질 못했는데 부쩍 자라 버린 발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시화가 가속되며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공간이 줄어들면서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전국에 실내 아이스링크들이 생기고 동호인회들도 활성화되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겨울 스포츠로 자리 잡고 있지만,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실내에서 스케이트를 즐기기 힘들었다. 부디 이번 동계올림픽의 분위기로 인해 실내링크도 좀 더 확보하고, 많은 국민들이 스케이팅을 생활화하며 든든한 체력을 길러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2010 - 02 - 18
# 1960.1.7 서울시 공설 무료 스케이트장이 신설동에 개장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