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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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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장국
우리나라의 음식 문화중에 자랑스럽게 세계인들에게 내보이며 취하지 못하는 음식이 하나 있으니 바로 개고기다. 88 올림픽을 계기로 불거져 나온 이래 지금까지도 종종 이슈가 되기도 하는데, 그리 부끄러울 것도 떳떳하지 못할 것도 없고, 일부 음식문화에 대한 편견을 가진 유명 인사들의 몰이해로 빚어진 사회현상 정도로 보는 편이 가장 속 편할 일이다.
개고기를 먹는 것은 고래로 이어져 온 민족의 식습관이기에 정부에서도 함부로 따따부따 못하여, 그냥 영양탕이니 보양탕이니 두리뭉실하게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북한과 중국, 그리고 베트남 등지에서는 당당하게 개고기를 취하고 있는데 유독 한국에만 개고기의 식용에 대해 묘한 잣대를 들이대며 야만민족 운운하고 있으니 분명 잘못된 일이기는 하지만, 종종 잔인하게 도살하고, 불결한 사육 상태가 언론매체에 보도되는 행태를 보자면 개를 가족처럼 대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아니라도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앞으로 올림픽이나 월드컵 등 국제적인 행사를 치르기 전에 개고기로 인한 또 다른 논란이 발생되지 않도록 정부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해 주길 바란다.
개의 입장에서 보면 억울하기 그지없다. 누구는 애완견으로 태어나 온갖 치장과 맛있는 음식으로 호사를 하는데, 누구는 사육장에 갇혀 지내다 어느 순간 명을 다해야 하니 개에게도 생각이 있다면 그보다 더 잔인한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 토종 동물들을 보면 어찌 하나같이 그토록 선한 눈망울들을 지니고 있는지, 그 눈망울을 보고서는 소나 개 돼지를 음식으로 취하기 매우 힘들 것이다. 특히 누렁이로 불리는 똥개의 순한 얼굴과 눈을 보고서야 어찌 보신만을 고집할 수 있을까? 동물을 음식으로 취할 수밖에 없음에도 간혹 마음 한 구석이 저려지는 부분이다.
어릴 적 집 근처에서 동네 어른들이 처마 끝에 개를 매달아 놓고 몽둥이로 두들겨 패서 죽이는 장면을 본 적이 있는데 그 충격으로 인해 지금까지도 개고기를 거의 먹질 않는다. 중학교 시절 큰 외숙모가 얼큰하게 끓여 주신 개장국을 소고기인 줄 알고 맛있게 먹었지만 사실을 알고 나서 한동안 속이 안 좋았던 기억도 있다.
우리 집 아이들은 정이 깊어서인지 강아지를 무척 사랑한다. 기르던 치와와가 죽고 나서 두 녀석이 몇 날동안을 어찌나 섧게 울어대는지 정을 떼는 게 힘들어 애완동물들은 절대 키우지 않는다. 이런 아이가 개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며 우연한 기회에 개고기를 마주할 기회가 있었지만 아예 밥상 근처에도 오려고 하질 않았다.
기가 허해진 계절에 좋은 보양음식을 섭취하는 것은 건강한 생활을 위해서 매우 바람직하지만, 우리네 중에는 유독 강장식품에 목숨을 바칠 정도로 집착하는 사람들이 있다. 혐오식품도 마다하지 않는 경우의 사람들을 보면 과연 그것이 그렇게 효과를 보는지에 의문도 갖지마는 다 제 건강 챙기자고 하는 일이니 무어라 할 것도 아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퇴원하는 분들에게 의사 선생님께서 개고기를 장복하라 이를 정도로 개고기는 보양 효과가 탁월한 음식이다. 다만 축산물 가공을 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 당분간 개장국은 못 먹고 보양탕이나 영양탕으로만 먹어야 하는 아쉬움을 가져야겠다. 한 겨울을 지나는 시점에 너무 이른 개 타령이다.
2010 - 02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