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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동구] 인천 만석동 근대산업유산 답사기 본문
인천 만석동 근대산업유산 답사기
하늘이 매우 파랗다. 날씨는 적당히 서늘하여 오늘 근대산업유산을 답사하는데 더 없이 알맞다. 올림포스호텔 전망대에서 모여 오늘의 목적지로 향하는 9명의 답사팀들의 면면이 새로운데 안내를 하는 이 성진선생의 모습이 당당해 보여 무엇보다 마음이 놓인다. 근래 학교와의 부딪힘으로 신경이 쓰임직한데도 무심히 세상을 달관한 듯 답사를 이끌어 가는 이 선생의 마음씀씀이가 고맙다.
하인천역 뒤 8부두 앞을 지나려는데 한때 숱한 뱃사람들의 열락이 숨쉬던 뱀골목이 흔적없이 사라졌다. 도심의 흉물이었지만 가뭇없이 사라진 모습을 보며 오래전 뱀골목과 새우젓 골목에 대한 추억의 한자락을 되새겨 보았다.
인천역 뒷골목 https://alzade57.tistory.com/131
일행은 새우젓골목을 돌아 북성포구로 향하였다. 오래전부터 북성포구는 외지인들의 발걸음을 외면하듯 입구가 분명하지 않아 인천사람들조차 이 곳에 포구가 있는지 알기 힘들었다. 포구에서 바라보는 일몰의 아름다움의 가치를 알아 본 많은 사진작가들의 발길이 순수하게 포구를 찾는 이들의 숫자보다 많다는 게 북성포구의 애뜻한 숙명이었는데 그나마 해양수산부의 고시로 곧 사라질 운명에 처해졌다.
부디 바닷물을 손으로 만지면서 포구로서의 감성을 간직할 수 있게 적극적으로 애쓰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노력이 빛을 발하여 이 곳을 지켜 낼 수 있도록 응원을 보낸다. 그리하여 포구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몇몇 횟집들의 소탈한 풍취에 감탄하던 김 영규교수님과 이 언주님의 마음속에도 북성포구가 살아 남아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
횟집 뒷쪽의 골목을 벗어 나면 이 동네 터줏대감격인 중앙조선소가 자리잡고 있다 빠끔 열린 쪽문으로 머리를 들이 미는 탐사원들의 호기심이 북성포구의 삶에 기운을 더한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조선소옆에는 고가도로밑으로 이전한 예전의 굴막들이 폐허가 되어 나른한 안식을 취하고 있다. 고가도로밑은 이 곳 주민들의 여유로운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 펼쳐져 있다. 오가는 이들의 인적은 드물어도 이곳 주민들에게는 더 이상 소중할 수 없는 생활의 터전이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 에서 정희네 집
얼마전 "나의 아저씨" 의 배경이 되었던 "정희네 집"이 길 한편에 화장을 벗은 민낯으로 드라마에서와 다른 모습을 내 보이고 있는데 바로 이 곳이 오래 전 업무때문에 자주 찾아 다녔던 보옥아줌마네 집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이렇게 이 곳에도 내 젊은 시절 추억의 편린이 한자락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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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마당의 낡은 이층집과 멋쟁이 해결사 https://alzade57.tistory.com/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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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가 진행되면서 멋쟁이 통장님댁 바로 앞의 야트막한 구릉에 올라 성공회 랜디스박사 연구 결과를 토대로 면적을 통한 외국인묘지의 범위를 이해시키키는 타당한 설명을 듣고 이전까지 단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묘지의 위치를 좀 더 폭 넓게 생각할 수 있게 해 준 연 창호 인천시립박물관 학예연구사의 발표는 오늘 답사에 방점을 찍는 최대의 성과라 할 수 있겠다.
외국인묘지터 일대
1957년 외국인 묘지 사진 - 왼쪽 가운데 구릉
이어 꼬불꼬불한 골목을 내려 서자 눈앞에 아늑한 만석공원에 펼쳐지고 공원안에 오롯한 만추를 감상할 수 있었다. 만추에 눈을 빼앗긴 채, 마주보이는 만석비치타운 주공아파트가 대성목재자리였으며 공원자리는 평안도 안주출신들이 집단촌을 형성했었는데 이 곳은 강점기시절부터 '조선노조 전국평의회'와 같은 노동운동이 일어 났던 곳이며,해방 후에 사회주의운동의 메카였다는 장소의 중요성을 피력하는 이 선생의 설명을 들으며 장소마다의 가치를 세상에 알리며 골목운동에 앞장서고 있는 이 성진 선생의 열정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만석공원의 만추
동일방직 옆구리에 노동을 강요하며 세워 놓은 경비초소가 보인다. 경비초소의 뒷면이 나무로 막혀 있어 외부에서 들어 오려는 자들보다 내부에서 근로환경에 적응을 못하고 외부로 도망치려는 노동자들을 감시하기 위한 전략적 초소임을 알 수 있다. 마치 수용소와 같은 모습을 보여 주는 비정한 뒷면을 바라 보면서 한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노동현장의 민낯을 보는 듯한 모습에 고개를 떨구었다.
경비초소 길 건너편에 형태가 변한 채 다소곳 남아 있는 강점기시절의 철도청 관사이자 한국전쟁이후 북파 공작원들이 사용하던 특공대막사의 면면도 돌아 보았다. 기숙사 넘어 담쟁이 덩굴의 붉은 빛이 아름다워 렌즈에 담았는데 이 선생의 멘토라 하시는 이 명익 선생님도 붉은 빛의 아름다움을 담는모습이 정겹다.
동일방직 경비초소
두 시간여의 오전 답사를 끝내고 출출한 속을 달래고자 '원 괭이마을' 을 찾아 간짜장으로 유명한 '화순반점' 엘 들러 탕수육과 간짜장을 먹었다. 나는 집 앞의 '경안각'의 음식이 입에 맞아 어지간하면 차이나타운에도 잘 가지를 않는데, 이 집의 간짜장의 짜지 않은 맛도 좋았지만 외려 적당한 껍질과 고기의 육질이 풍부하고 탕수의 간이 무척 조화로운 탕수육이 더 마음에 들었다. 혹시 이 곳을 찾으려는 분이 계신다면 간짜장과 함께 맛깔 난 탕수육을 권하고 싶다.
식사를 마치고 긴한 일정으로 김 영규교수님과 이 언주 대표님이 먼저 떠나고 남은 일행들은 옛 일본육군이 조선기계제작소(현 두산인프라코어)에서 '니시무라(西村) 급' 소형 잠수정을 만들었다는 '만석부두'옆 조선소자리 [야마테(山手)공장]에 들러 이해할 수 없는 일본과 해군의 경쟁구도를 들으면서 결국 패전 수밖에 없는 전쟁에서 노예가 되었던 한국의 슬픈 역사를 되새겨 보았다.
잠수함이 건조되었다던 [야마테(山手)공장자리
이어 '괭이부리마을'에 들러 '조선기계제작소' 사택을 탐방하고, 동네 한 가운데에 위치한 '우리미술관'에서 '부두의 흔적'이라는 기획전시를 챙겨 보았는데 ‘부두의 흔적’ 전시는 변화하는 만석동 부둣가 일대의 자연과 사람의 모습을 투명 스크린의 겹침과 기호적 드로잉을 통해 추상적인 미디어아트로 구현한 작품이란다.
부두의 흔적 미디어 아트 일부
미술관을 뒤로하고 신혼시절 살았던 '한국중공업사택'을 들러 보았으나 이미 빌라로 변해 있는 모습을 설명하는 나의 마음을 아셨는지 '사미연구소'의 '이 태승'작가님께서 기념사진을 찍어 주셨다. 바로 옆에는 '만석교회'가 '괭이부리마을'분들의 영혼을 달래주고 있는데 웅장한 건물옆에 잠겨 있는 오래 전 옛 '만석교회' 종탑의 정겨운 모습이 눈에 들어 온다.
만석동을 벗어 나 동석형과 영일형님과 함께 술잔을 기울이던 '동아제분'과 고목나무에 매미 들러 붙듯한 제분공장옆의 식당에 대한 에피소드를 뒤로 하면서 '삼화제분'앞에 모였다. 마침 골목바람이 쌀쌀하게 불자 동화작가인 '안 선모'님과 멀리 경기도 광주에서 답사에 참석한 디자인제작을 하는 '서 아름'님이 춥다고 얘기를 한다. 답사의 끄트머리라 잠시 참자고 위로하며 이 선생의 설명을 듣는데 이 공장은 강점기시절 '재등정미소'에서 '풍국제'분으로 해방 후에는 미군들의 숙소로 사용도 하고 1946년 미군들이 나간 뒤에는 '인천여상'이 임시로 사용하였으며, 종국에는 '삼화제분'이 인수하여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삼화제분
'조일정유공장'자리에서 마지막 답사설명을 하는 이 선생과 일행의 모습을 보면서, 각자의 생각에 따라 근 백여년간 부침을 거듭한 지역의 옛모습과 현재까지의 변화를 탐구하여, 시민들에게 지역에 대한 정주의식을 고취시키고자 노력하는 이 분들의 사명감이 전국 각지의 지역 답사팀들과 동화된다면, 내 지역과 나의 뿌리를 알아 미래에 대한 폭 넓은 비전을 이룰 동력이 되어, 바람직한 나라가 될 것임을 믿고 꼭 그렇게 되기를 마음 한 켠에 쟁여 놓는다.
2018.11.17 그루터기
인천 만석동 근대산업유산 답사
1.일시: 2018.11.17.(토) 오전 10시
2. 모이는 곳: 올림포스호텔 전망대(인천역 우측 언덕)
3. 코스 일정: 북성포구, 북성동 외인묘지터, 정희네집, 동일방직, 풍국제분, 금신정미소터 등
4. 참가비: 없음(식수 및 아구포 제공), 점심식사비용 개인부담
5. 복장: 가벼운 옷. 바람이 불면 추울 수 있는 관계로 외투 필요
6. 참가신청: 당일 현장 접수 10명 내외
7. 답사 안내: 이 성진 (인천골목문화지킴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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