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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을 읽고 본문
아버지의 눈물을 읽고
아내의 책꽂이에서 '아버지의 눈물'이라는 소설책을 꺼냈다. 언제 책꽂이에 있었는지 기억에 없는데 내 아버지 세대의 이야긴가 훑어봤더니 꼭 나와 친구들이 겪어 내며 지내 온 우리의 이야기였다. 작가와 내가 동갑내기에 한 때 내무부 산하의 일터에서 일한 것도 우연이다. 게다가 주인공 홍기는 서울의 서쪽 끄트머리 발산동, 나는 서울의 동쪽 끄트머리 답십리에서 어린 시절 같은 시대를 살아오며 시절의 변화를 함께 겪어 왔다는 동질감에 숨 고르기도 전에 이 책을 다 읽고 말았다.
이 소설에서 홍기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온전히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강박감과 책임감에 짓눌리어, 스스로 고립되어 가족의 소중함을 놓치고 만다. 인생의 뚜렷한 목표를 갖지 못하고 부표처럼 떠돌며 가정과 사회로부터 설 자리를 잃어버린 이 시대 가장의 자기반성과 성찰을 통해 인생의 마지막 희망이자 진정한 삶의 이유인 가족과의 화해의 과정을 담아냈다.
주인공 홍기는 공학연구소의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50대의 가장이다. 아내는 작은아들의 사법고시 뒷바라지에 여념이 없고 홍기의 마음씀씀이는 큰아들 상인에게 가 있는데, 어는 날 상인이 갑자기 다니던 대학을 포기하고 새로운 길을 찾겠다고 통보를 하며 잠적한다.
설상가상으로 친구의 말을 믿고 공금으로 시작한 주식투자는 본전도 건질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공금유용이 밝혀지기 전 채워 놓아야 할 급박한 상황에 닥치지만 금액이 커 당장 빌릴 곳도 마땅치 않고 아내에게 섣불리 말도 못 꺼내며 전전긍긍하는 홍기는 목숨을 끊을 생각까지 하지만 어릴 적부터 자신을 아들처럼 도와주던 누나에 대한 연민과 아내, 아이들 생각에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하려 한다.
이후 홍기는 생과사,큰아들의 진로, 돈의 유혹 등 매 순간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그때마다 홍기의 선택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에 용기를 내 바른 선택을 할 수 있게 이끈 것은 그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던 가족의 사랑이었다. 누나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은 동생, 부끄럽지 않은 남편과 아버지가 되고 싶었던 홍기는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의 삶을 쉽게 내던질 수 없었다. 결국 모두가 아버지에게 기대고 살듯이 아버지도 힘들 때 기댈 곳은 가족의 품밖에 없다는 점을 얘기하며 이야기가 마무리된다.
'아버지의 눈물' 은 윗세대들에게 억압받고 아랫세대들에게 베풀기를 강요당하는 베이비 부머 세대 가장들의 애환과, 가정과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이면서도 어깨 위에 얹힌 삶의 무게로 언제나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아버지들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2021-09-16 11: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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