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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강원 정선] 정선여행 본문

여행이야기

[강원 정선] 정선여행

김현관- 그루터기 2023. 2. 10. 00:18

https://youtu.be/M2_QylJ7htU?si=1Ofrl5sWjQtVdS9P

 

정선여행

한갓진 정선여행을 다녀왔다. 정선은 초행이라며 길동무가 있으면 좋겠다는 후배의 말에 기꺼이 따라나선 길이다. 날이 매우 청명하고 도로에는 차들이 한적하여 여행길이 쾌적하다.

정선아리랑 장터

정선 아리랑 장에 들러 늦은 아침을 먹는데 '한국은 처음이지' 팀의 '알베르토'와 '파울로'도 다녀갔다고 흔적을 남겨 놓은 집이었다. 다슬기탕과 모둠전을 먹었는데, 다슬기의 시원함과 메밀향이 나는 몇 가지전의 맛이 적당하여 먹는데 부담이 없다.

아라리촌

아리랑 장을 뒤로하고 아라리촌으로 향하였다. 조양강변에 위치한 아라리촌은 조선시대 정선과 강원도 일대의 주거문화를 재현한 마을이다. 전통 가옥과 저잣거리 등으로 이뤄져 있어 거처들을 비교하며 볼만 한 곳인데 내 눈에는 흡사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으로 다가온다.  마을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양반전 거리가 볼만하고 관람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양반증서도 무료로 발급하고 있으니 꼭 챙길 일이다. 연세 지극하신 분께서 세필붓으로 차분하게 써 주신 양반증서를 받아 들어  집사람과 친구들에게 양반 됨을 자랑하였는데 가만 보면 이미 과거에 합격하여 미관말직이나마 벼슬아치를 하였으니 굳이 증서까지는 안 받아도 되지 않았던가?

병방치 스카이워크 - 보다는 바로 옆 전망대가 백번 낫다.

식사를 마치고 시장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병방치 스카이 워크엘 들러 올라 한국 지형을 보았는데 불과 이삼십 미터의 유리길에 입장료를 받는 정선군의 배짱과 욕심이라니, 게다가 유리에 잔뜩 흠이나 뿌옇게 변하여 제대로 아래가 보이지도 않는 엉망인 곳에 이용료를 받고 있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오래전 방문했을 때도 이런 불편을 적어 정선군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민원처리 결과도 안알려주며 들은 척도 않더니 그때나 지금이나 담당 공무원들과 군수라는 자들의 의식에 전혀 변함이 없다.외려 유리 도로 입구에 산책길을 따라 계단을 오르면 경관이 수려하고 사진 찍기도 아주 편한 무료전망대가 있으니 간유리 같은 스카이워크를 이용하느니 누구라도 산책로 옆 전망대를 이용하시길.

화암동굴

정선 온 김에 이곳에 사는 동창을 만나고자 전화를 하였더니 화암동굴을 구경하고 고한의 카페에서 보자 한다. 마침 동굴 입구로 떠나는 모노레일이 떠날 채비를 한다고 안내하시는 분께서 빨리 2층으로 가라고 재촉을 하여 빠른 걸음으로 올랐더니 우리가 타기 무섭게 출발을 한다. 화암동굴은 일제강점기인 1922년부터 1945년까지 금을 캤던 천포광산이라는 금광이었는데 금광 굴진 중 발견된 천연 종유굴과 금광 갱도를 이용하여 관광용으로 개발한 테마형 동굴이다.

소금강길

친구를 보자 하여 급한 마음에 주마간산 격으로 화암동굴을 구경하고 대형이를 만나러 고한으로 가던 소금강길은 단풍은 지고 앙상한 가지들만 남았어도 굽이마다 나타나는 우람한 산세와 함께 그대로 아름다움을 내보이고 있다. 달리는 차 안의 음악방송에서는 쳇 베이커가 연주하며 뿜어내는 트럼펫의 음률이  흐르는데 끝없이 구불거림이 이어지는 소금강길과 아우러지며 여행의 풍미를 더한다. 
 
삼탄 아트마인

이윽고 도착한 삼탄 아트마인의 스카이라운지에서 근 1년 만에 만난 동창 대형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중에  뜻이 달라 갈라진 친구들의 마음들을 다독거렸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들으며 새삼스레 화합과 의리라는 단어를 머릿속에 되새기게 하였다. 이곳 삼탄 아트마인이라는 곳이 참 재미있고 아쉬운 마음을 들게 한다. 이곳은 아프리카 가면과 현대 예술이 전시된 폐광산 시설인데 수장고에는 실로 진기하고 엄청난 외국 문물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세상과 만나기를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삼탄 아트마인을 찬찬히 둘러보면 각가지 예술작품과 그림 도자기 동상 조형물이 안내문도 없이 관리가 안되어 있고 삼척탄좌의 유물들 역시 그저 전시만 된 채 활용방안도 안 보이며 방치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어 무한한 잠재력의 문화가 서서히 궤멸되어 감을 안타깝게 느낄 수 있었다. 이곳은 자치단체의 지원보다는 전문적인 문화기획자의 손길이 필요하다는 후배의 견해가 훅 이해를 돕게 하였다.

정암사와 만항재

대형이와 헤어지고 부처의 사리를 모셔서 적멸보궁으로 불리는 정암사를 들렀는데 절 옆을 흐르는 맑은 개울물 위로 얼음이 얼어 선뜻하니 차가운 느낌을 주게 하였다 이곳이 강원도는 강원도구나! 정암사를 나와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도로를 품은 만항재를 들렀는데 이미 고개 맞은편의 능선 위로 붉은 노을이 찬란하게 지고 있었다. 만항재를 끝으로 오늘의 일정이 끝났다. 숙소로 가는 길, 호텔의 전면에 화려한 네온이 번쩍이고 있다. 지난 2년간 코로나로 인해 피폐하던 카지노가 이제야 기지개를 켜고 있는데 오늘도 3천 명이 훌쩍 넘는 코로나 확진자가 생겼다니 참말로 세상 걱정을 안 할 수 없다. 저녁을 먹으러 사북읍내의 고깃집엘 들러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숙소로 돌아 왔는데 종일 운전하여 피곤한데다 반주를 하여 평소보다 일찌감치 잠자리에 든 후배의 코고는 소리가 정겹게 흐른다.

바람의 언덕에 바람이 없다.

낯선 곳에서 눈을 떴다. 평소보다 많은 계단을 오르내린 탓인지 허벅지가 뻐근하다. 운동을 안하는 게으름뱅이가 안고 갈 벌이다. 식당으로 가는 길에 눈이 쌓여 있다. 정암사 냇가에서 얼음을 보던 느낌과는 또 다르다. 눈과 얼음은 겨울나기의 동반자들이라 인천에서는 입동과 소설이 지나도 못 느끼던 겨울을 강원도에 와서야 맞이하는구나 

정선에서 보려고 예정한 곳을 어제 다 돌아 본 덕분에 태백을 들러 돌아가기로 했다. 리조트에서 내려와 상갈래 교차로에서 태백방향으로 가는 길은 그대로 오르막의 연속이다 해발 1000고지길에도 듬성듬성 싸락눈 내린 흔적이 보인다. 두문동재터널을 지나자 멀리 매봉산 꼭대기에 두어개의 바람개비가 돌고 있다 명색이 바람의 언덕이라는데 오늘은 그 이름을 잠시 내려 놓아야 할 것이다.

태백 철암탄광역사촌

철암역앞에 있는 탄광역사촌엘 들렀다. 이 곳은 옛 탄광촌 상가들을 그대로 보존해놓은 생활사박물관이다. 철암천변을 따라 이어지는 주택 및 상가 건물은 1980년대 탄광촌의 모습을 그대로 안고 있는데, 밖에서 보면 폐점한 가게로 보이지만 건물 안에는 탄광의 역사를 담은 전시공간이 전개된다.

탄광가면 이밥먹고 잘살려 했는데 수십년 지나 남은 것은 병원신세라, 지나간 청춘은 무엇으로 보상 받을까 하는 광부의 한을 노래한 광부아리랑의 노랫말이 유독 눈을 끈다. 광부들의 고생을 어찌 이해하겠냐마는 역사촌 곳곳에 전시 된 사진속의 석탄묻은 까만 얼굴에 반짝이는 눈들을 보면서 그들의 지난한 삶의 여정을 잠시나마 돌아보며 엿볼 수 있는 공간이다. 체험관앞 개천을 건너면 탄광마을의 하나인 삼방동마을 입구의 전망대에서 두선탄시설과 철암역 그리고역사촌이 있는 옛 번화가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돌아 오는 길. 

사진을 찍으러 왔는데 여행이 되었다는 후배의 넋두리에 작가와 일반인의 차이를 금세 느낄 수 있다. 나는 여행인데 작가는 일이라는 인식의 차이를...

돌아 오는 길, 바람의 언덕에서 느릿느릿 돌고 있는 바람개비를 보면서 느리더라도 사진의 매커니즘을 찬찬히 배워 보고 싶은 욕심을 품는다. 문막에서 늦은 점심을 먹고 밖으로 나오자 재킷 사이로 찬바람이 휘돌아 나오더니 몸이 움찔 계절을 받아들인다. 그래 지금 겨울이지! 맞아, 겨울이야...   

2021.11.28-29  그루터기 김 현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