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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ysomething (Full Album 2003) - Jamie Cullum 본문
21세기 재즈의 신형 엔진
Jamie Cullum - Twentysomething (Full Album 2003)
젊고 재능 있는 아티스트를 보는 것은 아주 흥미진진한 일임에 틀림없다. 대중은 쉴 새 없이 슈퍼스타 · 아이돌 천재에 열광하고, 그 열광의 온도는 천재의 나이에 반비례하게 마련이어서 미디어는 늘 어리고 당찬 바이올린 연주자를, 피아노 천재를 기타 신동을 찾아내 대서특필 하고야 만다. 처음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의 연주를 봤을 때 10살짜리 꼬마가 보여 주는 가공할 만한 연주에 입이 딱 벌어졌지만, 한편으로는 저렇게 하기 위해 감내했을 혹독한 연습과 강행군, 부모의 성화(?)를 생각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기억이 난다. 타고난 재능과 천부적인 감각 또한 중요하지만, 음악이란 모름지기 경험과 세월의 퇴적물이 빚어내는 깊이가 그 생명을 좌우한다고 생각하기에 모차르트나 마이클 잭슨이 자신의 불행했던 유년시절을 회상하며 아버지를 원망했다거나 천수를 누리지 못한 것은 그야말로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여겨진다.
그런 시야로 볼 때, 모든 어린이가 장영주가 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치맛바람과 바짓바람이 음악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 광풍처럼 휘몰아치는 세태가 염려스럽다. 마치 절벽으로 질주하는 폭주기관차같아 무섭고 안타깝다. 20년 넘게 받은 교육이 고작 좀 더 월급 많이 주는 회사에 들어가기 위한 것임을 몇 차례 목격하고 나니 인생이 무상질지경이다. 속사정도 잘 모르면서 우리의 뜨거운 교육열에만 관심과 선망을 보이는 다른 나라들의 일부 시선과 그것을 선생님에게 칭찬 들은 어린이마냥 신나서 역보도하는 국내 언론도 개탄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제이미 컬럼Jumie Callum 이야기를 하려다 왜 갑자기 대한민국 교육 현실의 문제가 튀어 나왔을까?
재즈라는 장르는 훈련과 학습보다는 순발력과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에 다른 음악 영역에 비해 신동과 천재의 출현이 많지 않았다. 그러나 조급증과 싫증의 증세가 현격히 심해진 대중들 때문인지, 기획사들의 치밀한 마케팅 때문인지 몰라도1980~90년대를 거치며 재즈 아티스트들의 전성기도 점점 젊어지고 있다. 재즈 보컬의 경우, 어린 나이에 데뷔했지만 차차명성을 쌓아 30대·40대50대에 그 기량과 인기가 절정에 달했던 가수들, 이를테면 프랭크 시나트라 Frank Sinatra, 멜 토메, 사라 본, 엘라 피츠제럴드 Fitzgerald 같은 '전설'의 경우에 비해 요즘은 재즈 가수도 록 밴드처럼 20대 때 데뷔해 바로 전성기로 돌입하는 경우가 많다. 과연 이들의 수명이 위의 전설들처럼 영원할지는 주목해 볼 일이다.
바닷가의 모래알처럼 많은 재즈 가수들 중에 밀리언셀러를 기록하는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프랭크 시나트라는 재즈 마니아들에게 논란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다. 시나트라는 엘비스 프레슬리와 함께 미국 대중음악의 거대한 상징으로 자리매김해 왔고 재즈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지만, '진짜' 재즈의 거성들인 루이 암스트롱, 듀크 엘링턴, 카운트 베이시 Count Basie, 심지어 "재즈를 버리고 상업성에 영합했다"는 비난에 종종 휘말리는 퀸시 존스와도 다른 부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흑백의 묘한 차이 때문일까?
어찌 됐든 잘생기고 예쁜 백인들이 인기를 얻는 시나트라징크스'는 계속되고 있다. 1980년대에 수려한 외모와 화려한피아노 연주로 '포스트 프랭크 시나트라'로 불리던 해리 코닉주니어 Harry Connick Jr., 2000년 들어 해리 코닉 주니어가 록 음악과 영화에 정신이 팔려 있을 동안 전 세계 수많은 여성들의 마음을 콧소리로 사로잡은 캐나다 재즈 가수 마이클 부블레Michael Buble, 다소 과장해서 '금발의 미녀'라는 이유로 순식간에 여자재즈 가수의 대명사가 된 다이애나 크롤Diana Kriall, 컨트리 음악과 재즈를 절묘하게 결합시켜 뇌쇄적인 목소리로 데뷔와 동시에 톱가수가 된 노라 존스Norah Jones 등.
그런데 2002년 《Pointless Nostalgic》 앨범으로 첫선을 보인 제이미 컬럼은 몸속에 재즈의 피가 흐르는 흑인도 아니며 시나트라나 해리 코닉 주니어처럼 백인 꽃미남도 아닌, 유대 · 미얀마. 프러시아계 혼혈의 영국 청년이다. 한 손에 마이크를 들고엉덩이를 흔들며 느끼한 목소리로 재즈 스탠더드 곡을 부르다 관객에게 윙크를 보내는 남자 재즈 가수들과 달리 컬럼은 티셔츠와 운동화 바람에 제멋대로 피아노를 치며 헤드뱅잉을 하는것이, 왠지 재즈 보컬보다는 록커에 가까운 가수다. 팝 스타 프린스처럼 갑자기 드럼 세트로 가서 현란한 드럼 연주를 하기도하고, 무대 한쪽 끝에서 뛰어와 피아노로 점프하는 '아크로바틱' 퍼포먼스를 보여 주기도 하는 것이 자유분방하기 이를 데없다.
컬럼은 첫 앨범의 성공으로 2004년 두 번째 앨범 《Twentysomething》, 2005년 《Catching Tales》, 2009년 《The Persuit》을 거치며 수많은 재즈 페스티벌과 소규모 콘서트를 소화하는 등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리하여 그래미와 골든 글로브 후보에도 오르며 20대 중후반, 트웬티섬씽'의 나이에 일약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다. 최근 들어 초창기의 음악적 균형미가 살짝무너진 듯해서 다소 아쉽기는 하지만, 일보전진 롱런을 위한 연단과 성찰의 성장통으로 봐 주어도 좋을 것 같다.
처음으로 들었던 제이미 컬럼의 음악은 재즈 스탠더드 <Blame It on My Youth〉였다. 알려지지 않은 중성적 보이스의 중견 여성 가수가 부른 곡인 줄 알았는데, 이제 갓 데뷔한 20대의 남자 신성이란 것을 알고 화들짝 놀라 대번에 이 곡이 담겨 있는 《Twentysomething》을 구하게 되었다. 《Twentysomething》은 재즈라고 하기에는 '불순물이 너무 많이 들어 있는 앨범이다. 요절한 '록의 전설' 지미 헨드릭스의 <Wind Cries Mary〉와역시 요절한 '비운의 귀재' 제프 버클리 Jeff Buckley의 〈Lover, YouShould Have Come Over>가 전자기타 대신 피아노로 편곡되어 들어 있는가 하면, 라디오헤드의 <High and Dry>까지 편곡해서 불러 주고 있다. 이런 록 스타일의 곡들 사이사이에는 유명 재즈 스탠더드 〈What A Difference A Day Made〉, 〈Blame Iton My Youth〉, 〈I Get A Kick out of You〉가 아무렇지도 않게 어울려 있다. 뮤지컬 곡인 <Singin' in The Rain〉 역시 컬럼 스타일의 재즈록으로 감칠맛을 더한다. 컬럼 자신이 쓴 곡도 앨범 타이틀곡인 <Twenty something〉을 비롯하여 다섯 곡이나 되는데 모두 재즈, 록, 팝, 포크가 버무려진 크로스오버 스타일의 음악이다. 《Twenty something》은 당찬 젊은이가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음악을 실어낸 음반치고는 비범하고도 노련한 구석이 여기저기 많아서 듣는 사람이 싫증을 내기 어려운 음반이다.
21세기 인터넷의 시대, 국경과 인종의 벽이 허물어지고 바야흐로 지구촌이 서로 교감하는 지금, 제이미 컬럼의 음악은신과 구를 아우르는 재즈계의 신형 엔진으로 보인다. 젊은나이에 부와 명성을 얻은 아티스트들이 극단적인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를 잊을 만하면 목도하는 현실이지만, 제이미 컬럼은 적어도 마약이나 약물과용으로 요절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나트라가 불러 크게 히트한 곡 <I Get A Kick out of You>에서 스페인 향수'라는 원래 가사를 '코카인으로 바꿔 "나는 코카인 따위에는 빠지지 않을 거예요. 한 번만 해도 아주 지겨울 거예요"라고 바꿔 불렀으니 말이다. 제이미 컬럼만은 위에서 언급한 지미 헨드릭스나 제프 버클리를 닮지 말고 프랭크 시나트라 닮아서 부디 꾸준히 오랫동안 롱런하기를 바란다.
제이미 컬럼의 진짜 첫 앨범은?
컬럼의 진짜 첫 앨범은 1999년에 제작사 없이 만든 《Heard It All Before》였다.우리 돈으로 10만 원쯤 제작비를 들여서 총 500장 찍었다는데, 요즘 이 앨범은이베이(eBay에서 한 장에 100만 원을 훌쩍 넘겨 거래된다고 한다. 10만 원으로 5억 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한 셈이니 봉이 김선달이 따로 없다.
제이미 컬럼과 클린트 이스트우드
2008년, 컬럼은 평론에도 흥행에도 성공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그랜 토리노Gran Torino〉의 주제가인 <Gran Torino>를 불러 골든 글로브 주제가상에 후보로 오른다. 이 곡은 재즈 애호가로 유명한 이스트우드가 직접 곡을 쓰고 컬럼이 작사를 했는데, 엔딩 크레디트에 쓸쓸하고도 덤덤하게 흐르며 영화를 마무리해준다. <그랜 토리노>의 영화음악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큰아들이자 재즈베이스 주자인 카일 이스트우드Kyle Eastwood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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