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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하루 & 더럽게 사랑하자 본문

내이야기

하루 & 더럽게 사랑하자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8. 14:54

하루 & 더럽게 사랑하자

며칠 전 도서관에서 몇 권의 책을 빌려 왔다. 그중에 마 광수 작가의 "더럽게 사랑하자"와 박 범신 작가의 "하루"를 보았는데 작가로서의 표현과 관점이 틀린 것은 당연하다지만 남자라는 점은 같음을 볼 수 있었다. 이미 성에 대한 가식 없는 표현으로 법적인 제재까지 받은 마 교수의 거침없는 성담론과 박 교수의 내밀한 표현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수컷으로서의 욕구에 대하여 책이라는 매체에 공개적으로 성애를 표현한 두 지성에게 친근감을 느꼈다.

"하루"에서 박 교수는 히말라야의 영혼에 심취했음을 보여준다. 기왕의 천주교(신자인지는 모르겠지만)를 힌두교로 바꾸고 싶은 속마음도 내 비친다. 하지만 가만 들여다보면 힌두교보다는 힌두 여신의 반구의 젖무덤에 더 관심이 있어 보인다. 여신도 좋지만 인간이 신이 될 수 있다는 점이 더 가슴에 닿았던 모양이다. 종교를 갖는다면 젖통 큰 섹시한 여러 아내를 거느릴 수 있는 힌두의 신들이 부러워서라도 힌두교를 택하고 싶다는 박 교수의 그런 솔직함이 마음에 와닿는다. 하지만 박 교수의 노골적인 표현은 거기까지였다. 성에 대한 표현은 전체적인 맥락이 어우러지는 곳에 있어야 문학적으로 인정을 받는 것일까?

"죄를 짓지 않고 사랑한다는 걸 상상할 수 없다. 그건 불이고 악마다.!"
사랑은 성찬이므로 무릎 꿇고 받아야 한다는 둥 하는 말은 속임수가 틀림없다. 우리가 무릎 꿇을 때 사랑은 우리에게 죗값을 요구한다. 최종적으로는 우리의 목숨까지도..."(박 범신의 하루 중)

박교수의 이런 성에 대한 관점은 마 교수의 생각과는 당연히 틀릴 것이다. 대한민국 지성들의 성에 대한 인식에 반기를 들고 있는 마 교수에게 "하루"에서의 표현은 유아적이라 생각할 여지가 많다. 마 교수에게는 박 교수 역시 모든 지성들 중의 하나로 볼 것이 분명하니까!

가지는 여린 새싹으로 태어나 키 큰 말뚝에 기대어 자라나는 식물, 우리에게도 그런 말뚝이 필요한 건 아닐까 물론 그 말뚝이 광신적 종교 같은 것이라면 만 되겠지만 민약에 "진실한 섹스" 같은 거라면.... 아, 아, ** 에 박아 넣은 싱싱한 가지 같은 거라면..... ( 마 광수의 더럽게 사랑하자 중)

두 글의 대비가 확연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런 차이가 있음에도 마 교수와 같은 의식을 가진 사람이 있는 것이 현재의 관점에서 당연하다 할 것인데 보편적으로는 그의 의식을 수용하면서 법적으로는 범죄자 취급을 하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건전한 성의식은 삶의 활력이고 건강한 사람의 자연스러운 생각인 것인데 자꾸 완고함의 틀 안으로 잡아 가두는 사회성이 성범죄를 일으키는 한 요소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마저 갖게 한다.

나는 성의식에 대해 인간은 가벼움에서 자유로움이 있다고 표현한 마 교수의 표현을 지지한다. 청소년기에 염천교 다리 위 노점상에서 팔던 빨간책에 대한 아련하고도 발칙한 기억이 기분 좋은 추억이 되어 슬며시 고개를 드는 것을 보면, 노골적인 성의 표현에 대한 접근의 시작만으로 비뚤어질 것이라는 일반적 관념을 수긍할 수 없거니와 충동의 자의적 조절로 자유와 방종의 경계를 이루어 내리라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 많은 남자들의 의식도 이런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생각으로는 마 교수의 주장에 박수를 치면서도 표현에서는 박 교수의 생각에 고개를 주억거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혹시 젊은이들 중에는 마 교수의 주장에 동조뿐 아니라 더한 표현을 당연시하는 사람도 있을 테지만 그네들의 생각도 세월의 때를 묻히다 보면 결국에는 나와 같은 평범성의 범주를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성을 자유로움으로 보며 즐기는 더럽게 사랑하자는 마 교수적인 생각과, 유교적 관념에서 사고하며 자의식으로 한 번 걸러 행하는 하루의 박 교수적인 생각 중 무엇을 택하느냐는 것은 각자의 선택이며, 특별히 얼굴을 붉힐만한 행동이 없었다면 지금껏 사고하며 행하던 대로 살아가는 것이 속 편할 것이다..

짙은 밤! 스마트폰의 테두리와 흡사한 쇼윈도의 투명한 창 앞을 한 펑키풍의 여자가 지나간다. 쇼윈도 안에는 마네킹 하나가 반토막 난 새까만 하반신의 엉덩이를 드러내고 거꾸로 꽂혀있다. 허리 근처에 유리판 위에는 잘라진 머리에 노랑머리카락을 둘러놓았서인지 머리 밑에는 붉은 핏자국 대신 밝은 금빛이 눈부시다.

- 어느 해 봄! 제네바의 사창가에서 바라본 풍경 -
" 당신 눈 앞에 현실적으로 이런 모습이 펼쳐지면 무엇을 연상할 것인가?


2013.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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