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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장릉의 하늘이 섧도록 파랗다. 본문
장릉의 하늘이 섧도록 파랗다.
베이글 한 개와 커피를 챙겨 오랜만에 영월행 버스에 올랐다. 차는 10시가 되자 곧바로 터미널을 뒤로하고 시원스레 고속도로로 들어선다. 외 자리 좌석을 배치받은 데다 앞 뒤에 아무도 앉지 않아 거치적 거릴 일이 없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유리창을 통해 들어온 쨍한 햇살의 따가움이 정겹게 다가온다. 푹신한 우등버스의 느낌을 한껏 느끼며, 한 입 커다랗게 빵을 베어 물고, 음악을 틀자 이어폰을 통해 라라 파비안의 아다지오가 흐른다.
나직하던 노래가 점점 격정적인 울림으로 온몸에 짜릿한 전율을 안겨 주고는 혼을 다해 부른 라라의 안타까운 날숨으로 끝을 맺었다. 노래를 듣는 동안 라라의 얼굴이 내 눈앞으로 점점 다가오다 빛으로 사라지는데 이 노래를 들으며 이렇듯 큰 울림을 받아 보기는 처음이다. 아다지오는 내면의 아픔을 스스로 치유하려는 간절함이 담겨 있는 노래인데 많은 가수와 연주를 들었지만 단연 라라를 위한 노래라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자기의 혼을 노래에 담아 불렀기에 들을 때마다 동화되는 느낌을 받는다.
이천방향의 표지판이 눈을 스치며 지나간다. "저곳에 민규가 살고 있는데!..." 수십 년 만에 연락이 닿아 통화도 하며 소식을 듣고 있지만 아직 만나 보지 못한 초등학교 친구다. 큼직한 눈망울에 잘 생긴 어릴 적 모습에서 중후하고 멋진 미중년의 모습으로 변한 모습만 사진으로 확인해 본 정도이다. "내년에는 시간을 쪼개 꼭 만나 그동안의 회포를 풀어야지!..."
차는 제천의 국도변에서 잠시 정차를 하였다. 금봉이 휴게소라! 울고 넘는 박달재의 노랫말에 나오는 금봉이의 이름을 따온 듯한데 너무 초라한 휴게소의 외관이 흡사 동네 구멍가게의 느낌으로 와닿는다. 이십여분이 지나 목적지 영월에 도착했지만 선뜻 내리기 망설여진다. 오늘 이곳에 온 이유가 무겁기 때문인데, 은덕을 아는 자로서 영어의 몸이 된 형님을 찾는 시기가 너무 늦어 후회와 미안함이 발길 가득 잡아끌고 있기 때문이다.
면회신청을 하고 잠시 기다리자 몇 호실로 가라는 안내 방송이 들렸다.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형님이 들어섰다. 서로 유리창을 마주한 채 잠시 침묵이 흐르고 전자시계의 20분 표지가 깜빡이기 시작했다. 먼저 형님께서 먼 길 찾아와 고맙다며 말문을 열고 저간의 사정을 얘기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몸은 상해 보이지 않고 당신도 국선도로 몸을 다스려 이상은 없다 한다. 그러나 마음을 정리하기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하는데 얼마 안 되는 돈에 육신이 얽매어 있으니, 마음인들 편할까! 주변분들도 형님의 사정을 이해하고 다들 방문을 해 주셔서 그나마 위로가 된다 하시니 가슴 한편의 묵지근함이 조금은 덜어지는 느낌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는 중에 벌써 시계의 숫자는 0을 가리키며 면회시간이 종료되었다는 야속한 안내말이 들렸다. 아직은 어색할 텐데 왠지 익숙한 듯 천천히 일어나 이제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남기며 돌아서는 형님의 뒷모습이 쓸쓸하다. 오늘따라 유난히 작아 보이는 형님의 모습을 바라보는 내 마음도 먹먹하기 그지없다.
돌아오는 길!
평소라면 운치 있어 보일 길가의 잔설도, 하늘거리는 억새의 흔들림도, 팔괴교 밑을 흐르는 동강의 푸른 물빛마저도 처연해 보인다. 버스를 기다리며 잠시 장릉엘 들렀다. 형님과 다닐 때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더니, 지금은 아무도 없이 고즈넉하다. 나지막한 구릉 위 양지바른 곳에서 쉬고 있는 단종을 배알하고 고개를 들자, 능을 비치는 오후의 햇살은 투명하게 솔잎 파리에 얹히고, 쪽빛 하늘은 저리 섧게 푸르다.
2013.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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