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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어느 사진집 본문

내이야기

어느 사진집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2. 9. 16:31

어느 사진집

이 도시가 꿈꾸었던 그 꿈은 무엇인가!라는 이 사진집~ 참 불편하다. 펼쳐 놓고 보기 힘들게 편집이 되어 있어, 한가로이 옛 감정을 끄집어내기 힘들게 민든 사진집이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작가의 말마따나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사진전의 선택에서 제외된 아픈 과거를 지닌 무녀리들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사진 속 이미지의 어떤 영상이 작가를 사로잡고 있었기에 뒤늦게 빛을 본 사진들이지만 전후가 없고 맥락이 없어 온전한 과거를 삭인채로 작가만 알 수 있는 기억 속에만 존재하는 약점을 지닌 사진들이 대부분이다.

2012.7. 월 중순께 이 영욱 작가의 "작업노트"에 적은 말을 빌면 이 사진들은 지금으로부터 18년부터 21년 전의 사진들이다., 사진집의 중심이 되는 자유공원 주변 건물과 이미지들 중의 일부는 벌써 사라져, 현실에는 없거나 변화되어 어딘지 알아보기 힘든 사진들이다. 작가는 사라져 버린 대상이 상상력을 촉발시키는 불안하고 우연한 쾌락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예지력 있는 이 영욱 작가의 말에 부합하듯 나는 이 사진집을 접하는 순간 팔다리에 찌르르한 전율이 흐르면서 그 우연한 오르가슴을 확실하게 체험하게 되었다. 사진 속 거친 듯 무심하게 찍힌 피사체들은 내 과거의 오롯한 추억을 하나하나 떠 오르게 하며 타임머신을 타고 그 시기로 돌아간 듯 눈에 익은 과거의 모습들이 생생히 재연되고 있었다.

차이나 타운의 중심에 있는 "송" 식당 앞 삼거리는 주변 상인들도 사진의 장소가 어딘지 알지 못하였지만 나는 "송" 식당 옆집이 개발위원장을 하던 김 재규 씨네 집이고 지금의 "청관"이 "황해 여관" 자리이며 "공화춘" 은 잘못 선 보증으로 쫄딱 망해 고향으로 내려 간 푸줏간 주인 박 순태 씨 집이고, "대원 한약방"자리가 현재의 "자금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연경 자리의 비닐하우스 화원은 자주 들렀던 인천 분식의 연옥이 아버지 김 형태 씨가 운영하던 곳이라는 것도, 지금 밴댕이 골목 입구의 "화신 제과"는 영성형이 아침마다 고소한 식빵을 만들어 내던 곳이고 바로 옆이 철수 아저씨네 한 평짜리 과일집이라는 것을 누가 지금까지 기억할 것인가. 과일가게 맞은편 "평안 약국"의 김 약사가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그 얼마일까?

중구청 뒤! 철거되어 터만 남은" 비둘기유치원"자리, "청아장" 뒤쪽 주차장 자리에서 바라다 보이는 자유공원의 야조사의 귀퉁이와 한때 하인천의 장 수환사장과 인천의 선박왕 자리를 다투던 김 철완 씨 집 앞이 저렇게 넓어질지 아무도 몰랐을 것이며, 고수가 출연했던 드라마 "피아노"를 촬영한 남부교육청 앞의 담쟁이덩굴 집과, 드라마 촬영을 위해 임시로 걸어 놓았던" 북성 외과병원" 사진에 보이는 건물이 당시 대한민국에서 한 명밖에 없던 중국인 통장 여 성원 씨 집이라는 것도, 평범한 맥주집으로 변한 백제성 싸롱 앞의 흰색 말 부조까지... 추어탕을 팔던 진주집, 약수 목욕탕, 동방 식당, 덕수 모텔. 수도사업소 건물, 새마을 집으로 내려가는 계단, 월미도 주변과 공기총 사격장, 자유공원 비둘기집과 비둘기 식당 등등... 누가 이런 시시콜콜한 사실을 기억하려 할까!...

이렇게 이 동네의 소소한 과거와 현재를 매치시킬 수 있는, 내게는 마치 타임머신같이 귀하디 귀한 이 도시가 꿈꾸었던 그 꿈은 무엇인가!라는 사진집을  맥주와 탕수육을 샀다고 작가를 회유하며 강탈하듯 내게 건네 준, 차이나타운 입구의 "나비 카페" 주인장 겸 화가 " 나비" 에게 이 글을 빌어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나비 덕분에 우연히 자리를 함께 했던 나비 친구 일타 아트 신 종철 님과 , 나의 절친한 친구 노 선생에게도 이 글을 빌어 고마움을 전하고 싶고, 누구보다 이 영욱 작가님께 심심한 감사를 드린다....

" 나비님! 한번 조촐한 자리 한번 마련해 주시게..
사진집의 대가를 치를 수 있게..."

2014.2.15 

정면의 2층기와집이 현재의 " 송 " 식당 자리이며 건물 오른쪽이 인천역으로 내려가는 길이고
왼쪽이 차이나타운 박물관 가는 길이다. 송 식당 뒤 2층 건물이 김 재규 씨 집이고 김재규 씨집 앞이
지금의 자금성 건물이다.

자유공원에서 내려오다 보면 파란색 청기와를 머리에 쓴 패루가 보인다. 사진 앞에서 뒷짐 짓고 걸어가는 분이 있는 곳에 선린문이 서 있다. 왼쪽 커다란 나무에 가려진 건물이 중국인교회이고 오른쪽 차량 쪽에는 현재 "캐슬" 카페가 운영되고 있다.

왼쪽 길이 짜장면박물관 뒤쪽으로 올라가는 밴댕이 골목 입구이며 백옥 비디오 간판 앞 길 건너편에 올림포스호텔이 있다. 화신 제과의 영성이 형은 대한항공 다니던 철이 형을 알면서 절친하게 지내던 분이며, 당구장 인열이 형과는 서로 친구 사이였다. 일미 분식 자리에서 과일가게를 하던 철수 아저씨는 나와 껄끄런 관계를 유지하다 친해질 만하니 만수동으로 떠나 섭섭함을 안겨 주던 분이라 유독 기억이 난다.

사진 출처 : 이 도시가 꿈꾸었던 그 꿈은 무엇인가 - 사진작가 이 영욱의 사진집 중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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