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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제갈공명의 적벽대전 본문
제갈공명의 적벽대전
제갈공명의 적벽대전
"여기가 《삼국지》에서 제갈공명이 조조의 대군을 무찌른 적벽입니다." 내가 가장 가기 싫어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무엇보다 태어날 때부터 위와 장이 좋지 않아 물이 나쁜 나라에 가면 고생이 심한데 중국은 사막화가 진행 중인 물부족 국가다. 또, 중국 음식 특유의 향채 냄새는 사흘 전 먹은 물까지 토하게 만든다. 하지만 중국을 여행하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 있으니, 고전 속에 등장하는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매력 때문에 인천공항에 들어올 때마다 다시는 가지 않는다, 이제 중국 쪽을 바라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하다가도 기회만 있으면 발길이 옮겨지는지 모르겠다.
중국의 고전, 특히 《삼국지》는 장소의 이동이 심하다. 주인공 유비는 늘그막에야 자기 나라를 가질 수 있었고 그 전에는 그저 이 장군, 저 장군의 밑에서 식객 노릇을 하던 망해버린 황실의 후손에 불과했다. 이러니 유비에게 정해진 땅이나 자신만의 왕국은 있을 리 없고 평생을 원소, 공손찬, 심지어 조조의 밑에서 몸을 의지하며 눈칫밥을 얻어먹었다.
이런 유비가 황건적의 난에 대항해서 의병을 모아 싸움을 할 때에는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녔다. 싸움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달려가서 싸웠는데, 지도를 보지 않으면 도저히 짐작도 할 수 없다. 중국의 지명이 당시나 지금이나 같은 지명이 겹치는 곳이 많다. 아마 책을 읽는 독자들도 그곳이 어떤 곳인지보다는 등장인물이 어떤 일을 했고 술 좋아하고 욕 잘하는 장비가 어떤 익살스러운 짓을 할지, 관우가 어떤 무용담을 보여줄지에 더 관심이 쏠릴 것이다.
모름지기 대규모로 군사를 움직일 때에는 예나 지금이나 자기에게 지형적으로 유리한 전쟁터를 먼저 선택해야 하는데, 《삼국지>의 전반부에는 그런 내용이 드러나지 않는다. 이렇게 지도나 나침반도 없이 전쟁터를 누비는 것은 <오디세이>도 마찬가지이다. 오디세우스가 항해를 하면서 길을 잃고 헤매는 곳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가 나와도 어차피 상상 속의 이야기이다 보니 그곳이 어디인지 독자들은 알 길이 없다.
그런데 제갈공명이 등장하면서 이야기의 전개가 크게 변한다. 먼저 제갈공명이 첫 번째로 대승을 거둔 적벽을 보자. 양쯔강 수운을 낀 이 지역은 겨울에는 북풍이 불고 대규모 선단이 없으면 강을 건널 수 없는 양쯔강의 중류를 넘어선 지점이다. 제갈공명은 평생 자기가 설 자리를 모르며 길을 잃고 헤매던 주군에게 싸울 곳이 이곳이라는 것까지 지시할 정도로 구체적인 복안을 들고 나선다. 적벽의 지형과 겨울철의 기후까지 자세히 설명해서 오늘날 《삼국지》 폐인들도 누구나 적벽이 어디인지 알 정도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자기 땅 하나 없이 천하를 유랑하던 유비에게 촉한 지역을 잡아 천하를 3등분으로 나눠 지배하지는 제안을 처음하는 이도 제갈공명이다. 오늘날로 보자면 제갈공명은 비 오는 날 운전을 하다가 시골길에서 방향을 잃었을 때 길을 찾아주는 GPS 같은 사람이다.
유비의 방랑은 단지 싸울 땅이나 근거지가 될땅을 찾지 못한 데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 유비는 한나라 황실의 종친으로 황제의 허락도 없이 천하를 나눠 황제에 오를 수 없다는 자존심 하나만으로 버틴 인물이다. 어쩌면 방랑생활 속에서 유비라는 사람을 지탱해준 것도 황실 자손이라는 자존심이었고, 그는 누구를 만나도 항상 자신이 황실자손임을 밝혔다. 즉, 자기 혼자는 설 수 없고 집안의 배경에 기대어 남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그런 인물에 불과했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이런 유비에게 일대의 모험을 하도록 권유한다. 한 황실의 일원이 아니라 촉한 지역을 다스리는 황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이다.집안 배경에 기대며 "제가 유비입니다”가 아니라"한 황실 자손으로”로 시작하는 족보 소개를 대신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 촉한을 다스리는 황제가 되라는 말이다. 오디세우스가 길을 잃고 방랑할 때 오디세우스를 옳은 길로 인도한 이는 아무도 없었다. 신들은 서로 질투와 시기를 하며 자기들 싸움에 오디세우스를 끌어들였다. 오디세우스는 자신의 의지로 온갖 역경을 헤치며 성장한 인물이지만, 유비는 오디세우스 같은 타고난 능력도 지혜도 용기도 없었다. 이런 인물이 자신의 길을 찾는 데 도움을 준 사람이 바로 제갈공명이며, 그저 혼란 속에서 흔전만을 거듭하던 《삼국지》에 생생한 사실감을 더해주었다.
#적벽대전 #이서규 #고전의 숲에서 지혜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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