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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진관사 소풍사진을 보다가 본문
진관사 소풍사진을 보다가
정리중인 사진을 확대하면서 보던 중에 74년 진관사에서 찍은 소풍사진에서 그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전재욱의 얼굴을 보게 되였다. 74년이면 문세광의 흉탄에 육 여사가 돌아가신 세상의 풍파가 일던 시기였지만 친구들의 얼굴은 너무도 평온하다.
원래 점심을 안 먹는다는 전 재욱이는 어떻게 변한 모습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지 꼭 한번 보고 싶다. 죽은 안희와 친하게 지내던 재욱이는 운동장 화장실에서 나눠 피던 담배 친구로 자리매김되었을 뿐이지만 아무런 추억거리 하나 없는 친구들보다는 훨씬 마음이 당기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졸업 후에 인연이 끊어지며 단 한 번도 얼굴을 마주하지 못하였는데, 친구들도 재욱이만큼은 아무도 만난 적이 없다며 도리질을 하고 있다.
오른쪽에 앉은 흥균이는 학창시절 대구에서 서울로 유학을 하던 녀석으로 효창동하숙집에 간혹 놀러 갔었는데 졸업 후 직접 얼굴을 한 번 보지 못하였지만 동창 카톡방에는 간간 얼굴을 내밀어 낯설지는 않은 친구이다. 혼자 뒤쪽에 서서 그윽한 미소를 띤 대형이는 정선에서 택시사업을 하며 경조사에서 만나고 있는 편이라 두 친구들보다는 낫다.
청춘시절의 꿈과 치기들이 스러져가는 지금 사진속의 젊음은 어떤 미래들을 꿈꾸고 있었을까 궁금하고 졸업 후 동창회에 한 번도 안 나왔지만 면면이 이름이 떠 오르는 친구들이 어찌 세상을 살아내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어찌됐건 살아 있는 친구들은 이러구러 살아 내고 있겠지만 학창시절의 추억으로 부대끼며 지내던 친구들 중에는 이미 세상을 떠난 친구들이 우리를 안타깝게 하는데..
우리 중에 제일 먼저 고인이 된 이 평택군의 죽음은 우리 세대가 마지막까지 짊어지고 가야 할 시대적 숙명이고 광주의 아픔을 함께하는 슬픔이기도 하다. 형제간의 비극이 이 나라에 다시는 있으면 안 될 이유를 뼈아프게 남기고 간 친구이기에 더욱 애달프다. 성실한 군인의 길을 가다 졸지에 세상을 등진 연 안희군의 떠남 역시 우리 모두를 슬프게 하였다. 진급이라는 삶의 명제로 산골로 들어가 근무를 하다 뇌출혈로 손도 쓰지 못한 채 가버려 아픔을 배가시켰다. 세월 참 빠르다 내 절친 기경이가 세상을 떠난지 벌써 9년이나 흘렀으니 삶이 힘들어 세상을 떠난 기경이에게 새삼 명복을 빈다.그리고 평택 너른 정원에 연꽃농원을 만들며 꿈을 키우다 병으로 간 민성이, 뜻이 잘 맞아 부부동반 해외여행까지 다녀오며 정년 이후의 삶에 힘을 보태다 암으로 가버린 광진이까지 벌써 60여 명 중에 5명이 하늘로 떠났다.
학창시절의 사진을 보다 뜬금없이 하늘친구들을 끄집어 내는 것을 보니 나이가 들어가는 방증인가 보다. 이제 다섯 친구는 우리가 올려보는 세상을 그윽하게 내려다보며 언젠가 함께 할 친구들에게 미소 짓고 있으리라.
이병택,연안희,이기경,이민성, 그리고 조광진.. 그동안 잘들 지내자. 2023.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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