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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한밤중 꽃게 보따리를 선물하고 떠난 선녀 본문
한밤중 꽃게 보따리를 선물하고 떠난 선녀
한밤중 선녀가 전화를 하였다. "주무시는 거 아니죠?"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선녀 특유의 맑고 경쾌한 목소리다.
"그럼 ~ 헌데 늦은 시간에 웬일이냐?
"아~ 네 드릴 게 있어서요, 댁으로 갈테니 잠깐 내려 오실래요.."
집 앞에 선녀와 상준이가 커다란 비닐봉지 하나씩을 들고 서 있다. 작년 가을에도 직접 길러 말리고 빻아 온 금같이 귀한 고춧가루 더미를 안기더니 이번에는 그물을 쳐서 잡아 올린 꽃게와 텃밭에서 기른 고구마 줄거리를 손질해서 들고 왔다. 너무 늦었다며 황망스레 선물만 안기고 떠나는 두 부부의 이쁜 마음을 받으며 배웅을 하는데 고마움이 한가득 부풀어 오른다.
용유도 선녀바위근처에서 갓 잡아 올린 꽃게들이라 그런지 아내가 손질을 하려는데 퍼득이며 발차기를 하는 모습들이 활기차다. 그나저나 상준이는 정년퇴직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직접 그물을 치고 이렇게 푸짐하니 꽃게를 잡아 친구들에게 나누러 다니는 게 어부가 다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벌써 삼십년이 훌쩍 넘었나? 선녀와 상준이가 이렇게 해로하는 모습을 보자니 부부의 연을 이어 준 사람으로 뿌듯한 감정을 숨길 수 없다. 그나저나 딸내미들 혼사소식이 있을 만 한데 언제나 알려 올까..
상준아,선녀야. 너희 부부 긴 세월 정다운 모습으로 잘 살아 가서 고맙다. 상준이의 희끗한 머리칼이 참 멋지더구나. 선녀는 환갑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 아직도 처녀같은 모습이 살아 있어 깜짝 놀랐어. 처음처럼 지금처럼 앞으로도 이렇게 알콩달콩 잘 살아가길 바란다.
2023.09.26
https://alzade57.tistory.com/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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