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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한가위를 맞아 선녀가 찾아왔다. 본문
한가위를 맞아 선녀가 찾아왔다.
형과니이야기/내이야기들
2022-09-08 17:21:52
아침부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나는 내가 아는 모든 분의 이름을 등록해서 전화번호를 저장해 둔터라 이름이 없는 전화는 받지 않는다. 전화가 끊어진 지 잠시 후에 정말 오랜만에 우리 집으로 온다고 선녀로부터 전화가 왔다. 알고 보니 먼저 전화는 선녀의 남편 상준이의 전화였다. 세상에 011 번호를 바꾼 지 얼마 안 되었다니 녀석의 고지식함을 그대로 피부로 느낄 수 있겠다.
오래전 선녀는 용유출장소, 상준이는 건축과 근무시 함께 근무하던 직원들로 내 삶에 있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어설프게 둘의 연을 이어 주었는데 지금까지 오손도손 잘 지내고 있다니, 중매를 선 입장에서 고마운 친구들이다. 결혼한 후 지금까지 주말이면 선녀의 친정에 무시로 드나들며 농사일을 도와드렸는데 올해 심은 고추 작황이 좋아 정성스레 가루를 내어 묵직하니 담아 집에까지 찾아와 선물을 하였다. 큼직한 사과 상자와 함께..
뜻밖의 고춧가루 선물을 받은 아내가 반색을 한다. 그렇지 않아도 올해 김장고춧가루로 백령 고춧가루를 살까 강화장엘 갈까, 홈쇼핑에서 살까를 저울질하던 중에 직접 농약도 안치고 정성을 다해 재배한 고춧가루를 선물 받았으니 한시름 덜었다며 연신 고마움을 얘기하고 있다.
숭의가든으로 옮겨 함께 점심을 먹었다. 상준이가 6월 말에 정년퇴직을 하였단다. 30여 년 동안 부침도 많았을 터인데 대과 없이 정년을 맞이한 후배의 목민관 생활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퇴직을 하기 무섭게 이곳저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온다는 선녀의 낭군에 대한 자랑이 사랑스럽다. 아무렴 기술자에 능력이 출중하여 퇴직 후라도 쓰임새가 많을터이니 당연할 거야. 그래도 당분간 마음을 추스르며 휴식을 하고 내년에 거취를 정하겠다는 후배의 말에 든든함이 느껴지면서 아직 미혼인 딸 셋의 앞 날을 신경 써야 한다는 현실적인 말에는 지극한 동의를 할 수밖에 없다. 그나저나 우리 경민이 녀석은 언제 장가를 가려나..
대화 중에 함께 근무하던 용식이와 조훈이 둘 다 암으로 저 세상으로 갔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내가 명퇴를 하고 소식을 놓고 있던 중의 일이라 더욱 마음이 안 좋다. 상준이에게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정석이의 소식을 전해주니 깜짝 놀란다. 직렬은 달라도 함께 근무하여 서로를 알던 친구의 소식이라 황망한 표정이다. 바쁜 조직생활에 서로를 못 챙기며 지나는 일들이 무수히 많을진대 생활패턴이 달라 소식을 놓치고 뒤늦게 알며 아쉬움을 토로하는 이런 일들이 앞으로 또 얼마나 생길지 모르겠다. 그래도 한가위를 맞아 선녀를 맞이하여 잘 살아가고 있는 소식을 듣고 마음 훈훈함을 간직하며 보낸 오늘 하루는 뿌듯하고 복 된 날이다
용유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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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遊 回 想 (용유회상)
⿓ 遊 回 想 (용유회상) 그날의 가을 햇살은 유난히 따가웠다. 구읍나루터에서 출발한 버스는 가르릉 거리며 돌팍재를 넘는다. 넙디를 지나 진동 고개에서 낡은 버스의 거친 숨소리가 여전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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