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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홍빈씨와 지낸 오늘이 편하다. 본문
"현관이 형! 점심같이 해요.."
전화 속의 홍빈 씨 목소리가 밝고 힘차다. 내 목소리도 카랑한 듯하여 마음이 좋단다. 채비를 하고 나갔더니 이미 집 앞에 도착해 있다. 홍빈 씨를 만나지도 벌써 30년이 다 되었다. 출입기자와 공보관으로 만나던 때가 아스라하다. 십여 명의 출입기자 중에 훤칠하고 듬직한 데다 마음 편히 대화할 수 있던 몇 안 되는 친구 중 하나였다. 지금은 인천언론의 한 축을 맡아 분골쇄신하고 있는 어른으로 자리매김하였으니 충분히 격세지감을 느낄만하다.
일전에는 진흥각, 이번에는 화수동의 벌교꼬막정식을 먹었는데 동네 맛집인지 주차도 힘들고 밖에서 대기까지 한 뒤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식사 중에 지난 12월 한겨울 제일 춥던 날 '알몸마라톤대회'를 주관하여 실행한 얘기를 하는데 체감온도 영하 16도의 매서운 추위에 준비를 하는 과정과 80대 할머니의 참가 에피소드를 이야기하는 면면이 흥미로웠고, 윤정부 들어 옥좨오는 보조금 사용에 대한 불편함을 이야기할 때에는 오너의 책임감이 묻어 나온다.
"형 몇 년생이죠? 나? 정유생이야.. 아 그래요, 저도 이제 연금을 받기 시작했어요."
뜬금없이 나이를 물어보는데 그럴만하다. 서로간의 근황을 묻던 중에 오늘이 내 친구 광진이 기일이라는 말에 사고사한 홍빈씨 동창의 얘기가 따라 나오면서 요즘 만나는 친구들과의 대화에 단골인 죽음이 등장한 탓이라. 청년시절이야 한 두 살 차이라도 깍듯했는데 이제 환갑들을 넘기고 나서부터는 몇 살의 차이는 의식도 안 된다. 젊은 때 두세 달 못 만나면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듯한데 지금은 이 삼 년 못 만나도 그리 떨어진 간극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홍빈 씨의 넋두리가 새삼스럽지도 않고 금세 공감이 되며 가슴을 치고 들어 온다.
식사 후 자유공원 야조사 앞의 위크앤드라운지 카페에서 커피 한 잔 하였다. 창문에 써 놓은 ‘기분 풀고 느긋하게 즐기면서 머리를 식혀보라’는 바이런 베이 입구의 입간판에서 따 온 듯한 문구가 마음을 편하게 해 주었고, 옛 친구들의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모르며 곰살맞은 대화가 이어진다. 잘 나가던 대화는 꼭 한 녀석 이야기가 나올 때 즈음이면 말이 거칠어지고 흥분을 하게 되는데 젊은 날 나와 홍빈씨 그리고 주변인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준 김 현철이라는 질 나쁜 녀석 때문이다. 이 녀석 말이 나오게 되면 장소를 옮겨 마음을 가라앉혀야 한다 오늘도 부지불식간에 그 녀석 이야기가 나와 설렁 대화를 끝내고 자리를 옮겼다. 우리가 만나는 시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몰라도 아마 둘 중 하나 죽을 때까지 이어질 듯한 고약한 끈이다.
모처럼 당구 치는 친구를 만났으니 한 게임 안 할 수 없다. 홍빈 씨 신문사 근처에서 한 게임 하려는데 대대의 위용이 눈 앞에 펼쳐진다. 여지껏 중대에서만 게임을 했는데 낯 선 대대에서 포인트를 제대로 못 잡고 크기의 변화에 눈이 선 탓인지 어깨에 자꾸 힘이 들어가며 밀어 쳐야할 때 밀지를 못하고 끊어치기를 반복한 끝에 2:0 완패를 당하고 말았다. 처음으로 내게 패배의 기분을 안겨 준 기분이 좋았는지 벙긋 미소짓는 홍빈씨 얼굴이 달덩이 같아 외려 기분이 좋다. 서로 몸관리 하느라 술들을 즐기지 못해 그만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며 주안역에서 헤어졌다.오늘은 하늘의 분위기가 정답다.한 주일에 한 두번쯤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계속되는 생활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나이 들어 찾아주는 친구가 있고,
만남을 즐겨하며,
할 일을 찾아 움직이고,
배움을 지속하라는 말이 문득 새로워진다. 2024.1.11
https://alzade57.tistory.com/3031
오직 두 사람
오직 두 사람 다들 충고들을 하지요. 인생의 바른길을 자기만은 알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서요. 친구여, 네가 가는 길에 미친놈이 있다니 조심하라, 그런데 알고 보면 그 전화를 받는 친구가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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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풀고 느긋하게 즐기면서 머리를 식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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