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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나 내일 인천 가도 되나?" 본문
후쿠오카여행에서 돌아와 귀국보고를 하지 않았더니 윤석이가 미리 안부를 물으며 뒤통수 한 대 치고서 하는 말,
"나 내일 인천 가도 되나?"
"그럼 당연하지 친구가 온다는데 무조건 되지."
이어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라 알량하게 귀동냥으로 듣던 공자님 말씀한 줄 중얼중얼..
동인천 방송국에서 만나기로 하고 두열이와 석이도 시간 되냐 물었더니 석이는 딸내미가 생일상 받아 준다고, 두열이는 아들내미 집에 가야 된다며 참석을 할 수 없다고 한다. 이어 석이가 가성비 좋은 화평동 칼국수집과 신기시장 방면의 만오천 원짜리 이모카세까지 알려 주며 술 한잔 하라 종용을 하는데 윤석이나 나나 술에 대해 주의보가 내려진 상태이라 그저 빛 좋은 개살구 쳐다보듯 군침만 삼킬 수밖에 없겠다. '석아 너도 조심해라..'
그나저나 요즘 두 녀석들이 아들 딸내미들 핑계로 만남이 뜸하다. 혹시 지난 번 용옥이를 모임에 가입시키는 것을 반대해서 그런 것 아니냐며 윤석이가 의중을 밝히기에, 설마 그럴까 하였지만 왠지 갸우뚱해지는 고개를 바로 세우려면. 다음 만날 때 필히 물어봐야겠다.
오늘 윤석이를 만나 당구 한게임 치고 화평칼국수와 이모카세 대신 신포시장에서 민어회나 먹으렸더니 회 먹으려면 술이 당길 텐데 괜찮을까 의심의 눈짓을 보내는 윤석이의 취향을 존중하여 술 한잔 없는 순댓국 한 그릇으로 아쉬움을 달래고 말았다. 이어 차 한잔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느닷없이 일자리를 알아 보라며 연락처를 가르쳐 준다. 참 마음씀씀이가 고마운 친구로다. 여태껏 수많은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나이만 먹고 할 줄 아는 게 없는 나를 받아줄 자리가 없어 돌아오지 않는 대답만 기다리는 신세지만, 친구의 의리와 정성에 나의 간절함을 담아 월요일에 전화 한 번 해 봐야겠다.
2024.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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