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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용자회 송년회 본문
용자회 송년회 공지 / 2023.12.18일
일시 : 12월 24일 오후 5시
장소 : 영등포 삼화갈비
소방서 골목 꺾어들면
오래된 삼화갈비집
지글대며 볶아지던 갈빗살에
넌 소주잔 기울이고 난 웃어주고
가끔 그렇게 안부를 묻던 우리
올해 기억 속에 너와 만남이 있었는지
말로는 잊지 않았다 하면서도
우린 잊고 있었나 보다
나라님도 어렵다는 살림살이
너무 힘겨워 잊었나 보다
12월 허리에 서서
무심했던 내가 무심했던 너를
손짓하며 부른다
오래된 그 집에서
일 년 치 만남을 단번에 하자고..
그리고 크리스마스이브 송년회 당일..
눈이 온 크리스마스 이브 구일역을 지나는데 하얗게 쌓인 눈이 빛나고 전철 안에는 이브를 즐기러 가는 청춘남녀들이 도란도란 대화하는 모습이 다정해 보인다.
이윽고 도착한 영등포역,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동창들을 만나러 이곳을 오는데 오늘은 다른 때와 달리 심란한 마음이 크다. 약속장소에 누가 나올지,, 지하상갓길을 걷는데 윤석이를 만났다. 근무중인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만날 줄은 몰랐다. 쉬는 시간에 잠깐 들리마하는 윤석이의 미소가 따뜻하다. 심난한 마음에 희망이 솟는다. 느낌이 좋다.
시간에 맞춰 도착한 삼화갈빗집은 이제 삼화추탕집으로 바뀌었고 그나마 일요일이라 문을 닫았다. 약속시간인데 아무도 없다. 바로 앞집에 정갈한 식당이 있길래 연락을 하는 중에 성환이가 나를 부른다. 반가이 인사를 하고 우선 식당엘 자리 잡고 그간의 안부를 물으며 대화를 하는데 늘 그렇듯 우리 때의 큰 변동이 없는 건강과 주변이야기일 뿐이다. 다만 다른 부분이 옆자리에 친구들이 없어 조금은 아쉬울 뿐.. 독감 걸려 못 온 희원이와 식구들 모임으로 참석을 못한 승원이만 소식을 알렸고 다른 친구들은 아예 모임에 대한 의중을 보이지도 않았다.
지난 5월 모임에도 성환이와 승원이만 참석하였다. 늘 10여명이 떠들썩하던 옛 분위기는 스러지고 없다. 나도 이제 전체적인 모임은 신경을 거두려고 한다. 이 나이 되도록 반목으로 시간을 보이는 모임에 신경을 쓰고 싶은 생각이 없다. 서로 잘못이 있으면 투덕대며 욕도 하고 용서하고 그러면서 살가움을 나누는 친구들이 되어야 할 텐데 지난 몇 년간 상황을 보니 용서의 마음이 없는 친구들과 대화를 해 나간다는 게 더 이상 의미가 없을 듯하다,
민성이도 광진이도 떠난 지금 그저 잘못을 이해하고 서로간에 대하는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남은 시간들을 보내며 지내는 게 맞는 듯하다. 후에 누구든 손을 내밀면 힘껏 잡아 줄 여유는 있으니 언제고 다가와 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오늘은 그렇게 성환이와 윤석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에 마음의 짐을 내려 놓았다.
셋만의 송년회를 마치고 간단히 당구 한게임 친 뒤 헤어졌다. 영등포지하상가에는 중고 알라딘서점이 있다. 우연히 눈에 띈 보물창고이다. 그 곳에서 '서남아시아의 음악문화' 한 권을 구입했다. 기존에 소장하고 있는 '월드뮤직' 책자로는 조금 부족했던 아시아지역의 음악을 알게 할 내용을 보니 시간에 쫓겨 나와야 했던 알라딘을 다시 가야 할 명분이 생겼는데 게다가 새책인데도 반값이라.. 배다리 아벨서점과 함께 챙겨 볼 책가게를 알게 되어 잘 되었다.
다음에는 가는 김에 근처에서 근무하는 잘 생긴 내 친구 윤석이도 함께 봐야지. 우리 친구들도 어디서든 앞으로 살아가는 길에 이런 조그만 즐거움을 느끼며 지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이번 역은 주안.." 전철 안내방송이 들린다. 곧 제물포라 읊겠다.. 또 이렇게 하루가 가고 있다..
"안녕 친구들, 메리 크리스마스"
2023.12.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저녁에
과거를 잊고 현재를 즐기면서 살아야
짧은 인생을 가장 의미있게 살 수 있다 –니 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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