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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연꽃향기에 마가렛이 춤추던 날평택 어귀,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나타나는 연못들이 있다. 연못 주위에는 아직 완전히 피어나지 않은 연꽃과 수련들이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자태는 마치 수줍어 첫사랑을 고백하는 듯, 애틋하고도 우아하다. 그날은 일요일 아침, 한갓진 일상을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모여 웃음꽃을 피우던 날이었다.친구의 농장은 그야말로 꽃들의 천국이었다. 봄의 끝자락을 넘어서기 전, 여름이 밀려오는 이 계절에 가장 빛나는 것은 다름 아닌 연못가의 연꽃과 그 옆에서 군무를 추는 마가렛 꽃이었다. 마가렛들은 하얀 치마를 입은 듯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연못 주위를 환하게 수놓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꽃들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자랑이라도 하듯 활짝 웃으며 춤을..
초연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법살다 보면 누구나 힘들고 헛헛할 때가 찾아온다. 마음 한구석이 울적해지고, 왜 살아야 하는지 묻는 자조감이 고개를 들기도 한다. 그런 순간이 오면, 우리는 친구를 불러 술잔을 기울이며 푸념을 털어놓곤 했다. 끊었던 담배도 다시 물고, 세상에 대고 한바탕 감자질도 하며 위안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다음 날, 남는 건 친구의 아픈 마음과 자신의 속 쓰림뿐이었다.그래서 이제는 다르게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을 향해 외치고, 술로 마음을 달래기보다는, 우리에게 주어진 소중한 추억들을 떠올려보는 것이다. 바쁘게 살아가는 친구를 불러내지 않아도, 술 한 잔 덜 마셔도, 그 추억들이 마음속에 여유와 평안을 가져다줄 수 있을 것이다.돌이켜보면, 우리에게는 수많은 즐거운 기억들이 ..
https://youtu.be/pLR0IMIkVAs?si=TlfZ0wtCKt7SsjA9 딴뜨라의 친구들, 인천에서의 연극 같은 하루10월의 어느 날, 윤석이와 광진이, 석이가 인천으로 내려왔다. 친구들과의 재회는 언제나 그렇듯 기대와 설렘으로 가득했다. 우리는 인천의 오래된 풍경 속에서 시간을 보냈다. 자유공원을 돌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제물포구락부에 들러 옛것의 흔적을 더듬어 보았다. 중구청 앞 카페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추억 속 대화를 나누는 순간마저도 인천의 풍경 속에 스며들어 갔다.대전집에 들러 스지탕의 깊은 국물 맛과 소주의 따끔한 첫 모금이 가을 저녁의 서늘함을 잊게 했다. 이야기는 끝날 줄 몰랐고, 친구들과의 웃음이 한 잔, 또 한 잔 술잔에 담겨 갔다. 이어서 신포주점에서는 어란에 막..
십리포 해수욕장에서의 한여름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찌는 듯한 더위 속에서, 친구의 느닷없는 호출을 받았습니다. "십리포에 가자!"라는 짧고도 확신에 찬 그 한마디가 무더위를 식혀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친구의 호출에 거절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친구라는 이름만으로도 마음이 시원해지는데, 그곳이 십리포라니 더욱 설렜습니다.우리는 가벼운 짐을 챙겨 십리포 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바다가 우리를 반겨주었습니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모래사장과 푸른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져 있었고, 바닷바람이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하게 식혀주었습니다. 우리는 바다로 뛰어들어 더위와 함께 일상의 피로를 씻어냈습니다.바다를 휘젓고, 하늘을 내치며, 우리는 그렇게 바닷속을 헤엄쳤습니다. 파도에 몸..
코스모스 군무와 가을의 송가가을이 오면 언제나 마음 한켠에 떠오르는 꽃이 있습니다. 그 가녀린 자태로 바람에 간들거리는 코스모스, 그 모습은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오늘 나는 계양 꽃마루 공원의 코스모스 군락지를 찾아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코스모스들, 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피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가을이 보내는 춤사위처럼, 바람에 따라 하나같이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습니다. 오래전, 정선의 몰운대 입구에서 만났던 자줏빛 코스모스가 나에게 준 깊은 외로움의 아름다움. 그때 그 한 송이의 코스모스는 나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고요한 그곳에서 나는 외로움 속에 피어난 꽃의 진한 아름다움에 젖어들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마음속에 선..
벌써 십년이 흘렀네 세영이가 발을 헛디뎌 남의다리를 짚고 다니던 때가..다친 다리를 두고 시를 통해 농(弄)을 전했던 그때가 엊그제 같다. 당시 건강을 자부하던 내 자신을 떠올리니 이제는 씁쓸한 웃음이 절로 나온다.시간이 지나면서 내 몸 또한 세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점점 부실해져 갔다. 이제는 예전만큼 든든하지 않은 하체를 가지고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남자는 하초가 기본’이라고 큰소리치던 내가 어느덧 기운이 쇠해지고, 술과 담배를 즐기던 지난날의 행동들이 부끄럽게 다가온다. 그때는 한 순간의 실수라며 남을 놀렸지만, 이제는 나 스스로가 그 실수의 결과를 온몸으로 겪고 있으니 말이다.그러나, 몸이 쇠하더라도 우정만은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 놀리며 보냈던 시가 지금의 우리를 더욱 가까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