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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연꽃향기에 마가렛이 춤추던 날 본문

내이야기

연꽃향기에 마가렛이 춤추던 날

김현관- 그루터기 2024. 8. 22. 21:00

연꽃향기에 마가렛이 춤추던 날

평택 어귀, 한적한 시골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나타나는 연못들이 있다. 연못 주위에는 아직 완전히 피어나지 않은 연꽃과 수련들이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는데 그 자태는 마치 수줍어 첫사랑을 고백하는 듯, 애틋하고도 우아하다. 그날은 일요일 아침, 한갓진 일상을 벗어나 친구들과 함께 모여 웃음꽃을 피우던 날이었다.

친구의 농장은 그야말로 꽃들의 천국이었다. 봄의 끝자락을 넘어서기 전, 여름이 밀려오는 이 계절에 가장 빛나는 것은 다름 아닌 연못가의 연꽃과 그 옆에서 군무를 추는 마가렛 꽃이었다. 마가렛들은 하얀 치마를 입은 듯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며 연못 주위를 환하게 수놓고 있었다. 그 모습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꽃들이 서로의 아름다움을 자랑이라도 하듯 활짝 웃으며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그날, 우리는 간이 원두막에 모여 앉아 차 한 잔을 나누며 이야기를 꽃피웠다. 친구들이 꽃들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탄과 칭찬은 끝이 없었다. 연꽃이 피어나는 순간의 신비로움, 수련이 물 위에 떠오르는 그 우아함, 그리고 마가렛의 순수하고 고운 자태에 대한 감탄이 이어졌다. 우리는 그 꽃들을 바라보며 마치 서로의 마음속에 숨어 있는 작은 꽃들을 발견하는 듯했다.

우리가 이렇게 모여 꽃을 즐기고, 웃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은 농장을 가꾼 친구 민성이 부부의 정성 덕분이었다. 친구는 매일같이 꽃들에게 물을 주고, 그들을 돌보며 꽃들의 속삭임에 귀를 기울여 왔다. 그 정성 어린 손길 덕분에 이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날 수 있었고, 우리는 그 풍경을 즐기며 평화와 기쁨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그날의 풍경을 마음속에 담아두기로 했다. 연꽃 향기가 물씬 풍기던 그날, 마가렛이 춤추던 그 순간을 기억하며, 우리의 우정도 그렇게 아름답게 피어날 것을 기원했다. 친구의 농장 한 켠, 피어나는 꽃들 사이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다시금 감사하게 여겼다.

시간이 흘러도 그날의 기억은 아마도 오래도록 마음속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피어나는 꽃들처럼 우리의 우정도 매해 새롭게 피어날 것이며, 그날의 웃음소리와 꽃 향기는 언제나 우리 곁에 머물러 있을 것이다. 평택 언저리의 그 작은 연못가에서, 우리는 그렇게 한 편의 아름다운 수필을 완성해 나갔다.  2016.5.22  /  연꽃향기에 마가렛이 춤추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