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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천국보다 아름다운 추억과 우정 - 「시네마 천국」 본문

영화이야기

천국보다 아름다운 추억과 우정 - 「시네마 천국」

김현관- 그루터기 2024. 4. 8. 17:45

https://youtu.be/3BwEOh63cCY?si=_3w6OUr_T2-HzUKc

 

 

천국보다 아름다운 추억과 우정 - 「시네마 천국」

시네마 천국 Cinema Paradiso」(1988)은 영화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하는 작품이다. 30대 초반의 어린나이로 작품을 이해하는 통찰력과 감미로운 영상미를 선보인 주세페 토르나토레(Giuseppe Tornatore) 감독과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는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꼬네가 일구어낸 이 아름다운 이야기는 걸작이란 칭송을 받아 마땅하며, 시간이 흘러도 지속적인 사랑을 받는 작품으로 남을 것이다. 그 가슴 저미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자.

영화는 토토라는 인물의 성장과정을 통해 영화와 사랑, 우정과 추억을 그린다. 그것은 비록 토토가 아닐지라도 모든 사람들이 느끼는 공통된 감정이자, 일반적인 경험으로서 굳이 영화적 기법이나 과장된 설정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런 토토의 일생에 커다란 버팀목이 되는 영사기사 알프레도(필립 느와레 Philippe Noiret)는 그 모든 감정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영화를 좋아하기만 했지 관찰할 줄은 몰랐던 어린토토(살바토르 카스치오 Salvatore Cascio)에게 영사기사의 나른함과 자신의 과거를 후회하는 이야기를 들려주고, 청년이 된 토토(마르코 레오나르디 Marco Leonardi)에게는 엘레나(아그네스나노 Agnese Nano)와의 사랑에 대한 진솔하고 담백한 충고를 들려준다. 비록 마주하지는 못했지만, 30년 만에 자신의 곁을 찾아온 노년의 토토(자크 페렝 Jacques Perrin)에게는 과거에 대한 추억과 토토가 미처 깨닫지 못한 소중한 선물을 남긴다.

과연 토토의 일생에 알프레도가 남긴 그 모든 것들의 흔적은 어떤 모습으로 추억되고 있을까? 살아오면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것은 과연 무엇일까?

어린 시절 토토의 영화에 대한 사랑은 전쟁터에 나간 아버지의 빈 자리를 두려워하는 어머니에게 많은 걱정거리를 심어준다. 호되게 매 맞기도 했으며, 알프레도와 어울리지 말라는 꾸중도 듣는다. 하지만 번번이 알프레도는 어머니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며 토토가 계속 영화를 좋아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국 알프레도는 토토에게 영사기술을 가르치게 되는데, 이는 훗날 토토의 인생을 바꾸어 놓는다. 그것은 알프레도의 사망 소식을 접한 뒤 고향으로 돌아오는 토토가 로마의 유명한 영화감독이 된 사실로 알 수 있다. 토토에게 있어 영화는 삶의 일부이자 꿈의 원천이었으며, 영화감독이 된 것도 알프레도에게 오랫동안 빚진 미안함의 성과였기 때문이다.

뜻하지 않은 화재로 폐쇄하였다가 다시 문을 열게 된 극장에서 토토는 본격적인 청년기를 맞이하며 두 눈을 잃은 알프레도를 대신해 영사기사로서의 꿈을 펼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피어난 또 하나의 꿈은 바로 엘레나와의 사랑이다. 사랑은 그를 고민에 빠지게 하고 열정적인 인물로 변화시킨다.

그즈음 알프레도가 들려준 공주를 사랑한 병사 이야기는 훗날 토토의 삶을 끝자락에서 지켜보았을 때 깨닫게 되는 교훈으로 남는다. 이러한 알프레도의 세심한 보살핌으로 토토는 보다 강하고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알프레도의 자상한 마음은 키스 장면만을 모은 필름에서 가장 빛이 나며, 마치 토토에게 '과거'에 연연하지 말고 '미래'로 발걸음을 재촉하라고 격려하는 듯하다. 바로 이때 시종일관 영화를 수놓던 <Love Theme>는 비로소 영상과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며 영화사에 영원히 남을 명장면으로 승화된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Love Theme>와 더불어 <ToTo And Alfredo>, <Cinema Paradiso>를 메인 테마로 연주하면서 완벽에 모자란 영상의 허전함을 채워 준다. 도저히 글로는 표현이 안 될,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고, 어느 장면이라 특별히 떠올리지 않아도 「시네마 천국」이라 하면 자연스럽게 입가에서맴도는 그 멜로디…………. 가장 이상적인 스코어의 탄생이 이루어지는 순간인 것이다.

그것은 토토가 엘레나의 마음을 얻는 장면에서 등장하고,잠시지만 그리움에 허덕이는 처량한 분위기에서도 등장한다.토토와 알프레도의 나른한 오후 산책에서도 들을 수 있고, 비가 내리는 어느 시골 해안가에서도 들을 수 있다. 꼬집어 한장면 선사할 수도 있겠지만, 그 모든 것들은 영화와 뒤섞여 완벽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있게 된다. 따라서 시네마천국 의 사운드트랙은 분해가 안 되는 하나의 모습으로 다가온다.

극장이 불타던 순간에 흐르던 <Cinema On Fire>나 토토의 불안한 심리를 대변하는 <Runaway, Search And Return>등에서 느껴지는 흥분과 <From American Sex Appeal To TheFirst Fellini>의 경쾌함이나 <Childhood And Manhood>의감미로움은 3시간에 육박하는 감독 컷에서 비로소 제 모습을 완전히 되찾아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피아노를 중심으로 현악의 웅장함과 섬세함은 고혹적으로 들려오고, 플루트의 맑고 청아한 음색은 영화에 대한 정열적인 사랑을, 바이올린의 경쾌한 연주는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두근거리는 마음을 밀착하여 표현한다.

엔니오 모리꼬네는 사운드트랙을 통해 일정한 멜로디 라인을 패턴으로 서정성과 온화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 주력한다. 이는 그가 선보이는 일련의 사운드트랙을 통해서도 뚜렷하게 드러나는데, 그 가운데 시네마 천국에서는 작품의 서사성과 놀라운 일치감을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예를 들어 같은 <Love Theme>라 할지라도 들리는 장면의 긴장감과 분위기에 따라 편곡되는 구성이 달라지는데, 이런 효과는 영상을 가릴만큼 부각되지도 않으면서 영상에 묻힐만큼 미약하지도 않는 균형감을 이룬다. 이는 그가 음악을 맡은 「러브 어페어 Love Affair」(1994)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데,그 특유의 멜로디는 영화 전체에서 각기 다른 색의 꽃으로 피어나며 절정에 이른다. 특히 테리(아네트 베닝 Annette Bening) 가  마이크(워렌 비티 Warren Beatty)의 고모가 연주하는 피아노소리에 맞춰 허밍으로 부르던 장면과, 교통사고로 엇갈린 두사람이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재회하던 장면에서 들리던 음악의 다채로움이 바로 그것이다. 반복의 미덕과 편곡의 다양함에 기반을 둔 그만의 스타일은 일찍이 「시네마 천국」을 통해 확립된 것이다.

그럼 이제 마지막으로 꼭 말하고 싶었던 장면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시네마 천국」의 영화음악 만큼 중요하기도 하며, 토토의 일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그것은 30년뒤 만난 엘레나가 토토에게, “만일 그때 우리가 결혼했다면 너는 이렇게 훌륭한 작품을 만들지 못 했을거야."라고 말하는내용이다.

알프레도는 거짓말로 엘레나와 토토를 헤어지게 했지만, 결국 이를 계기로 비록 그들의 사랑이 '과거'로 치부되는 현실에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남지만- 토토는 그가 어린 시절부터 가졌던 '꿈'의 원천을 실현하게 된다. 토토에게 만큼은 못 배우고 무모했던 자신의 전철을 밟게 하고 싶지 않았던 알프레도의 마음과 일찍이 토토의 꿈을 발견하고 높은 가치로 승화시켜준 그의 숭고한 노력이 영화의 후반부에 얽혀있던 실타래가 풀리듯 거침없이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특히 알프레도가 모아두었던 키스 장면의 필름이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종교적인 압력으로 인해 삭제되어야 했던 키스신은 영화를 유일한 여가로 여겼던 주민들에게 일종의 환상이자 꿈과도 같았다. 일례로 영화가 상영되는 도중 키스신이 편집되자 한 관객은 "지난 20년간 영화에서 키스장면을 한 번도 못 봤다!"라며 탄식을 늘어놓는다.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갈구하던 꿈을 상징하는 키스 장면을 모두 편집해 토토에게 선물한 알프레도의 행동은,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토토에게 '꿈'을 주고 싶었던 간절한 바람으로 해석된다.

알프레도는 비록 두 눈을 잃었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을 구해준 토토에 대해 보답을 하고 싶었다. 영화를 좋아했고 따뜻한 마음씨를 지닌 토토에게 전하는 그의 마음이 바로 이 키스 장면에 담겨 있다. 그리고 그 순간 화면을 수놓은 연인들의 키스와 함께 들려오는 <Love Theme>는 보는 이를 눈물짓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