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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비발디의 글로리아 본문
https://youtu.be/2eWjQOdYzMQ?si=H1I5XEUSkco5sS7Z
비발디의 글로리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협주곡 3번을 연주한 직후 신경에 이상을 일으켜 정신병원에 입원해야 했던 천재 피아니스트 데이빗 헬프갓. 그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1996)은 주연을 맡았던 제프리 러쉬에게 여러 연기상을 안겨 주었을 뿐만 아니라 비발디 음악의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각인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클래식 음악을 유난히 좋아하는 감독 스콧 힉스는 주인공이 연주하는 다양한 피아노곡들 외에도 비발디의 세상에 참 평화없어라와 글로리아등을 영화에 삽입해, 클래식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게 커다란 종합선물을 안겨 주었다.
아우슈비츠에서 가족을 잃은 뒤에 얻은 두려움 때문에 음악 천재인 아들 데이빗을 성공이 보장된 더 넓은 세계로 떠나보내지 않고 품 안에 가둬두려는 아버지. 결국 아버지라는 감옥을 탈출한 아들은 자신이 갈망하던 음악 교육을 받지만 피아니스트로서 본격적인 첫 성공을 거둔 순간에 정신병자가 되는 전락을 겪는다. 데이빗은 가족에게 돌아오고 싶어 했지만 아버지는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갈 곳이 없어 병원에 머물러 있던 데이빗을 병원 밖으로 꺼내 준 사람은 예전에 그의 천재성에 매료되었던 한 중년 여성이었다. 데이빗이 그녀와 함께 다시 세상 속으로 나와 자유로운 공기를 호흡하게 된 순간, 우리는 비발디의 글로리아가 질주하는 빛줄기로 세상을 가득채우는 소리를 듣는다. 공중으로 손을 뻗으면 무수한 빛의 화살들이 손바닥에 꽂힐 것만 같다.
글로리아가 독립 미사곡이 된 이유
사계의 작곡가로 유명한 비발디 Antonio Vivaldi (1678~1741)는 베네치아 산마르코 극장 전속 바이올리니스트 조반니 바티스타 비발디의 맏아들로 태어났다. 사실 이 아버지는 몇 대째 내려오던 가업인 제빵업을 어느 날 과감하게 팽개치고 음악가로 전업한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에게서 바이올린을 배운 비발디는 당대에나 후대에나 작곡가보다는 바이올린 연주의 거장으로 이름을 날렸다. 그러나 생전에 비발디가 온 유럽에 명성을 떨친 주요한 이유의 하나는 그가 작곡한 협주곡들이기도 했다.
칠삭둥이로 태어나 병약하게 자라났고 가톨릭 사제가 되어서도 미사를 제대로 봉헌할 수 없을 만큼 천식에 시달렸던 그였지만, 대단한 창작의욕으로 500곡이 넘는 협주곡을 작곡했던 것이다. 워낙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들이 알려져 있다 보니 성음악 쪽은 약간 소홀하게 취급되기도 하지만, 비발디의 (글로리아 D장조 RV589)민은 전 세계 어느 성음악 작품보다도 자주 연주되는 곡이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글로리아가 대규모 미사곡의 일부가 아닌 독립된 악곡이라는 사실이다. 일반적인 미사곡은 미사 전례의 순서에 따라 키리에-글로리아-크레도-상투스-베네딕투스-아뉴스 데이로 이루어지는데, 어째서 비발디는 이를 독립된 작품으로 기획했을까?
그것은 비발디의 그칠 줄 모르는 형식 실험의 욕구와 관련이 있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는 비발디를 가리켜 똑같은 작품을 100곡 이상 작곡한 인물' 이라고 했다지만, 비슷한 곡을 수없이 작곡한 까닭은 리듬 및 화성의 조합과 악기 사용을 매번 조금씩 바꾸어 보려는 비발디의 강렬한 호기심과 실험정신때문이기도 했던 것.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그는 미사통상문 전체가 아닌 부분적인 미사곡을 작곡하는 시도를 했을 것이다.
다른 작곡가들도 이런 단편적인 미사곡을 전혀 작곡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특히 비발디는 이 작품뿐만 아니라 또 하나의 (D장조,RV588)와 키리에> (RV587) 등 꽤 여러 곡의 단편적인 미사곡을 작곡한 것이 눈에 띈다. 글로리아에서는 라틴어 미사통상문의 대영광송이 그대로 사용되었지만, 대영광송 각 구절을 나누어 열두 개의 곡으로 만들어 놓은 이작품은 그 자체로 연주회용 미사의 성격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단편적인 미사곡이 탄생한 이유를 비발디 시대 베네치아의 미사음악 관례에서 찾는 학자들도 있다. 원칙적으로는 키리에로 시작해 아뉴스데이로 끝나는 미사통상문 전체를 미사곡으로 썼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글로리아나 크레도 등 한 부분만 미사곡으로 연주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테트나 다른 기악곡으로 대체했다는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비발디가 개인적인 의도라기보다는 당시 관례의 요구에 따라 단편적인 미사곡을 작곡했을 가능성도 있다.
유행 형식 따르지 않고 형식미 강조
연주시간이 30분 정도 되는 이 〈글로리아>는 '하늘 높은 데서는 하느님께 영광 Gloria in excelsis Deo' 이라는 합창으로 시작된다. 천상의 경건함보다는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폭발하는 기쁨이 느껴지는 이 곡을 두고 여러 평론가들은 95편이나 되는 오페라를 작곡한 비발디 곡답게 다분히 세속적인 종교음악' 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열두 곡 가운데 가장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제6곡 소프라노 아리아 '주 하느님 Domine Deus ', 제10곡 알토 아리아 '성부 오른편에 앉아 계신Quisedes', 제3곡 '주님을 기리나이다 Laudamus te' 의 듀엣 등은 기쁨과 열정, 갈망같은 인간의 감정을 오페라에서처럼 드라마틱하게 드러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비발디는 이들 곡에서도 당대 오페라에서 유행하던 반복적 다카포 형식을 쓰지 않고 협주곡에 사용하는 리토르넬로 형식을 사용해 기악부의 형식미를 강조함으로써 듣는 이들로 하여금 깊은 신앙의 열정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했다._
평생을 병약하게 살았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비발디는 모험심이 강하고 음악적 실험정신에 불타는 작곡가였다. 오보에와 플룻 같은 악기를 개성적인 방법으로 오케스트라에 이용해 표제음악 또는 묘사음악의 선구자가 된 비발디, 모든 악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내 템포가 빠른 악곡에서 빛의 폭포를 쏟아 붓고 느린 악곡에서는 깊은 내면의 목소리를 풀어내는 비발디가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사계의 작곡가로만 알려져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최근 들어 새롭게 시작된 비발디에 대한 청중의 열광이 오히려 비발디음악을 그 본질에서 멀어지게 하고 상업적인 유행의 길로 돌려놓고 있는 것은 더욱 아쉽다.
들어 볼 만한 음반
독창_린다 러셀, 파트리치아 크벨라, 앤 윌킨스, 케네스 보웬
연주_렌 오케스트라, 세인트 존즈 칼리지 합창단
지휘_ 조지 게스트
출시_데카, 1995년
독창_엠마 커크비, 주디스 넬슨, 캐롤린 왓킨슨
연주_아카데미 오브 엔인션트 뮤직,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대성당 합창단
지휘_-사이먼 프레스튼
출시_데카, 1997년
Antonio Vivaldi (1678~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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