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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아프며 느끼며 본문
작은애와 점심을 먹고 책상에 앉아 어제 영등포 알라딘에서 사 온 인천작가 양진채의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라는 소설 속의 인천 이야기를 읽고 있는 중이었다. 발밑에 놓아둔 소형 선풍기 바람 탓인가 살살 배가 아프길래 선풍기를 껐는데도 아픔이 멎지 않고 무언가 잘못되었음을 느껴 화장실로 가서 토를 하려는데 소용이 없다. 점심 먹은 게 얹혔나 보다.
활명수를 꺼내 마시고 가만히 누워 있었더니 조금 진정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고 한 시간 뒤 일어났더니 아픔이 많이 가셨다. 그제야 아프지 않던 평범한 일상이 고마운 줄 새삼 깨달았다.
살아가며 건강만큼 중요한 것이 더 있을까.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정신이 강하던 사람도 몸이 아프면 정신까지 한없이 약해진다. 우리는 덕담으로 건강하라는 말을 흔히 하고 있다. 누구든 건강이 최고이며 나이 들어 갈수록 그 중요성을 잘 알게 된다. 어느 날 누군가 아픈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큼 슬픈 일은 없다. 그러다 보니 무심코 건네던 건강하자는 말들에 제법 감정이 담긴다.
여태 당연하다 생각하던 것들은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깨닫는다.
좀 더 잘해줄 걸
마음을 헤아려줄 걸
그런 말을 하지 말 걸
익숙한 안온함에 권태라는 뿌연 안개가 시야를 흐린다. 정작 눈앞에 있는 귀중한 것들은 보이지 않는다. 안개가 그친 뒤에야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부터 비로소 막심한 후회를 한다. 문득 지금의 내게 펼쳐진 백수의 단조로운 일상이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잠시의 느낌일지라도 어쩌면 이보다 더 큰 걱정거리가 없다는 뜻일 수도 있으니까. 2024.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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