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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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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야기

코스모스 군무와 가을의 송가

김현관- 그루터기 2024. 8. 22. 14:36

코스모스 군무와 가을의 송가

가을이 오면 언제나 마음 한켠에 떠오르는 꽃이 있습니다. 그 가녀린 자태로 바람에 간들거리는 코스모스, 그 모습은 어디선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오늘 나는 계양 꽃마루 공원의 코스모스 군락지를 찾아갔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코스모스들, 그러나 그들은 단순히 피어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가을이 보내는 춤사위처럼, 바람에 따라 하나같이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문득 떠오른 기억이 있습니다. 오래전, 정선의 몰운대 입구에서 만났던 자줏빛 코스모스가 나에게 준 깊은 외로움의 아름다움. 그때 그 한 송이의 코스모스는 나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듯했습니다. 고요한 그곳에서 나는 외로움 속에 피어난 꽃의 진한 아름다움에 젖어들었습니다. 그때 느꼈던 감정은 지금도 마음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내가 계양 꽃마루에서 만난 코스모스들은 다른 이야기를 전해 주었습니다. 넓은 공원 전체를 뒤덮은 코스모스 무더기들은, 마치 학창 시절 체육대회에서 봤던 정렬된 마스게임의 군무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수많은 꽃송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바람에 맞춰 춤을 추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은 그야말로 황홀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저릿한 환희, 그 감동이 내 가슴을 울렸습니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가을 바람이 제법 세차게 불었습니다. 흰 구름과 잿빛 구름이 하늘에서 서로 엉키며 흘러가고, 그 사이로 가을 햇살이 코스모스 꽃송이들마다 내려앉았습니다. 그 빛을 받은 코스모스들은 한층 더 화사하게 빛나며 나를 반기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저마다 다른 색깔과 모양을 가지고 있었지만, 함께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풍경은 한 편의 아름다운 춤사위였습니다.

나는 그들의 군무를 바라보며 한없이 가을의 풍요로움에 젖어들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코스모스들은 더 크게 흔들리며 그들의 춤을 이어갔습니다. 그 춤사위 속에서 나는 가을이 주는 경이로움을 느꼈습니다. 코스모스의 군무는 단지 꽃들의 움직임이 아니라, 가을 그 자체를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을은 늘 우리에게 무언가를 전해 주려는 듯합니다. 그 속에는 쓸쓸함도, 따스함도, 그리고 그리움도 함께 어우러져 있습니다. 오늘의 코스모스 군무는 그 모든 감정을 한데 담아 내게 전해주었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며 피어난 코스모스들은 가을을 찬양하는 계절의 송가였고, 나는 그들의 노래에 마음껏 빠져들었습니다.

이제 가을이 깊어갈수록, 그 날의 코스모스들이 내 마음속에 더 깊이 자리잡을 것입니다. 그들이 보여준 아름다운 군무는 나에게 가을의 풍요로움을, 그리고 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습니다.

코스모스 군락에서 느낀 이 아름다움이, 가을의 송가로서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울려 퍼질 것입니다. 가을이 지나는 동안 나는 그들의 노래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그 황홀했던 순간을 기억할 것입니다. 

/ 계양 꽃마루의 코스모스 군무 [群舞] 2018.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