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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황학동 만물시장에서, 추억을 거닐다 본문
황학동 만물시장, 이제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잊혀진 공간이 되어가지만, 한때는 그 명성만으로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던 곳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이곳의 물건만으로 탱크를 만들 수 있다고 우스갯소리로 말했을 만큼, 황학동 만물시장은 모든 것을 가진 ‘도깨비시장’으로 불리며 전국 각지에서 손님들이 몰려들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때의 활기는 찾아보기 힘들고,, 이곳을 다시 찾은 발걸음은 과거의 흔적을 더듬으며 오래된 추억 속으로 나를 안내합니다.
성동기계공고 뒤편에 위치한 이곳, 황학동 만물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오래된 세상으로 돌아간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좁고 어두운 골목길을 따라 늘어선 가게들, 그 안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는 물건들은 하나같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습니다. 오래된 진공관 라디오, 이동용 축음기, 낡은 C.D 플레이어, 그리고 아직도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는 테이프와 C.D들. 이미 세대를 지난 물건들로, 이곳에서는 여전히 그들만의 가치를 지닌 채 존재하고 있습니다.
골동품 상점들이 활기를 띠던 시절, 이곳은 그야말로 추억의 보물창고였습니다. 손님들이 오가며 발길을 멈추던 상점들은 이제 대부분 사라지고, 여전히 남아 있는 몇몇 상점들은 시간을 거슬러 옛 기억들을 떠올리게 합니다. 그중에서도 검고 좁은 공간에 당당히 앉아 있는 주인의 모습은 마치 시간의 수호자처럼 느껴집니다. 그가 지키고 있는 것은 단순한 물건들이 아닌,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과 기억이 담긴 이야기들입니다.
시장 외곽에는 여전히 옷가게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길 건너편의 가구상가에서는 물 건너온 장식품들이 색다른 매력을 발산하며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런던 이층 버스가 태양을 향해 질주하는 꿈을 꾸듯 놓여 있는 모습에서 이곳의 상점들 역시 그들의 꿈과 열정을 담아 물건들을 진열하고 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그 열정도 많이 쇠퇴했으나, 여전히 이곳에서 꿈을 수리하고 있는 상인들의 모습은 마음을 뭉클하게 합니다.
며칠 전 TV에 출연했던 한 사장님이 생각납니다. 오늘도 그는 여전히 그곳에서 자신의 꿈을 수리하고 있을 것입니다. 손때 묻은 물건들을 다루며, 사라져가는 추억들을 다시금 생생하게 불러일으키는 그의 손길에서 나는 과거의 나와 마주합니다. 후배가 찾던 김재희의 음반은 없었지만, 그와 함께 했던 시간들은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황학동 만물시장은 이제 쇠락의 길을 걷고 있는 중에도, 그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그만의 특별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곳을 거닐다 보면, 아련한 추억들이 머릿속을 맴돌며 오래된 기억들이 되살아납니다. 갖고 싶던 꿈, 찾고 싶던 무언가가 그곳에 남아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며, 나는 다시금 그 추억들을 되새깁니다.
이곳에서 나는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온 듯, 오래된 추억 속에서 과거의 나와 마주합니다. 황학동 만물시장은 그때의 기억들을 다시금 떠올리게 하는 열쇠와도 같은 장소입니다. 비록 시간이 흘러 많은 것이 변한 그 속에서 나는 여전히 나의 꿈과 공상을 간직한 채 오늘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황학동 만물시장은 그런 나에게, 그리고 이곳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다리와도 같은 존재로 남아 있을 겁니다. 2012. 4.9 - 그루터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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