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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용산역에서 : 나이들면 피장파장 본문
일요일 아침이었다. 새벽부터 꾸물꾸물한 하늘을 보니 우산을 꼭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준비할 것도, 챙길 것도 많아졌다. 눈치가 느려진 걸까, 아니면 주변에서 흘러가는 시간들이 너무 빠른 걸까? 어쨌든, 분주히 가방을 챙기며 집으로 향하는 전철을 타러 나섰다.
용산역에 도착해 전철을 기다리며 대기의자에 앉았다. 잠시 숨을 돌리려니 옆자리로 슬그머니 아주머니 한 분이 앉으셨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그분이 나를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아저씨, 마스크 하나 드려요?”
순간 당황스러웠다. 아차, 우산 챙긴다고 정신없이 나서느라 중요한 마스크를 잊고 말았던 것이다. 후딱 가방을 뒤져서 예비로 넣어둔 마스크를 꺼내 얼굴에 착용했다. 그러고 나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아주머니께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다.
아주머니는 나를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짓더니, 다시 한 번 입을 여셨다.
“그런데, 동대문 가는 전철은 언제 오나요?”
문득, 헛웃음이 나왔다. 나는 아주머니께 천천히 설명해드렸다.
“아, 여기는 동인천 급행 타는 곳이에요. 동대문 가시려면 저쪽 건너편에서 타셔야 해요.”
아주머니는 조금 놀란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곧 고개를 끄덕이며 다른 플랫폼으로 발걸음을 옮기셨다. 나는 그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나이를 먹었다는 사실이 다시금 실감났다. 저분도 예전 같으면 동대문과 동인천을 헷갈리는 일도 없었을 텐데, 나이들며 이런 작은 실수가 잦아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내 총기와 기민함은 어디로 간 것일까? 세월은 쉼 없이 흐르고, 나의 기억력과 판단력은 서서히 저물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이런 작은 실수 속에서도 정은 남아 있기에. 아주머니의 따뜻한 한마디가, 잊고 있던 나의 미소를 다시 떠올리게 했다. 나이 들어가며 조금씩 잃어가는, 배려와 다정함은 여전히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기에, 더디고 어설퍼질지라도, 그저 '피장파장'이라며 미소 지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우산을 챙기고, 마스크를 잊은 아침. 그날, 나는 사람 사이의 따스함을 다시금 느끼며,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한 서운함을 조금 내려놓았다. 세월이 흐르고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에도, 나를 둘러싼 따뜻한 순간들은 잊히지 않기를 바랐다. 용산역에서의 짧은 만남이, 그렇게 내 하루에 작은 온기를 더해주었다. 2020-07-19 용산역에서 /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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