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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들으며 본문

음악이야기/클래식 & 크로스오버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들으며

김현관- 그루터기 2024. 12. 8. 12:53

https://youtu.be/5HgqPpjIH5c?si=rZjXWHJgKmE-WclT

 

무모한, 그러나 위대한 사랑의 노래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을 들으며

베를리오즈의 생애에 등장하는 여인은 열두 살 때 첫사랑의 열병을 앓게 한 에스텔 듀뵈프를 비롯해 해리엇 스미드슨·카미유 모크·마리아 레치오 네 명이다. 이 여인들과의 사랑·이별·질투·연민에서 오는 떨림이 베를리오즈의 감성을 거쳐 음악으로 탄생됐다. 그중에서도 해리엇 스미드슨에 대한 무모한 사랑이 '위대한 베를리오즈'를 만들었다.

베를리오즈가 해리엇 스미드슨을 처음 만난 것은 파리음악원 학생시절인 1827년 9월이다. 이때 베를리오즈는 파리 오데온 극장에서 공연하는 영국 셰익스피어 극단의 햄릿」을 관람했다. 「햄릿」에서 오필리아 역을 맡았던 여배우가 해리엇 스미드슨이다. 이 여배우를 만나고 스물네 살 베를리오즈의 짝사랑이 시작됐다. 무명 음악도의 애타는 사랑은, 그러나 인기 여배우에게 닿을 리가 없었다. 별의별 방법을 다 써보았지만 아무 응답을 받지 못한 베를리오즈는 끝내 사랑의 감정이 배반과 증오로 바뀌는 고통을 겪게 된다. "나는 그녀에게서 떠날 수 없다. 그녀는 나의 별이다." 또한 베를리오즈가 평생 셰익스피어 극에 몰두하게 된 것도 이때 해리엇 스미드슨이 나오는 연극을 본 때문이었다.

"셰익스피어는 예기치 않은 벼락처럼 나를 내리쳤다....... 진정한 위대함, 아름다움, 그리고 극의 진실이 무엇인가를 밝혀주었다."

그리고 이듬해에 그에게 또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다. 파리 오페라극장의 지휘자 아브네크가 파리에서 처음으로 베토벤 교향곡을 연주했는데, 베를리오즈는 이 음악을 듣고 "나는 베토벤이 떠난 그 자리에서 음악을 떠맡았다"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해리엇 스미드슨에 대한 열정, 셰익스피어 극에 대한 몰두, 베토벤 교향곡에 대한 충격에서 베를리오즈는 그의 최대 걸작 '환상교향곡을 쓰게 된다.

베를리오즈 음악의 특징은 그 유파를 찾기 힘들 만큼 독창적인 데 있다.

그는 열여덟 살 때 의과대학 시험에 합격했으나 오페라에 더 관심이 있어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음악공부를 시작했다. 파리음악원 교수르 슈외르 밑에서 2년 정도 있었으나 거의 혼자서 음악을 공부했고, 로마대상에 다섯 번 도전해 칸타타 「사르다나팔로스의 죽음」으로 결국 대상을 획득하고 작곡가로 인정받는다.

1830년 12월, '환상 교향곡을 작곡한 그해에 파리에서 초연하고, 로마 유학길에 오르나 그의 마음속에는 오로지 해리엇 스미드슨에 대한 생각뿐이었다. 그러다가 급기야 유학을 마치고 파리로 돌아와 1833년 해리엇 스미드슨과 결혼하게 된다. 이때 베를리오즈는 장래를 촉망받는 청년작곡가로 성장해 있었고, 해리엇 스미드슨은 내리막길을 걷는 여배우였다. 아마도 두 사람의 처지가 이처럼 뒤바뀌지 않았다면 이 만남은 이루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환상 교향곡의 동기가 된 이 여인과의 결혼은 심한 성격 차이로 7년 만에 파경을 맞는다.

「환상 교향곡」은 서두에 곡을 설명하는 표제를 달았고, 그래도 부족한 듯 각 악장마다 주석을 붙여놓았다. 제1악장에서 제3악장까지는 베를리오즈의 연민의 감정을 발전시키고, 제4·5악장에서 이루지 못한 사랑을 몽롱한 의식 세계에서 악마적인 환상을 통해 복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또한 이 교향곡에서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인용되는 고정악상(idée fixe)은 작곡가가 사랑하는 여인을 하나의 선율로 표시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각 악장마다 리듬과 악기를 변화시켜 사용했다.

표제음악은 이미 베토벤의 「전원 교향곡」에서 전례를 보이긴 했지만 베를리오즈는 형식보다 묘사적 서술을 염두에 두고 그것을 관현악적인 색채로 표현했다. 말하자면 이 교향곡은 음악에 소설식의 이야기를 도입한 최초의 작품이다. 베를리오즈의 인생 자체가 그의 말마따나 흥미로운 소설이듯이……

그대의 무모함은 사랑인가. 
꽃의 심장처럼 영혼은 붉게 타오르나 
그대에게 남은 것은 분노의 제5악장 마녀의 론도'. 
그래도 사랑 노래를 부르는 베를리오즈,

 랩소디 인 블루 / 이인혜 - 한강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