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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Schubert: Winterreise, D.911: 1. Gute Nacht / Peter Schreier 본문

음악이야기/클래식 & 크로스오버

Schubert: Winterreise, D.911: 1. Gute Nacht / Peter Schreier

김현관- 그루터기 2024. 12. 4. 00:35

흩날리는 그리움의 결정
슈베르트의 연가곡 '겨울 나그네'를 들으며..

 

겨울나그네

먼 허공을 향해 던지는
그리움의 음표 몇 개,
메아리로 되돌아와 더욱 간절해지는,
얼어붙은 하늘에서 눈발이 쏟아진다.

'겨울 나그네'의 길 위로
삶의 방황처럼 나래짓하는 눈송이,
그러나 따뜻하다.
한겨울 집이 그리운 사람에게
먼 불빛이 따뜻하듯이.

https://youtu.be/7Q1fEQbnWoE?si=civFfmLcOk6FQol-

 

Schubert: Winterreise, D.911: 1. Gute Nacht 

* Peter Schreier

아마도 음악사에서 슈베르트만큼 한겨울 속에서 봄을 기다린 작곡가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는 일생의 대부분 봄이 찾아온 것 같지 않은 삶을 살았다. 늘 가난과 연민 속에서 방황하며 풍요한 생활 한번 누려보지 못했다. 그러기에 그 31년의 짧은 생을 마감할 때, "이 세상에 내가 존재할 곳은 없는가?"라고 비탄 섞인 자문을 하며 평소 그렇게도 존경한 베토벤의 옆에 묻히기를 원했다.

평생 한겨울의 얼어붙은 들판을 헤매듯 한 삶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봄의 따뜻함을 노래하며 살았다. '봄 시냇가에서」 「장미의 관」 「봄의 신앙」 「초원의 노래」 「밤의 제비꽃」 「봄에 부쳐 등 많은 봄노래가 그의 가슴에서 흘러나왔고, 심지어는 연가곡 「겨울 나그네」에서조차 '봄꿈'을 노래했다. "5월에 피는 갖가지 꽃, 새가 즐겁게 지저귀는 푸른 들을 나는 꿈 꾸었다"로 시작되는 '봄꿈'은 마음속으로 깊이 울먹이는 봄노래의 절정이다.

슈베르트는 생전에 여러 시인들과 교우하며 지냈다. 그는 이 시인들의 시에다 곡을 붙였지만, 그가 노래를 지었을 때 그 시는 슈베르트 자신의 이야기였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세계에 대한 그리움이 슈베르트에게 절실하지 않았다면 그 노래가 주는 감동이 우리의 가슴에 젖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의 영원한 마인 고통과 죽음과 연민의 「겨울 나그네』, 그 긴 여정은 이 감동에서부터 시작된다.

제1곡 '안녕'에서 침울한 분위기가 반복되는 화음을 타고 젊은이가 애인의 집 문에 안녕이라는 말을 남기고 방랑의 길을 떠난다. 들판을 지나 멀리 바라보이는 마을을 되돌아보며 한숨짓는 듯, 희망에 잠기는 듯 젊은 나그네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풍향기'를 지나 서정이 넘치는 '보리수 '넘쳐흐르는 눈물' '봄꿈'을 거쳐 마음의 '우편마차'를 기다리다가. '폭풍의 아침' '이정표'를 지나 마지막 곡에서 '거리의 악사를 만나 "나도 당신과 함께 가리라" 하며 끝없는 겨울 여정을 다시 떠난다. 전체 스물네 곡으로 구성된 「겨울 나그네에는 아주 감동적인 순간이 있는가 하면, 분노할 때도 있으며, 냉소적이기도 하고, 때로는 멜랑콜리도, 공포도 있다. 그러나 '겨울 나그네의 귀결은 공포도, 두려움도, 죽음도 아니며, 슈베르트가 평생 갈구한 봄의 그리움이다.

참으로 묘한 것은 겨울 나그네의 시를 쓴 시인 뮐러가 이 곡이 완성되던 해에 서른세 살의 나이로 요절했고, 슈베르트는 그다음 해에 그보다 더 젊은 서른한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사실이다. 그러고 보면 이 겨울 나그네는 정녕 뮐러였고, 슈베르트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지난 1993년 내한하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한 리릭 테너, 페터 슈라이어의 겨울 나그네」는 얼어붙은 허공을 뚫고 나와 얼음을 가르듯 그 청아한 소리가 청중의 가슴에 와 박혔다. 화살이 날아가듯 뻗어가는 그 목소리는 투명에 가까워서 오히려 차가웠다.

남자의 목소리 중 가장 아름답다는 바리톤의 헤르만 프라이나 피셔-디스카우와는 또 달랐다. 마치 입안에서 녹아내리는 듯해 부드럽기 짝이 없는 피셔-디스카우가 슈베르트의 최고 가수라지만, 보다 지성적인 페터 슈라이어 역시 '밝은 우수'의 표출에서는 압권이었다.

그러나 슈베르트를 누가 부르든 그의 가곡이 폭넓은 호소력을 갖고 있는 것은 멜로디가 주는 서정성과 인생을 이야기하는 시에 있다. 시가 노래를 부르는 듯, 음악이 시를 읊는 듯하는.....

출처 / 랩소디 인 블루 - 이인해 - 한길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