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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미레스의 <미사 크리올라> - 메르세데스 소사 Mercedes Sosa 본문
https://youtu.be/9f8OBHVql7Y?si=xmABIXLKI_57JK_i
날아라 내 영혼이여, '민속'의 날개를 타고
라미레스의 <미사 크리올라> - 메르세데스 소사 Mercedes Sosa
가수 김민기의 노래를 부르거나 그 악보를 인쇄하는 일만으로도 죄가 되는 시대를 살았던 우리에게는, 아주 먼 나라인 아르헨티나의 국민가수 메르세데스 소사 Mercedes Sosa가 당한 고통 역시 남의 일 같지 않았다. 군사정권의 엄청난 박해와 싸우다 스페인으로 망명할 수 밖에 없었던 그가 아르헨티나의 군부독재 종식 후 처음으로 고국의 무대에 선 1982년 2월, 부에노스 아이레스의 오페라 극장에서 비올레타 파라의 곡 <삶에 대한 감사 Gracias a la Vida)를 부르며 흐느끼는 소사에게 아르헨티나 사람들은 함께 울며 끝없는 박수를 보냈다.
인디오의 혈통을 실감하게 하는 자연의 생명력이 넘치는 목소리와 여장부다운 외모, 그리고 투철한 사회의식을 담은 저항의 노래로 아르헨티나인 들뿐만 아니라 온 세계를 감동시킨 소사, 언어와 문화의 벽을 허물어뜨리며 다가오는 그의 여러 노래들 가운데서도 특별히 우리의 영혼을 끌어올리는 음악이 있다. <미사 크리올라 Miesa criolla>
메르세데스 소사가 극립극장에서 노래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리는 잡지 표지 사진
민족 정서를 담은 현대 미사곡들
현대 작곡가들은 서양 고전음악의 일반적인 형식을 따른 미사곡들 외에, 각 민족의 독특한 정서와 민속 음악을 토대로 한 미사 음악을 시도해 보기 시작했다. 원래는 자기 민족의 문화 속에 감춰진 영성을 드러내고 민족 내의 신앙적 유대를 더욱 튼튼하게 하려는 노력이었지만, 이런 음악들은 의외로 세계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한다. 토속음악의 단순한 멜로디와 누구도 흉내 내기 어려운 독자성이 놀라운 공감과 감동을 불러일으켰던 것이다.
아프리카 콩고의 민속음악을 토대로 한 〈미사 루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플라멩코 음악을 토대로 한 <미사 플라멩카>, 그리고 남아메리카 민속음악을 소재로 삼은 <미사 크리올라> 등이 그 대표적인 예다.
'크리올' 또는 '크리올료'란 남아메리카 및 북아메리카 대륙의 스페인 식민지에서 태어난 백인 혹은 스페인 및 프랑스 출신의 백 인과 흑인 사이의 혼혈을 지칭하는 단어. '미사 크리올라'란 원래 크리올의 미사라 는 뜻이지만, 여기서는 '선주민 미사'라는 의미로 쓰였다.
영화 <미션>에서 가브리엘 신부가 짐승처럼 노예로 포획되어 가는 남미 선주민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며 그들의 토속악기와 고유의 노래로 미사를 올리는 감동적인 장면을 떠올려 보면 (미사 크리올라>라는 음악을 이해하기가 한결 쉬워진다. 음악적 감수성이 탁월했던 혼혈 크리올들은 후에 북미 흑인 빈민가로 흘러들어가 뉴올리언스 재즈를 탄생시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63년 미사곡 <미사 크리올라>를 작곡한 아리엘 라미레스 Ariel Ramirez (1921~)는 아르헨티나 산타 페에서 태어나 현재 부에노스 아이레스에 살고 있는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 키리에-글로리아 크레도 상투스-아뉴스 데이로 이루어진 이 미사곡의 가사는 카스틸라어(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중북부 스페인 언어)로 쓰였고, 그 해에 라틴아메리카 교회 전례위원회는 이 텍스트를 전례음악에 사용해도 좋다고 허가했다.
라미레스는 라틴아메리카 전통 민속음악에 자신의 음악을 엮어 넣으며 40명 이상의 합창단, 솔로 성악가 한 사람, 오르간 또는 피아노, 기타, 차량고(양쪽으로 다섯 개씩 현이 있는 일종의 기타), 아코디언, 볼리비아 팬플루트 그밖에 라틴아메리카의 전통 타악기 등을 써서 이듬해에 이 곡을 처음으로 녹음했다.
단순 명료한 토속음악으로 세계를 사로잡다
낮은 북소리와 고요한 합창으로 시작되는 '키리에'는 안데스 산지 특유의 서정적이고 구슬픈 멜로디를 써서 황량한 고원지대에 사는 사람들의 적막감과 고독을 묘사하고 있다. 그런 곳에서 전해 오는 "주님, 저희를 불쌍히 여겨 주십시오"라는 기도는 엄청난 인구의 대도시에 살면서도 철저히 외롭고 매 마르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각별한 호소력을 갖는다.
두 번째 곡인 '글로리아'는 격정적인 리듬에 실려 부활의 기쁨이 폭발하는 곡. 볼리비아, 페루 고지에 사는 인디오들의 춤곡인 '카르나빨리토 를 변형한 이 음악은 4분의 2박자로 넘치는 기쁨을 표현한다. 이 '글로리아'는 솔로 성악가가 부르는 고요하고 느린 독백조의 기도를 사이에 두고 두 부분으로 나뉘는데, 뒷부분에서 전반부의 빠른 템포와 리드미컬한 반주로 되돌아갈 때는 축제다운 분위기가 더욱 고조된다.
'크레도' 전체를 감싸고 있는 것은 중부 아르헨티나 민속음악의 강박적인 리듬이다. 신앙고백의 진지하고 엄숙한 분위기를 탁월하게 표현하는 이 음악은 마침 부분에서 합창단의 반복되는 '아멘'으로 '선언'의 느낌을 더욱 강조한다. 글로리아에서 볼 수 있었던 축제 음악의 형식과 분위기는 '상투스'에서 다시 나타나며, 마지막 곡인 '이뉴스 데이'는 아르헨티나 초원 꿈과 특유의 서정적인 양식을 취하고 있어, 고즈넉한 멜로디 속에서 평화를 갈망하는 간절한 마음을 느끼게 한다.
1964년 10월에 부에노스 아이레스에서 <미사 크리올라>가 처음으로 녹음되었을 때 비평가들은 누구나 이 음반의 성공을 예상했다. 그러나 이처럼 엄청난 반향을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세계 40여 개국에서 3백만 장이 넘게 팔렸던 것이다. 클래식 음반으로서는 그야말로 경이로운 판매고였다.
이 작품은 전 세계 비평가와 청중들의 유례없는 찬사를 이끌어 냈다. 사람들은 이 음악을 듣고서 가장 단순하고 토속적인 음악 형식이 최고의 생명력과 가치를 갖는다는 점을 알게 되었고, 이교적으로 들리는 민속음악을 통 해서도 새로운 신앙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미사 크리올라>가 가치를 지니는 또 한 가지 이유는 작곡에 임하는 라미레스의 기본자세에 있다. 그는 민속음악을 빌어 쓰면서도 복잡한 테크닉으로 그 음악의 선정적이거나 선동적인 면을 부각하지 않고, 그 음악 본연의 순수함과 단순함을 강조하는 자신의 원칙을 지켰기 때문이다. 또 <미사 크리올라>의 솔로를 맡은 메르세데스 소사의 호소력 넘치는 목소리가 이 음악을 더욱 빛나게 했다.
라미레스는 1987년에 테너 호세 카레라스를 두 번째 녹음의 독창자로 내세웠는데, 녹음 직후에 백혈병으로 투병을 시작한 카레라스는 이 음반이 발매된 뒤 <미사 크리올라>로 순회공연을 다니면서 그 간절한 노래 기도로 심리적인 안정을 되찾았다고 한다.
*들어볼 만한 음반
독창 메르세데스 소사
지휘 리카르도 해그먼
출시_데카, 2000년
독창호세 카레라스
연주 아리엘 라미레스, 도밍고 쿠라, 라울 바르보사, 코랄 살베 데 라레도
지휘호세 루이스 오세호
출시 필립스, 1995년
출처 : 지상에 핀 천상의 음악 / 이 용숙지음 - (주)샘터사
독창호세 카레라스
https://youtu.be/FqwDAIAsGs4?si=f5RvxkVp1xn6dOb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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