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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그대를 사랑합니다 본문
그대를 사랑합니다
아내와 아이들에게 컴퓨터를 빼앗기고 혼자 T.V를 보던 중에 무료 영화관에서 인터넷 만화로 유명했던 강 풀 원작의 "그대를 사랑합니다"라는 영화를 보게 되었다. 서울 변두리 산동네를 배경으로 4명의 노인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담한 모습으로 펼쳐 나가는 영화인데 젊은이들의 사랑에서는 느낄 수 없는 깊은 울림과 배려를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이 영화의 일부를 인천사람들이면 다 아는 숭의동 109번지 일대에서 촬영했다는데 그래서인지 매 장면마다 친근감이 더 들어 보이는 영화이기도 했다.
그대라는 말은 아내가 죽기 직전까지도 무심했던 김 만복의 죽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만들어 낸 극 중의 단어로 볼 수 있다. 아내외에 다른 이에게 여보라는 말을 하면 안 된다는 가슴에 담은 책임감이 결국 송 씨에게그대"라는 표현을 쓰게 하고 제목까지 " 그대를 사랑합니다"로 지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자기의 무심함으로 인해 아내가 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사실마저도 모르고 지나던 날들에 대한 후회를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김 만복은 눈이 쌓인 언덕길에서 어려움에 처한 송 씨를 도와주면서 그녀에 대한 살뜰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송 씨는 궁핍한 강원도 산골생활이 싫어 동네 오빠의 꼬드김에 너머가 서울로 야반도주를 했지만 녹록잖은 서울생활에서 남편과 갓난아이를 잃고서 홀로 폐지를 주워가며 인고의 세월을 보내는 중에 김 만복을 만나 그녀의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보낸다.
치매에 걸린 아내를 돌보느라 개인택시 생활을 접고 집 근처 주차장 관리를 하면서 살아가는 장 군봉의 지고지순한 아내에 대한 사랑에서 눈시울을 붉히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아내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함께 세상을 떠나던 그 장면 장면에서 먹먹함에 한동안 눈을 끔뻑여야만 했다. 중간중간에 배우들이 던지는 말들이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폐부를 찌른다.
장 군봉이 죽음을 받아들이기로 하면서 함께 떠난 여행 중에 김 만복에게 말하던 "우리는 당장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야!"라는 말이나, 장례식장에서 호상은 무슨 호상~ 잘 죽었다는 말이 어디 있냐" 면서 이율배반적인 사회의 통념에 삿대질을 하던 김 만복의 일갈에서 평소 무심코 호상이라 말하던 내 몰 염치스러움까지 들킨 것 같이 부끄러워진다.
송 씨의 글 배우기와 치매에 걸린 아내 순이의 가출을 계기로 장 군봉과 김 만복은 서로 친구가 되는데 자식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마지막 가는 길을 친구 만복에게 부탁한 장 군봉의 편지 장면은 나를 비롯한 수많은 자식들의 가슴을 찌르는 아픔을 주었다. 부모 자식 간의 관계가 무엇인지 사람의 도리가 무엇인지를 에둘러 표현하는 방식이 마음에 닿았다.
장 군봉의 죽음은 송 씨에게 크나큰 충격이었다. 일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현재의 행복도 언젠가 죽게 될 삶의 운명에 가슴 아파할 자신이 없어, 지금의 행복을 영원히 가슴에 안고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 고향으로 떠나는데. 그 마음을 받아 주는 김 만복의 현명함(?)은 마지막 장면에서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사람이 살아가는 어느 동네에서나 일어 남직한 현실적인 모습에 이 영화의 매력이 있다. 현실과 동화되어 가는 감정을 스스로 가질 수 있어 이 영화의 장점을 느낄 수 있고 언젠가의 내 모습이 장 군봉과 김 만복의 모습에 투영되어 있어 극속에 몰입할 수 있었다. 사실 장 군봉과 같은 사랑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래도 간간 언론에 애틋한 부부간의 사랑 얘기가 실리는 것을 보면 아직 이 사회는 따뜻함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된다. 서로의 아픔도 함께 나누고, 가려운 등도 긁어주면서 한 세월 서로 의지함이 부부이고, 늘어가는 주름마저도 아름다운 것은 사랑 때문인데 나는 지금 아내에게 어떤 사랑을 주고 있을까?
일상의 감동을 전해주는 “사랑밭 새벽편지”에서 이런 글을 보았다.
바쁜 병원의 아침 시간. 8시 반 엄지손가락 실밥을 풀러 온대 할아버지, 급하게 일을 마치고 9시까지 어디 가셔야 한다는 것. 실밥을 풀어주며 이야기를 나눠보니 9시까지 부인이 입원 중인 양로병원에 도착해야 부인과 아침식사를 같이 할 수 있다고.. 늦게 가시면 부인이 화를 내시냐 물으니 그건 아니라며 치매에 걸려 자기를 알아보지 못한 지 5년이나 되었다고. 부인이 알아보지도 못하는데 매일 아침 가실 필요가 있느냐고 물으니 미소와 함께 나의 손을 포근히 두드리며 하는 말
'그녀는 나를 알아보지 못하지만 난 아직도 그녀가 누군지 알고 있거든!'
이 답변이 부부간에 나눌 수 있는 궁극의 사랑이 아닐까?
2019.7.4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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