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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공원의 만추(晩秋) 본문
자유공원의 만추(晩秋)
- 小雪에 가을 타령 -
절기상으로는 입동이 지나고 오늘이 소설이니 당연한 겨울에 무슨 만추에 가을 타령이냐 하겠냐마는 사실 우리는 음력으로 사계절을 구분 짓던 농본주의가 삶의 기초라서, 아직은 음력 시월! 당연히 가을이라 할 수 있겠다. 느지막이 가을을 칭하다 보니 제일 먼저 눈에 밟히는 것이 단풍이고 당연스레 이 가을 한편에서 찬란하게 지고 있는 단풍들의 숨소리에 귀 기울이며 지나가는 만추를 느끼고자 하는 바이다.
얼마 전! 답동사거리 주변에 늘어서 있는 가로수에서 마치 한 여름 소나기 쏟아지 듯, 혹은 한 겨울 한 치 앞도 안 보이게 솜뭉치 같은 함박눈 내리듯, 은행나무 이파리들이 바람에 떠밀려 우수수 떨어지는데 온 천지가 노란빛으로 가득 차 장관을 이루고 있음에 새삼 '아! 올가을이 정녕 가고 있구나!'라며 잠시 계절에 대한 소회에 젖기도 했다.
게다가 포털 기사 한 켠에 노랗게 물들어 있는 은행나무 주변의 풍경 사진을 찍어 놓고 만추라 제목을 지어 놓으니 그 풍경과 제목이 너무 잘 어울림을 부럽게 느껴 나도 이렇게 Iggy Pop의 고엽을 들으며 놀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아내가 장태산 휴양림을 다녀왔는데 내가 가지는 않았어도 부부는 일심동체라 하여 묘하게 그곳에 다녀온 기운이 배인 듯하다. 하지만 실상은 아내가 찍어 온 멋진 단풍사진들을 챙겨 보며 "갑곶 성지"의 십자가의 길에 펼쳐진 단풍들과 "한국 일만 위 순교자 현양 동산"의 오솔길에서 황금빛에 젖은 만추의 정취를 떠올린 탓이리라.
만추는 한자말 뜻 그대로 저문 가을이며, 고운 빛깔로 물들어 있는 단풍과 떨어진 낙엽에서 적막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시기를 말하는데, 올해는 허허로이 지내면서 별달리 이룬 것도 없고 그저 맥없이 이 가을을 보내기 아쉬워 녀석의 끄트머리라도 붙잡고 늘어질 심산으로 자유 공원엘 올랐는데, 이미 공원 산책로에도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떨림에 계절이 담겨 찬란히 흩어지고 있는 중이다. 휘돌다 보니 어느덧 해거름이 지기 시작하는 순간 사위마저 조용해지고 기척도 사라지면서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석양빛을 받은 나무와 풀잎들이 가는 가을을 늘어 뜨리며 겨울잠을 자렸는지 슬몃슬몃 졸고 있다. 만추는 만추다.
2019.11.23 그루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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