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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수조속의 LION HEAD가 부럽던 날 본문
수조속의 LION HEAD가 부럽던 날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그대로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살갗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햇살은 자비라고는 없이 내리쬐었고, 그 아래에서 무기력하게 걷고 있는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아스팔트 위로는 신기루처럼 아지랑이가 피어올랐고, 그 속에서 나는 한낱 미물에 지나지 않는 기분이 들었다. 거리를 둘러싸고 있는 건물들은 열기에 휘청이는 듯했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들은 연신 흘러내려 눈가에 닿았다. 그렇지만 햇살의 뜨거움을 원망할 겨를도 없었다. 태양은 본래 그런 것이니까.
그날 따라 하늘은 또 어찌나 청명했던지, 바라보기조차 싫었다. 선명한 파란 하늘 위로 둥둥 떠다니는 구름들은 마치 누군가 신중하게 그려낸 수채화처럼 완벽했고, 그 속에서 나는 한없이 왜소하게 느껴졌다. 그토록 맑고 투명한 날씨가, 내 마음속 불편한 감정들과 대조를 이루어 더욱 짜증스러웠다. 내게 그런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것에 대해서도 원망할 수 없었다. 그저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니까.
결국, 짜증 어린 발걸음으로 사무실 문을 열었다. 내 앞에 펼쳐진 풍경은 한낱 사무실의 일상적인 모습일 뿐이었지만, 그 안에서도 날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있는데 사무실 한구석에 자리 잡은 수조였다. 수조 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라이온 헤드 물고기가 내 시선을 붙잡았다. 유리벽 너머로 이리저리 움직이는 그 녀석이 어찌나 한가로워 보이던지, 문득 불쾌감이 밀려왔다.
더불어 함께 느껴지는 부러움이 나를 당황하게 했다. 그 조그마한 물고기가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갈까 궁금해지면서도, 한편으론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살아가는 그 녀석이 더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조 속 시원한 물에서 떠다니는 그 모습은, 지금의 나와는 너무나도 대조적이었다.
얼마전 수돗물에 이물질이 들어가는 사고가 있던 날 저녁에 물갈이를 하는 바람에 저 녀석의 일가가 몰살당하는 참사를 겪었지만, 다행하게도 저 녀석은 어려서 다른 곳에 잠시 이사 가 있던 바람에 살아남았다. 저 녀석에게 생각 없음이 다행이고, 그 고통을 모르니 그 고통을 아는 내가 다행이다... 그래서 복더위에도 한가로운 저 녀석이 부러운가 보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저 물고기에겐 그런 고통을 느낄 만한 감정이나 인지가 없다는 사실이 오히려 다행일지도 모른다. 슬픔도, 상실감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저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저 물고기에겐 축복이 아닐까? 그저 본능에 따라 움직이며, 바깥 세상의 복잡한 감정이나 괴로움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유영하는 삶이란, 한편으로는 부러울 정도다.
나는 인간이라는 이유로 너무나 많은 감정을 짊어지고 살아간다. 때로는 그 감정들이 내게 축복일지언정, 오늘 같은 날에는 그것들이 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차라리 저 물고기처럼 단순하고,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 존재로 살아간다면 어떨까 하는 유치한 생각마저도 해본다. 하지만 이내 내 속마음을 들여다보니, 그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내가 느끼는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잡한 감정의 무게를 견디는 것조차도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일 테니, 그것도 나름의 의미가 있는 거겠지.
이렇게 더위에 지친 하루,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얽히고설켜 불쾌한 기분이 드는 날도 있다. 이럴 때는 그저 하찮은 물고기 한 마리조차 부러워지는 것 같다. 사실 부러울 것도 없는 상황이었지만, 더운 날씨에 더해진 감정의 혼란이 날 이렇게 만든 모양이다. 부질없는 생각들 속에서 여전히 나는 사무실에 앉아, 다시금 그 물고기를 바라본다. 지금 나를 감싸고 있는 이 불편한 감정들이 식어지길 바라면서.
2010-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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