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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양천구청 사건의 교훈 본문
양천구청 사건의 교훈
살다 보면, 별 것도 아닌 일을 시간이 없다거나 조금 귀찮다고, 다른 사람에게 미룰 때가 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상급자가 부하직원에게 미루고, 사회생활을 하며, 주위사람에게 미루고, 가정생활을 하며, 부부간이나 형제자매들에게 미루고, 자식들에게 미루는 일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 되어 버린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연히 다른 사람이 하려니 하거나, 그 정도의 사소한 일은 내가 안 해도 알아서들 하겠지 하며 서로 핑계를 대고 미루다가 정작 사소한 일이 큰 일로 번져 버리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번 양천구청의 사회복지업무 담당자의 횡령사건이 작은 일을 미루다 큰 일로 벌어지게 된 하나의 예가 될 수 있습니다. 담당 팀장의 업무는 사소한 일이라도 자기가 맡은 팀의 모든 업무를 관리감독 해야 할 책임이 있는 자리입니다.
그 자리를 거쳐간 몇몇의 팀장들이 지난한 업무 때문에 일일이 확인을 하기가 곤란하다고 하고, 프로그램의 허점을 핑계대기도 하지만, 일개 직원이 그렇게 많은 금액을 횡령할 동안 그 사실을 몰랐다고 하기에는 그 금액이 너무 많고, 그 기간이 너무 길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무리 단순 반복적인 업무라 하더라도 그동안 상급자 들과, 지출부서에서 조금이라도 신경을 쓰며 업무처리를 했으면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최근에 박 성철 작가의 "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 "라는 아주 재미있는 글을 읽었습니다.
옛날! 한 마을에 너무도 다른 성격을 가진 네 사람이 살았습니다. 그들의 이름은 각각 "모두가", " 누군가" , " 누구나 " , " 아무도 "였습니다. 별 다른 다툼 없이 서로 잘 지내던 사이였는데 갑자기 마을에 급한 일이 생겨 "모두가 " 그 일을 하도록 요청받았습니다.
그런데 나서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누군가" 그 일을 하리라고 " 모두가 " 확신했습니다."누구나" 그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 아무도 " 그 일을 하지 않았습니다. " 모두가" 해야 할 일이었기에 " 누군가 "가 이 일을 두고 성을 냈습니다. "누구나 " 할 수 있다고 " 모두가 " 생각했지만, "모두가" 하지 않으리라고는"아무도" 깨닫지 못했습니다. "모두가" "누군가"를 꾸짖고, "누구나" 앞장서서 할 수 있는 일을"아무도" 하지 않은 것으로 끝났습니다. 최근에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해야 될 일이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음을 두고 이 네 사람이 아직도 다투고 있답니다.
지금 우리는 전 세계 경제의 흔들림 속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며 불안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출이 우리 경제를 버티고 있는 근간이 되고 있는 형편에, 환율이 걷잡을 수 없이 올라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고 있고, 고환율의 영향으로 휘발유값도 고개를 숙일 줄 모르고 있으며, 더불어 생필품을 비롯한 많은 물가가 뛰어올라 서민경제가 말할 수 없이 피폐해지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나라를 운영하는 위정자들은 도대체 무엇을 하는 분들인지 모르겠습니다. 국민들이 못 살겠다 아우성치고, 중견 기업체들의 부도가 넘쳐나고, 국가 전반이 흔들리는 와중에도, 아전인수격으로 정쟁만을 계속하고 있는 분들이 과연 이 나라를 책임지는 분들인지 정말 모를 일입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양천구청의 사건은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부조리라는 종기 중의 하나가 터진 것일 뿐입니다.
위정자들이 국민과 국가에 대한 책임의식을 조금이라도 갖고 있다면 적어도 국가의 안위가 당리당략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이 사건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과연 자신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깨닫기를 바랍니다. 책임은 남에게 미루는 것이 아닙니다."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문제"라는 글은 교훈으로서만 존재하기를 바랄 뿐입니다.몇 년이 지난 뒤에도 진즉 해야 할 일들을 놔두고, 네 사람 들처럼 서로 미루고 다투고 있는 모습을 보며 허탈하게 민주주의의 꿈을 포기하는 사태가 생기지 않기를 진정으로 바랄 뿐입니다.
20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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