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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詩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고나 / 김 광균 본문
詩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고나 / 김 광균
朱安묘지 산비탈에도 밤벌레가 우느냐,
너는 죽어서 그곳에 육신이 슬고
나는 살아서 달을 치어다보고 있다.
가물에 들끓는 서울 거리에
정다운 벗들이 떠드는 술자리에
애닯다
네 의자가 하나 비어 있고나.
월미도 가까운 선술집이나
미국 가면 하숙한다던 뉴요크 할렘에 가면
너를 만날까.
있다라도 「김형 있소」하고
손창문 마구 열고 들어서지 않을까.
네가 놀러 와 자던 계동집 처마끝에
여름달이 자위를 넘고
밤바람이 찬 툇마루에서
나 혼자
부질없는 생각에 담배를 피고 있다
번역한다던
리처드 라잇과 원고지 옆에 끼고
덜렁대는 걸음으로 어델 갔느냐.
철쭉꽃 피면
강화섬 가자던 약속도 잊어버리고
좋아하던 존슨 부라운 테일러와
맥주를 마시며
저 세상에서도 흑인詩를 쓰고 있느냐
해방 후
수없는 청년이 죽어간 인천땅 진흙밭에
너를 묻고 온 지 스무날
詩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고나.
신천지 1947.10
1947년 초 여름 어느 날 오후 남산에서 총에 맞아 목슴을 잃은 인천출신의 권투선수 시인 배인철! 시인 김 광균은 배 인철을 인천 주안 공동묘지에 묻고 나서 죽음을 곡하는 '詩를 쓴다는 것이 이미 부질없고나'란 조시(弔詩)에서 배인철이 없는 세상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고 읊었다.불과 스물여덟의 나이에 한국문단에 족적을 남기고 떠난 그의 그림자가 비 오는 오늘 잔잔히 가슴에 흐른다.
해방 후 짧은 시간동안 명동에서 활약을 했던 배 인철은 간혹 월미도건 강화건 교우하던 문인들과 행차를 하며 술과 시를 나누었다는 것이 조시(弔詩)에 그대로 녹아 있음을 볼 수 있다.그리고 배 인철이 형제처럼 좋아 하던 흑인이 바로 존슨 부라운 테일러였는데 명동시절에 대한 여러 문인들의 기록속에 배 인철과 존슨 부라운에 대한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이 봉구의 "명동백작"에도 존슨 부라운과 배 인 철의 인연에 대해서 쓴 것을 보면 배 인철은 해방직후 인천 미군부대에 통역으로 나간 인연으로 흑인들과 깊은 인연을 맺게 되었고, 그 중 존슨 부라운과의 인연이 제일 깊은 것으로 묘사 되어 있다.
배 인철은 선배인 김 광균을 좋아해 따라 다녔고 밤낮으로 김 시인의 집을 찾아가 문을 두드렸다고 한다.명동백작 이 봉구시인과 이시우,박 인환,함 세덕,이 해관,정 지용등 많은 시인들과 교우를 하며 지내던 배 인철의 죽음은 인천출신의 시인을 한 명 잃었다는 점과 더불어 무엇보다 흑인정서와 동화 되는 시를 써내려 간 독보적인 흑인시인을 잃은 한국시단의 손실이라 할 수 있겠다. 2014.9.4. - 그루터기 -
# 정 진오기자! 인천에 대한 글을 찾다 보면 정 기자와 자주 마주치게 되는데,우리 오래 전에 맺었던 인연이 다시 한 번 닿는 날 있으면 술 한잔 하자구... 문일이도 순석이도 보고싶네..
* 배 인철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
[책 읽는 인천, 문학속 인천을 찾다·20]배인철의 흑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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