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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차이나타운의 수정 그리고 생춘당 한의원 본문
차이나타운의 수정 그리고 생춘당 한의원
인천이야기를 찾아보던 중 이 사진을 보게 되었다. 사진의 왼쪽 화강암으로 지은 견고한 건물은 오래전 '수정'이라는 고급식당이었으며 지금은 '인천 뷰티 상품 판매장'으로 쓰고 있는데 그나마도 코로나의 여파를 견디지 못하고 임대 중이라는 현수막을 걸고 있어 시절의 아픔을 느끼게 한다.
이 건물은 내게 오래된 기억을 떠 오르게 한다. 지금은 고인이 된 동창 하나가 해군 장기 하사관으로 당시 월미도 '5 해역사'수송대에 근무하며, 사령관 운전기사를 하였는데, 내 사무실 앞에 있는 고급식당 '수정'을 자주 찾던 사령관을 기다리며 차 한잔씩 하여 다른 친구들보다 돈독한 우정을 쌓아나가는 계기가 되었다.
'수정'은 고급식당이자 요정으로 지금에서야 군사령관이라는 자가 요정을 드나드는 처사를 한심하다 토로하지만, 당시에는10.26 사태가 지난 지 얼마 지나지 않던 시퍼런 국보위 시절이라 뭐라 뒷말조차 할 처지도 못되었다.
건축업무를 하던 어느 해 성탄절 무렵 '****심의위원회'가 끝나고 저녁식사 자리에서 취흥이 도도했던 심의위원장인 모대학 교수께서 송년회를 주관한 덕분에 '수정'에 들러 요정의 풍치를 구경해본 적이 있었다.
수정 바로 옆의 건물은 '생춘당 한의원'이다. 우연히 해바라기 하던 원장 선생님에게 아버지께서 위궤양으로 오랜 세월 고생하신다는 나의 말을 듣고 흔쾌히 환약을 지어 주셨다. 그렇게 고생하시던 아버지의 병환이 6개월 만에 완치되어 크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 인연이 있는 집이었는데 이후로 환자가 거의 없어 폐가처럼 남아 있더니 근 20년 전 '북경반점'이라는 영화를 찍으며 반짝 세간의 관심을 받고 나서 지금은 누가 인수를 하였는지 화사하게 단장하여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지금도 인열이 형이 운영하는 밴댕이 골목의 당구를 치고 한 잔 하러 신포동 가는 길에 저 앞을 지나칠라치면 동창 녀석의 얼굴과, 5 해역사의 명칭과 도인의 풍모를 보여 주시던 의사 선생님의 모습과 환약 봉지가 줄줄이 기억을 스치며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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