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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경민이 훈련소로 가다 본문
경민이 훈련소로 가다
아주 어릴 줄만 알았던 작은 애가 내일이면 군대엘 간다. 큰 애는 골목 친구인 영록이와 가까운 경기도로 동반 입소를 하여 훈련도 함께 받고 포천으로 자대 배치 후에는 같은 내무반에서 서로 의지 삼아 동고동락하며 제대를 하여 부모 된 마음에 한결 편하였더니, 이 아이 역시 동창생과 함께 훈련을 받으러 간다 하여 조금은 다행이라, 이는 모두의 심중과 같다.
애당초 현역으로 입대를 할 줄 알고 사관학교엘 가라던지, 해병대나 카투사엘 지원하라던지 하였는데, 어느 날 느닷없이 징병검사를 받고 와서는 " 아빠 ~ 나 공익이래.." 하며 멍게 같은 얼굴에 띈 의기양양한 미소를 보고, 마음속으로 " 아이쿠 " 하는 단발마적 비명을 지른 아비의 심정을 알기나 하려나.. 어릴 때부터 시력이 좋질 않은 것을 고도근시까지 진행되도록 방치하여 공익 판정을 받았나 싶어 씁쓰름하지마는, " 아! 이 놈아 사내자식이 현역을 가야지 공익이 뭐냐 ~ 징병검사를 다시 받던지 해서라도 군대엘 다녀와.. " 하며 속 없는 윽박지름으로 마음을 삭이고 말았는데, 벌써 시간이 흘러 내일이면 훈련소에 입소하게 되었다.
훈련소가 아래 지방이어서 비행기로 보낼까 데려다줄까 집사람과 설왕설래하던 중에 함께 입소하는 아이의 아버지가 가는 길에 동승시켜 준다 하여 그냥 집에서 보내기로 하였지만 아이의 마음이 서운하겠다 싶어 식구끼리 조촐한 송별연을 가졌다. 송별연 자리에서 평소의 쾌활함을 잃고 말없이 음식만 먹는 작은 애의 모습을 보는 내 마음이 짠 하였다.
하루만 지나면 부딪게 되는 훈련소 생활에 대하여 처음 접하는 두려움인지 가족과의 떨어짐에 대한 낯섦인지. 그동안 애지중지 가꾸고 다듬던 머리를 삭발한 처연함인지, 아무튼 그 심중을 알 길 없으나, 그 간 학비를 조달하며 대학을 다니는 방법도, 공익 근무하며 공부하는 방법까지 소신을 피력하며 조곤조곤 자신의 계획을 털어놓길 좋아하던 아이기에 그다지 염려치 않았으나, 막상 눈앞에서 의기소침하는 모양새가 영 마음에 걸려 괜찮은가 물어보았더니 씩 한 번 웃으며 " 아빠! 걱정 마 "라는 단 두 마디로 외려 나를 감싸 않는다.
어찌 되었건 훈련소에서의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그 간 살아오며 느끼지 못하던 육체적 고통을 감내하며 상명하복이라는 조직의 특성도 배우고, 고된 훈련을 함께하는 전우들과의 동료애도 가슴에 안고, 정신적으로 성숙해져 돌아오리라 믿는다. 큰 아이도 비비적거리며 생활하던 작은 애가 없는 동안에 자신의 앞 날에 대한 심사숙고하는 마음 하나쯤 갖기를 덤으로 기대하련다..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부쩍 성숙해 가는 모습들을 보며 반석 같아야 할 아비의 심정이 자꾸 왜소해 가는 듯하다. 응당 해야 할 도리를 못함에 대한 자격지심과, 앞 날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건강에 대한 자신 없음이 큰 빌미로 작용하는 것 같아 가슴 한편에 묵지근한 돌멩이 하나가 차지한 듯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어깨가 작아 보이던 때가 내가 지금의 저 아이들 때쯤이던가!
2010 년 3월 21
* 자식을 군에 보내는 아비들의 뻔한 생각 하나.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군 입대에 대하여 두 가지 상반된 양상을 보이는데, 이는 참으로 잘못되었다. 건강한 신체와 정신으로 현역에 입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기준에 부적합한 이들을 공익이나 면제 처분하는 것 역시 당연 하지만 언제인가부터 쥐새끼들처럼 부정한 방법을 앞세워 군 생활을 고의적으로 회피하는 부류들이 생기면서 군 복무를 하는 장정들이 능력이 없는듯한 묘한 사회적 인식을 저변에 깔아 놓았으니 말이다..
나 같이 평범한 아비들은 군이라는 조직사회에서 부대끼며 배운 협동심과 전우애가 사회에 나와 커다란 잠재적 자산이 됨을 철석같이 믿고 또 그러함을 인지하면서 지내고 있지마는 일부 부와 권력을 가진 자들의 잘못된 행태와 얼빠진 사람들이 사회의 정신을 좀 먹고 있는 것이 사실로 존재한다. 솔직히 이런 자들에게는 천벌이 내려 아예 이 세상에서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들은 정도의 건강한 사회가 아닌 점이 개탄스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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