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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깜빡 부부 본문
깜빡 부부
어제 오후의 일이다.
무엇을 하리라 생각해 놓고는 아내 질문에 대답을 한 순간 까맣게 잃어버리고 말았다. 마치 흐르는 냇가에 물 한 방울 떨어져 흔적 없이 사라지듯 하루가 지났어도 무엇을 하려 했는지 아주 생각이 안 나는 게 더 걱정스럽다. 어릴 적 일들은 며칠 전 일처럼 생생하게 기억나는 것도 있는데, 요즈음 들어서는 출근을 해야 하는 날인가 아니면 쉬는 날인가조차 헷갈릴 때가 있으니 이게 치매의 시작인가 하는 몹쓸 기우가 덜컥 마음속을 헤집는다.
이런 증상이 나만 아니라 아내 역시 비슷하여 한 번 외출이라도 할라치면 두고 나온 물건들을 챙기러 대문을 두어 번은 드나들어야 비로소 일 보기를 시작할 정도이고 집안에서도 휴대전화는 늘 내가 찾아 주어야 하는 형편이다..
우리 부부는 소싯적에 사내 커플이었는데 당시에 두 사람은 걸어 다니는 전화번호부라 불릴 정도로 기억력이 뛰어나 업무 관련 연락처를 뚜르르 꿰고 앉아 상사들이 감탄을 하곤 했던 이력이 있어 지금 같은 사태가 우리에게 찾아 오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였다.
가만 되돌아보니 비단 위에 들어 본 예만이 아니다. T.V에서 퀴즈 프로그램을 보다가 아는 문제가 나와도 정답이 입에서 뱅뱅 돌기만 하고, 외화와 미드를 보아도 주인공 이름들이 갑자기 안 떠 오르는 증상에서, 이미 순발력을 잃어버린 줄은 알았지만, 지인들과 노래방엘 가더라도 미리 생각해 놓았던 애창곡의 제목이 하얗게 지워져 대충 아무 노래나 부르다 나온 적이 한두 번이 아니고, 문서작성을 해 놓고 복사를 하려고 전체 선택을 한 뒤 한 순간 Enter Key를 쳐버려 머리를 쥐어뜯은 게 수 차례인데도 여전히 그 짓을 계속하는 것을 보면 옛날의 총기 어린 모습은커녕 이미 한 물 가버린 퇴물의 더미로 들어선 느낌이다.
오늘도 출근을 하고 보니 근무복을 가져오질 못했다. 연일 계속되는 폭염 탓에 매일 갈아입어도 시원하지 않을 판이라 누차 아내에게 부탁했는데도 이틀 연속 깜빡한 아내가 밉쌀스러워 전화를 걸어 짜증을 내고 말았다. 그동안 생활 이야기를 써오며 아내를 사랑하느니, 평생 위하며 살겠다느니 주절대고는 별 것 아닌 일에 타박을 하는 내가 밉다. 아내가 못 챙겼으면 나라도 잊지 말아야 하는데, 기억과 감정의 사이에 때가 낀 모양이다.
대체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지 정말 한심스럽다. 왜 기억들을 자꾸 잃어버릴까? 아예 기억하고 싶은 일만 기억해서 따로 저장해 놓고 , 잊고 싶은 일에 대한 기억은 지워버리는 물건을 슈퍼나 편의점에서 팔았으면 하는 어린아이 같은 바람까지 든다.
그래도 초등학교 시절에 외워 놓은 서해의 특산물 "오 [오징어], 명[명태], 꽁[꽁치], 대[대구], 새[새우], 고[고래], 청[청어]과 , 68년 12월 5일 반포한 "우리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로 시작하는 국민교육헌장 전문, 그리고 고려시대 왕의 묘호인 태, 혜, 정, 광, 경, 성, 목, 현, 덕.. 등등이 줄줄이 기억나는 것을 보면 아직도 조금은 쓸모 있을 거라는 기분이 들어 자기 위안은 된다.
딱 한 가지! 우리 두 사람이 잊지 않고 사는 것이 있어 다행스러운 게 있다. 상대가 아무리 싫은 말을 해도 하루만 지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척 연기를 하는 것인데 언제부터인가 자연스럽고 의뭉스럽게 이뤄지고 있는 이 밀약만은 잊지 않고 부부간에 평생 지켜야 할 소중한 둘만의 처신으로 일고 있는 것이다.
하기사 다른 기억들이야 모두 다 잃어버리면 어떠랴! 이 기억만 잃지 않는다면 우리 부부는 죽는 날까지 해로할 텐데. 참! 잊기 전에 한마디!
" 여보! 오늘 짜증 내서 미안 해! "
"그리고 사랑합니다....."
2010 - 8 - 4
다섯 살 난 아들이 유치원을 다녀와서 물었다.
" 아빠! 기억이 뭐야?" "예전에 아빠랑 강가에 놀러 가서 공놀이하던 것 생각나지?"
"응! 그때 초록색 공 빠뜨렸잖아."
"그렇게 예전에 있던 일을 생각해 내는 걸 기억난다고 하는 거야."
"응! 그럼, 니은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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