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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닭과 돼지 본문

가족이야기

닭과 돼지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9. 22:26

닭과 돼지

영화를 보거나 책을 보거나, 가슴 뭉클한 사랑 이야기들을 보면 나도 저 이야기의 반만큼이라도 아내에게 해 봐야지 생각하고 다짐을 하지만, 일상 속에서 살아가며 아내에게 조금이라도 서운한 일이 생기면 언제 그런 맘을 먹었을까 다투곤 한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나고 마음이 슬며시 가라앉은 뒤에는

" 아~ 조금만 참지! "
" 아~ 나란 사람은 왜 이렇게 바보 같을까? "
" 좋은 마음을 먹었으면 실천을 해야 할 텐데~ "

이런 후회와 함께 슬금슬금 아내의 눈치를 보며 멋쩍은 웃음을 보이게 된다 그 웃음에 화답하듯 씨~익 웃어주는 아내가 있어 두리뭉실 넘어가는 우리만의 화해가 반복된다. 하지만 삶이라는 게 한 사람만 일방적으로 잘못하는 게 아니거늘, 가만 살펴보니 아내도 간혹 잘못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데 이때의 아내는 나처럼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내가 감지할 수 있도록 아주 조그만 사과의 행동을 슬쩍 비친다. 부부라서 평시의 행동과 사과의 행동을 구별할 수 있는 줄 알았더니 글쎄 그게 나만 구별하는 게 아니었다

요즘 아내가 바빠하는 게 안쓰러워 서툰 솜씨로 밥도 차려 먹고, 설거지와 청소도 도와주곤 하는데, 그를 핑계 삼아 쉬는 이틀여를 아예 빈둥거리며 손을 놓은 날이 있었다. 도가 지나침을 참지 못하고 그 예 한 말을 하고서 애들 방에서 화를 삭이고 있는데 어느 순간 책상 위에 김밥 한 줄 넌지시 밀어 놓고 나간다. 이미 큰 아들 녀석은 지 에미의 행동에 비친 의미를 눈치채고 키득키득 웃어대니 아내나 나나 모양 빠지는 태를 자식에게 보여준 꼴이 되었다.

 

닭과 돼지가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닭이 돼지에게 “너 나랑 식당 같이 해볼래?”라고 물었다. 돼지는 잠깐 생각하더니 “그래, 좋겠다. 그런데 식당 이름은 뭐라고 할 거니?”하고 물었다. 닭이 “당연히 햄과 달걀로 해야지!”라고 대답했다. 순간 돼지가 멈춰 잠시 생각해보더니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너랑 같이 식당 못하겠다. 난 희생해야 하는데 너는 단지 관여만 하잖아?”

Scrum의 Cartoon '닭과 돼지'


이는 비단 프로젝트 팀만의 이야기만이 아닌, 어느 조직에서나 일어나는 일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의사결정권은 대체로 닭에게 주어지는 현 조직사회에서 다수 돼지들은 때론 'No, Thanks'를 말할 수 있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할 듯싶습니다. 돼지들 힘냅시다.! 그런데, 돼지가 언젠가는 닭으로 변신도 하겠죠? ^^*   아름 프로'의 jazz.pe.kr에서

* 누가 돼지를 미련한 동물이라고 했던가. 돼지는 단지 게으를 뿐이지, 머리는 잘 굴리는 영리한 짐승이다.

 

김밥으로 사과를 받고 흐느적 기분이 풀어져 아내와 나의 십이간지에 대한 해설을 알아보다 우리 부부의 얘기를 대변해 주는 위의 카툰을 보게 되었다. 아내와 나는 " 닭과 돼지 " 그대로이다. 아내는 돼지띠! 나는 닭띠이며 ,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나의 주장에 아내는 순종과 희생을 보여주며 살아왔었다. 하지만 그렇게 살아온 것이 우리 가정에 활력을 주지도 못했으며, 그저 등따스하고 배부른 현실에 안주하며 살아오다 보니, 삶에 대한 의미와 보람조차 못 느끼며 하루하루를 보내는 무미건조함의 일상을 살아왔고 그게 인생의 모범 답안인 줄 알았다.

아내에게 다시 감사와 고마움과 연애시절의 따뜻한 애정을 느끼게 된 것은 부도와 보증으로 집안 경제를 말아먹고, 병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난 뒤 집안 경제권을 통째로 아내에게 넘기면서부터이다. 아내는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주며, 새로운 우리 가정의 보스로 거듭 태어났다. 나 역시 아내의 보스적인 기질에 동화되며, 심신의 평화를 얻으면서 새로운 삶의 방식에 적응되어 가면서 삶의 새로운 아름다운 부분을 발견하며 지금까지 살아오고 있음에 만족한다.

앞부분처럼 우리 부부는 사소한 것으로 말씨름을 할 뿐 큰 다툼의 소지는 없다. 돼지가 닭으로 변신을 하였음을 확실하게 인정하였을 뿐 아니라 그로 인한 믿음으로 가정을 이끌어 나가다 보니 아이들도 슬기로운 방향을 선택할 줄 알며 어미의 쾌활함과 넉넉함에 만족해하며 지내고 있어 , 가족간에 모 날일이 없음이리라, 다만 나의 완고함이 그 둥글함에 주름을 주고 사소한 분란을 일으키며 생활에 긴장감을 주기도 하니 그도 괜찮은 하나의 재미라 생각한다

지금의 우리 가족은 그런 적당한 긴장감이 주는 웃음과 소소한 행복으로 아주 만족한 생활을 누리고 있다. 비록 예전의 풍족함은 없을지라도 모자란 집안 경제에서 절제와 참을성을 배우고, 아내와 작은 아들의 호탕하고 경쾌한 웃음소리가 담을 넘는 매일매일을 지내고자 한다.. 그게 앞으로 우리 가족의 살아가는 방식이 될 것이다..

2010 - 4 -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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