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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처남의 결혼에 대하여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8. 19:31

처남의 결혼에 대하여

그간 살아오며 다문화라는 화두에 대하여 특별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외국인 인구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거나 15 만여 명의 다문화가정 이주여성들이 한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중 약 3분의 2는 외국인 신분이고 3분의 1은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는 사실에도 그냥 흘려보고 말았다. 그러나 관심만 안 두었을 뿐이지 나 역시 다문화라는 울타리 안에 이미 들어와 있었고 마음으로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지. 이미 현실의 흐름은 다문화를 이해하며 인정하고 살아야 한다고 강요를 하고 있던 것이다.

序⾔이 무겁다. 얼마 전 큰처남이 필리핀으로 날아가 현지 여성과 혼인을 하였다. 나이는 들어가고 한국 여성과의 인연이 없었던 탓이겠지만,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다. 이제 외국 여성을 인생의 반려자로 선택한 처남과 그 와 맺음을 동의한 반려자의 용기에 진심으로 축하를 보낸다.

더불어 혼인이라는 의식은 모든 사람들이 축복을 하고 그 축복을 즐겁게 받아야 마땅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이 앞으로 이 한국 사회에서 살며 부딪칠 수밖에 없는 문화와 언어의 충돌 등 이질적인 상황을 풀어 나가야 할 현실적인 면에 대하여 한 번 생각해 보았다.

가장 힘들 수밖에 없는 문제가 언어의 불소통이라 할 수 있다. 가정과 사회의 구성원으로 함께 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대화의 불소통은 이 두 사람에게도, 함께 생활을 해야 하는 부모님들과 친지들에게도 큰 문제로 대두될 수밖에 없다. 부모님들과 신부와의 관계는 두 분의 품성으로 보아 충분하게 서로 눈치로서 적당히 타협하며 생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나, 그보다는 결혼한 당사자가 가장 큰 문제라 할 수 있다. 부부간에 말이 안 통함이 가장 먼저의 큰 일이고, 그로 인하여 파생되어 갈 수밖에 없는 사소한 오해들의 누적이, 문제의 소지를 일으킬 우려가 있음이다. 빠른 기간 내 서로의 의사가 가능하도록 함께 노력하여야 할 부분이다.

또 하나는 필리핀의 역사적 관점에서 볼 수 있는 사회적 정서를 들 수 있다. 필리핀은 오랫동안 스페인과 미국의 지배를 받은 영향으로 , 수직적 사고의 대인관계를 가진 우리와는 달리 수평적 대인관계를 갖고 있다. 그래서 수평적 사고를 당연시할 수밖에 없는 신부와, 딸 부잣집의 맏아들로서 남자로서의 지존함을 마음껏 구가하고 느끼며 살던 동생과의 마찰이 있을 수 있겠다. 습관은 무서운 것이라서 지금까지 살아오며 알게 모르게 축적된 습관을 의식적으로 고치기가 매우 힘들다. 동일한 문화와 언어를 갖고 죽기 살기로 사랑하던 사람들도 양쪽 집안의 풍습이 틀려 헤어지기도 하는데, 서로 전혀 다른 문화권에서 살던 말도 안 통하는 두 부부가 자신들의 살던 방식을 서로 이해하며 고치려고 열 배 스무 배의 부단한 노력을 해 나가야지, 자칫 주장의 불균형이 도래되다 보면 오랫동안 아주 힘들게 가정을 꾸려 나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사회적인 문제는 대다수 국민들의 외국인에 대한 이중적 잣대를 들 수 있다, 우리 국민들은 겉으로는 외국인들에 대한 포용적인 대범함을 표방하지만 그것은 백인들에 한정되어 있지, 흑인들이나 아시아계 사람들에 대하여는 우월적인 관념들이 알게 모르게 만연되어 있음이다. 이를 헤쳐나가는 것은 신부 당사자의 커다란 몫이다. 살림을 하다 보면 가정과 남편의 보호 없이도 홀로 집 밖의 생활도 해야 할 신부가 이 사회에서 겪어야 할 커다란 난관 중의 하나이다. 그밖에도 신부가 겪을 어려움은 아주 많다. 가정에서의 소소한 갈등과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 그리고 이질적인 문화에 대한 적응과 인종적 차별을 겪으며 홀로 느낄 외로움! 그로 인한 자신감 상실로 고향의 가족과 살던 환경을 그리는 향수에 젖을 마음을 제 스스로 추슬러야 할 일들이다.

그와 함께 신부의 어려움을 함께 느끼며 고통을 받을 수 있을 처남도 역시 아주 많은 고난의 길을 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스스로 가정을 꾸며 가기로 성혼선언을 한 시점부터 두 사람의 운명의 수레바퀴는 돌기 시작했고 , 함께 어려움을 헤쳐 나갈 마음가짐도 단단히 무장했으니 이 모든 숙제들을 하나하나 풀어가며 아름다운 인생을 꾸며 나갈 수 있도록 가족들과 주변 사람들이 생각의 벽을 허물고 예쁜 신부와 함께하는 세상을 맞이해야겠다.

그러기 위해서 하루빨리 신부가 우리의 문화와 언어에 대해 적응할 수 있는 교육도 필요하고, 집안의 풍습과 가족과의 빠른 융화 방법 등을 알려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선 온 가족이 합심하여 낯 선 타국에서 애쓸 신부와 사회의 편견에 맞서 나갈 동생 부부에게 따뜻한 정을 아낌없이 베풀어, 가족이란! 따뜻한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사랑의 뿌리이며 , 푸근한 사랑의 품 안에서 자라고 , 끝없이 사랑하는 사랑의 완결임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 가족들은 처남의 낯 선 혼인을 기회로 진심 어린 사랑의 가족으로 거듭 나아가야 한다. 다시 한번 처남 부부의 혼인을 진심으로 축복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두 사람의 예쁘고 사랑스러울 2세의 탄생을 기대해 봐야겠다.

2009.07.0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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