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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연포 가는 길 본문

가족이야기

연포 가는 길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7. 14:23

 

 

 

연포 가는 길

정말 따가운 복더위의 햇살입니다. 그 햇살 속에 행복과 즐거운 웃음을 담아 우리 가족들은 연포를 향해 떠났습니다. 안산의 지현네가 제일 먼저 출발했다고 연락이 오고 성은네가 어른들을 모시고 떠났다고 합니다. 석민네가 조금 늦게 떠나고, 병재네는 병원일을 마저 끝내고 조금 늦게 연포로 직접 온답니다.

하늘에 떠 다니는 새털구름, 뭉게구름, 비늘구름들이 파란 하늘을 캔버스 삼아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 위에 한 껏 흥에 겨운 "아웃사이더"의 속사포 같은 랩송과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아부다 카다부라"의 노래들을 흩뿌리며 연포로 가는 길의 흥을 더해 줍니다."아부다 카다부라"는 만화영화의 램프의 요정을 부르는 마법의 주문이라는데 뜻이 "원하는 대로 되리라" 네요. 우리들은 즐거운 여름날의 휴가를 위해 다 같이 주문을 외쳐 봅니다....

" 아부다 카다부라 ~~~~~~~"

"서해대교" 중간에 위치한 " 행담휴게소"에는 피서를 떠나는 차량과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 복더위를 피하고 휴가를 즐기러 정말 많은 사람들이 떠나는 모습을 직접 보게 되는군요.. 삶에 휴식은 필요하니까요.. 피곤함도 일도 잠깐 잊고 저렇듯 목적지에 대한 기대에 찬 모습들이 보기 좋습니다. 휴게소에서 일행들이 모두 모여 연포로 떠납니다. 성은네가 선두로 석민네와 지현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태안반도를 향해 잘도 달립니다. 이번 여행은 성은네가 모든 준비하느라 애 많이 썼습니다. 펜션 예약부터 음식 준비까지 꼼꼼히 잘 챙겨 준 덕분에 모든 가족들이 편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부담 없이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성은아빠 엄마에게 우리 가족이 다 함께 고마움을 전합니다.

이윽고 "연포해수욕장"의 푯말이 보입니다. 두 시간여의 짧지 않은 우리들의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해수욕장을 조금 벗어난 곳에 예약된 " 연포 바다마을 하얀 집 "이라는 펜션 건물은 지은 지 얼마 되어 보이지 않는 산뜻한 목조건물입니다. 도착하기 무섭게 엄마들만 남기고 모두 바닷가로 달려갑니다.

"솔섬"이라고 불리는 무인도가 바다 한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아 묵묵히 이정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해수욕장에는 파도가 적당히 밀려오며 아이들의 재미를 더해 줍니다. 튜브와 보트놀이들을 하느라 신나게 노는 아이들의 입이 웃음으로 다물어지지 않습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로 모처럼 바닷물에 몸을 적시며 시원함을 즐겨 봅니다. 다만 성은이만 그늘막에서 아쉬운 눈길로 바다를 바라봅니다. 한 가지 생각 못한 부분입니다.

수창이는 로리타가 온 이후로 요모조모 변화가 많습니다.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우리 가족들은 모두 다 느끼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고 잘된 일입니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수철이가 짝 없이 혼자 참석한 부분입니다. 장인어른의 생신과 함께 엮은 가족여행이었기에 결혼 이후 처음 갖는 가족들의 모임에 한 사람이 빠져 아쉬움을 가슴속에 새깁니다. 정말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지 모두에게 떠 맡겨진 어려운 과제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당사자의 마음속이야 얼마나 답답할까요! 가족들의 중지를 모아 사랑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입니다.

즐거운 놀이 중에 그만 석민이와 경민이가 파도에 안경을 빠뜨렸습니다. 순식간의 일이라 당사자들도 무척 당황한 듯합니다. 놀이들을 멈추고 바닷속에 빠진 안경들을 찾느라 부산합니다. 그러나 이미 어디론가 파묻혀 버린 안경을 어떻게 찾을까요.. 결국 집으로 돌아와 새 안경들을 맞추었습니다. 장모님은 그 와중에 얼마나 떠내려가나 시험을 하신다고 일부러 바닷물에 안경을 떨어뜨려 잃어버린 애들과 같은 천진난만함으로 딸들의 원망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운좋게 그 안경은 석민이 발에 닿아 되찾을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지현이가 해파리에 발을 쏘였습니다. 민재도 쏘이고 나도 쏘였습니다. 엄청 따끔거립니다. 어른인 나도 불에 덴 듯 따가운데 애들의 여린 살은 그 따가움이 더 했을 겁니다. 그래도 노느라 그 따가움을 견디는 걸 보면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복코는 물에 들어간 이후 튜브를 꼭 껴안고 어색한 썬-캡을 쓴 채 아예 나올 생각을 안 합니다. 애들과 더불어 제일 오래 바닷물의 즐거움을 몸으로 느꼈을 겁니다. 하지만 복코는 썬-캡 덕분에 얼굴은 타지 않았을지 몰라도 사진에 찍힌 모습은 보기 안 좋은 게 흠이라면 흠입니다.

경민이는 엄청 커진 등치 값을 하느라 가족 모두를 물속에 뒹굴리기 하네요.. 석민이와 석현이와 힘을 합쳐 할아버지도 아빠도 형도 엄마와 나중에 온 이모들까지 물에 빠뜨리느라 진이 빠져 숨을 헐떡이는 모습이 무척 재미있습니다. 나도 당하면서 서해의 엄청스레 짠물 맛을 보았습니다. 정말 짭니다

한참 물속에서 놀고 있는 중에 병재네가 도착했습니다. 저녁 준비를 하던 지현 엄마와 성은 엄마까지 함께 도착해서 이제는 식구들이 다 함께 즐기는 일만 남았습니다. 로리타는 물을 무서워하는 듯하더니 멋진 수영 솜씨를 보여주었습니다. 병재 엄마와 한참 동안 해변가에 앉아 얘기를 하던데 무슨 얘기가 그렇게 길었을까요??

장인께서는 가족 모두의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흐뭇한지 연실 벙싯벙싯합니다. 지현이와 지현 엄마를 찍은 사진이 제일 잘 나왔습니다. 순간적인 장면 포착이 좋았습니다. 장모님은 로리타를 물속으로 이끌며 따뜻한 호씨네 가족들의 마음을 보여 주셨습니다. 참 즐거운 마음을 시원스레 표현하시는 멋진 분입니다. 병재 아빠와 수철이는 물에도 안 들어가고 바닷가를 어슬렁거리며 사진 찍기에 여념 없습니다. 성은 아빠와 성은이의 배드민턴 치는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부녀간의 사랑이 폴폴 풍겨 나네요. 수창이와 로리타가 함께 하는 모습과 모처럼 아버님과 어머님의 다정스러운 포즈로 사진 찍는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나중에 모두 빙 둘러서서 원반 던지기를 하며 즐겁게 놀더군요. 그러면 되었지요. 쉬는 사람은 쉬고 노는 사람은 놀고. 그렇게 그렇게 휴식을 취하는 거지요...

저녁 무렵! 물이 서서히 빠져나가며 파도소리도 잦아듭니다. 온 세상을 달구던 뜨거운 해도 뉘엿뉘엿 해변가의 조그만 동산 너머로 머리를 감추며 빨간빛만 남기고 사라져 갑니다. 어스름한 저녁을 알리며,  배고플 테니 밥들 먹으라는 작은처제의 목소리가 반갑습니다. 숙소로 돌아오니 작은 소동이 있습니다. 텔레비전도 안 나오고 냉장고도 잘 안되고 에어컨도 용량이 적어 땀이 흐를 지경이며 수건도 없느니 하며 펜션시설에 대해 불평들이 있었으나 병재 엄마의 탁월한 중재로 일단락되었습니다.

사실 관광지의 업소들은 성심성의껏 손님맞이 준비를 해서 1년에 한 번 지내는 다른 사람들의 휴가를 즐겁게 보내도록 해 주고 자신들도 그 대가로 풍족하게 돈을 벌어 떳떳하게 생활을 해야 마땅한 일이거늘 어찌 우리네 사람들의 심성은 돈 만 받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단세포적인 사람들이 이곳저곳 널려 있어 착하고 성실한 평범한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찜찜한 가운데 성은네가 준비해온 맛있는 고기로 바비큐를 해 먹으며 배를 채우고 반주 한잔씩 하며 식사를 마쳤습니다. 이이들의 흥까지 어른들이 깰 명분은 없으니까요, 잠시 후에는 장인의 생신 축하연으로 분위기를 띄우고 모처럼 화투놀이와 술 한잔 더하며 연포에서 맞이한 밤을 보냈습니다. 코를 고는 나는 성은 아빠 차에서 혼자 편안히 잘 잤습니다.

다음날!
성은 아빠와 병재 아빠 그리고 수창이와 경민이, 민재는 연포해수욕장 끄트머리 조그만 포구에서 낚시를 하러 갔습니다. 새벽부터 포구의 바닷물에 내리쬐는 햇살이 따갑습니다. 노는 것도 힘이 드는지 경민이는 연신 꾸벅댑니다. 성은 아빠는 떡하니 낚싯대를 세대나 준비해 오는 열성을 보여 주었습니다만 다들 초짜라 바늘에 미끼 다는 것도 힘들어합니다. 방파제 아래로 손가락만 한 노래미 새끼들이 무리 져 놀고 있는 녀석들을 노리고 낚싯대를 드리워 두어 마리씩 건져 올립니다. 옆의 꾼들을 보니 조황이 안 좋습니다. 저 멀리 갯바위 위에 보이는 조사들도 금세 떠날 차비를 하는 것을 보니 영 날을 잘 못 잡은 것 같습니다.

우리도 금방 낚싯대를 걷어 숙소로 돌아와 라면 한 그릇씩 먹고 숙소를 떠났습니다. 인근에 안흥항에서 유람선을 탈 요량으로 가보았으나 워낙 뜨거운 날씨와 인천에도 있는 유람선을 무엇하러 타느냐는 의견들이 우세해 결국 점심 한 그릇씩 먹고 그냥 떠나기로 했습니다.

아! 정말 더운 날씨입니다. 아스팔트가 지글지글 녹아 흐릅니다. 차 밖에만 나서면 한증막과 같은 열기가 훅하니 숨을 다그칩니다. 와중에 성은네 차가 에어컨이 고장 나 잠시 점심 먹은 식당에서 머무르며 아이들에게 얼음과자 하나씩 입에 물려주었습니다.

원래의 일정은 끝났으나 아직도 쏟아지는 더운 햇살을 견디기 힘들어하는 어른들과 조금이라도 더 놀기를 원하는 아이들의 염원을 수용하고자 근처의 여행지를 한 곳 더 방문하자고 뜻이 모아졌습니다. 서산에 있는 "피나클 랜드"로 갈 곳을 정한 일행들의 차바퀴에서 흥얼거리는 노랫소리가 울려 나옵니다. 오후 5시경에 도착한 "피나클 랜드"는 입구의 메타세쿼이아 로드의 시원함을 시작으로 수목원, 암석원, 서클 가든, 수국길, 잔디광장 등 19군데의 정원과 시설들이 10년 동안 아름답게 조성된 곳입니다. 5시부터는 반 값에 입장할 수 있다 하여 많은 혜택을 보며 입장하였습니다. 여름철에는 분수정원이 아이들 수영장으로 변신해 물놀이를 할 수 있어 그 즐거움이 더 합니다.

옛날 시골 동구밖에 서 있음직한 커다란 미루나무 꼭대기에 정말 매미가 시원하게 울고 있습니다. 수국도 연꽃도 장미도 각각의 정원에는 수많은 꽃나무들과 화초들이 지천으로 말 그대로 꽃단장하며 널려 있습니다. 아직까지 여름의 뜨거움은 계속되고 어른들은 시원한 그늘에 앉아 이틀간의 즐거운 여정에 대해 서로 웃어가며 담소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즐겁게 물놀이하는 모습도 보면서, 그렇게 올해의 가족여행의 즐거움이 또 하나의 추억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2009.08.12 1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