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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과니의 삶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나 본문

가족이야기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나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7. 11:48

여동생과 남동생 그리고 나

주위를 돌아보면 동생들을 위해 애틋한 사랑과 희생을 내 보이는 분들이 있다. 부모가 자식들에게 베푸는 정과는 또 다른 혈육의 정이라는 것은, 보여주기 위함도 아니요, 함께 살아가며 가족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자연스레 녹아든 사랑임을 알 수 있다.

우애가 깊고 깔깔거리는 웃음이 자연스러운 형제들..., 부모 몰래 감추어 둔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친구와 같은 형제나 오누이를 보며 근간에 깔려있는 내리사랑이 그 가족들만이 가질 수 있는 행복을 느끼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 집안에도 내리사랑이 무엇인가를 평생 실천으로 가르쳐 주시는 큰 외삼촌이 계시다. 지금까지 보아 온 어머니를 향한 큰 외삼촌의 사랑은 그대로 " 아낌없이 주는 나무 " 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려운 집에 시집을 보낸 걱정된 마음이라 하기에는 그 베풀어지는 사랑의 크기가 너무도 커서. 평생을 한결같이 여동생을 보듬어 주는 마음 씀씀이를 짧은 글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가 없다. 일흔이 훌쩍 넘은 어머니께서 낼모레면 팔순잔치를 치루어야 할 외삼촌의 전화를 받을라치면 그냥 어린 시절로 돌아가게 되는지, 평소에 들을 수 없는 응석을 부리는듯한 간드러진 목소리로 곁에 있는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하나의 예로 대신한다.

어제 오랜 친구와 술 한 잔 하던 중 동생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던 친구는 스스럼없이 즐겁게 집안 얘기를 나누고는 통화를 마친다. 그 동생은 자기 형을 아버지처럼 어려워하면서도, 평상시에는 막역지우처럼 대하는 친근감을 느끼게 하였다. 두 형제의 흐뭇한 관계를 지켜보다 문득 나는 동생들에게 어떤 오빠와 형으로 자리매김되었을까를 자문해 보며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니 아쉽게도 무엇하나 동생들에게 제대로 해 준 적이 없음을 깨달았다.

고모와 삼촌으로서 내 아이들에게 베풀어준 사랑에 비하면, 외삼촌으로 큰 아비로서 조카들에게 베푼 사랑의 자락을 손으로 꼽지도 못하는 초라함만이 가슴을 울린다. 그 애들과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그 흔한 여행 한 번 함께 가본 적 없는 무심함은 차치하고서라도 아무리 사진첩을 훑어봐도 평생 동기간에 찍은 사진 한 장 없는 작금의 이 현실을 어이할까!! 10년이 넘는 나이차라도 그렇지, 수없이 많은 날 들 중에 형제간에 단 둘이 술 한잔 하며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해 본 적 없음도 형 된 입장에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이제라도 자각하고 함께 할 시간이 있음은 다행이지만 그간의 덕이 없음이 걸린다. 게다가 대학을 다니던 동생들에게 제대로 된 도움도 못 준 옛날을 기억하면 지금도 가슴이 먹먹하다. 여름 방학 동안 뜨거운 태양 아래 막노동판에서 지게를 지며 어깨를 짓물러도 힘든 내색조차 않던 남동생과, 연중 커피숖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동생의 뒷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하던 나의 가슴앓이가 새삼스럽다. 그나마 이젠 추억이 되고, 두 아이 다 보란 듯이 자리를 잡고 중년의 여유를 누리고 있으니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내 부덕함을 비벼 날리고픈 마음에 동생들의 순수한 어린 시절 단면들을 그려본다. 국민학교 시절! 다 먹고 싶은 욕구를 참고 남겨온 급식 빵을 조그만 입에 넣고 오물거리며 행복해하던 여동생의 앙증맞은 얼굴과, 자전거를 태워주다 떨어뜨려 이마에 커다란 혹이 솟아오르고 있는 남동생을 보며 엄마에게 혼 날까 새파랗게 질려있는 내 모습이 재미있다.

돌사진에서 보는 남자애의 머리를 한 여동생의 깜찍스러운 얼굴과 그 또랑또랑한 눈망울, 좁은 골목길에서 이동식 사진관의 장난감 차에 앉아 사진을 찍고 있는 계면쩍은 모습과, 바닥에 대리석이 깔려있던 조그만 마당에서 공기놀이를 하는 깡충 단발머리의 귀여움...

비 오는 날! 건넌방 문턱에서 졸려 죽겠다는 표정으로 수채를 향해 커다란 포물선의 오줌을 갈기는 네 살배기 남동생의 조그만 고추를 바라보던 나의 눈길에서 어린 시절이 반추된다. 그려보는 장면들에서 함께 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나이 터울이 있어 함께 놀지는 못한 채 돌 봐주어야 하는 대상으로서의 동생들의 모습들이다.

그래도 세상살이를 생각할 줄 모르던 그때의 순수함이 그립다. 가족이란, 세상에서 가장 진한 피를 나눈 사람들이 모여 끝없는 희생과 사랑을 주고받는 사랑의 완결이라 나 스스로 정의하지 않았던가!. 긴 세월을 지내오면서도, 마음속의 끈끈한 정을 밖으로 표현 못하는 무덤덤이 우리 형제들이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다툼 없이 알아서 집안을 챙겨주는 그 마음들이 고마울 뿐이다. 못난 오빠이자 형을 이해하고 도와주는 내 동생들과, 지금까지 살아온 것보다는 조금 더 사랑의 표현도 해 가면서 앞으로도 계속 형제간에 우애를 다지며 어머니에게 마음을 다 해 섬기길 기대한다.

2009. 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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