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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야기

작은 아들의 아르바이트

김현관- 그루터기 2022. 11. 26. 23:06

작은 아들의 아르바이트

" 아버지,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힘차게 대문을 박차고 나가는 경민이의 모습이 활기차다. 그런 작은 아들을 보는 마음이 짠하다. 집안 형편 때문에 아예 야간대학을 지원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러 새벽부터 눈 비벼가며 일어나 일 나가는 모양새가 안타까와서이다. 자식이 학비 걱정 없이 공부에만 전념하게 하고 싶은 맘이야 모든 부모의 공통된 마음 이겠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는지라 더욱 그렇다.

설상가상으로 알량한 봉급마저 줄어 아내의 근심이 더욱 깊어가니 그 또한 내 맘을 저리게 한다. 내 나이면 무엇으로든지 충분히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진대 어찌어찌 나이만 먹고 사람들에게 이로운 도움을 주기는커녕 도움을 받아야 할 지경까지 이르게 만든 심각한 자기반성이 앞선다. 그렇다고 부모 된 도리로 수수방관할 수는 없고, 물질적으로야 풍요로움을 주지는 못하겠지만 지금까지 살아오며 느낀 세상살이의 한 자락이라도 일러 줄 요량이다.

사랑하는 내 아들 경민아!
너의 지금의 애씀을 결코 학비 벌이로만 생각하지 말고, 앞으로 살아갈 인생살이의 한 경험이라 여기며, 일의 소중함을 배웠으면 싶다. "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 " 는 옛 말이 진부해도 그 뜻만큼은 변함이 없으니 기왕이면 다양한 일자리로 많은 경험을 얻어 장차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소중한 자양분이 되기를 바라본다.

안데스 산맥에 추락한 비행기에서 살아남은 파라과이의 럭비 팀원 중 한 명인 " 난도 파라다 "는 " 살아 있는 너의 존재를 사랑하고 단 한순간도 허비하지 말고 , 매 순간을 충실하게 살라고 했다. 인생은 즐거움만 있는 게 아니다. 온갖 어려움과, 실패와 좌절도 겪으며, 단단한 하나의 인생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인생이라는 그 오랜 여정 중에서 어려움을 참고 이겨 낼 수 있게 하는 버팀목이 사랑이며 희망이다. 지금 너에게 주어진 조그만 어려움이, 앞으로 네 삶에 하나의 발자국이 됨을 깨닫고, 비록 지금은 자신의 존재가 작고 어리다 해도, 늘 감사함과 작은 배려심을 잊지 않다 보면, 언젠가는 모든 이에게 사랑과 희망을 주는 소중한 사람으로 기억되리라 이 아빠는 믿고 소망한다.

이제 갓 스무 살! 어린 네가 사회생활을 하며 공부한다 는 것이 기특하고 대견하다만 당부해 주고픈 말이 있다. 하는 일이 아무리 단순한 일이라고 해도 마음속에 새겨 두어야 할 게 있다. 어떤 일이건, 주어진 일을 하는 동안에는 꼭 고용주와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을 하며 일을 하거라. 결코 시키니까 일을 한다 하는 생각으로 일을 하지 말기 바란다. 생각이 넓은 사람이, 그리고 이상이 높은 사람이 사회의 동량이 된다.

그리고 네가 학생의 신분이라는 것은 한 시라도 잊지 말기를 바란다. ⼤學校는 큰 학문을 배우는 곳이다. 주경야독하는 너의 입장이 힘드리라는 것은 누구라도 다 안다. 하지만 배우기 위해 일을 하는 것이니, 애쓰는 만큼 학문에 힘써야 하는 것이 당연함을 잊지 말거라. 배움과 비견될만한 아주 중요함이 하나 더 있으니,, 평생을 같이 할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 성인으로서의 판단으로 사귄 친구들은 더없이 소중한 네 삶의 동반자가 될 것이다.

네 젊음은 아름답다. 너의 이상도 순수하다. 열심히 일하는 모습은 고귀하다. 땀을 많이 흘리면 흘릴수록 불어오는 바람은 시원하다. 아파본 사람이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고, 많은 경험을 해 본 사람이, 어려운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으며, 더불어 살 줄 아는 사람이 많은 이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이 남을 소중하게 여길 줄 알고
희망과 웃음을 주며 사는 사람이 세상을 행복하게 할 줄 안다.

내 자랑스러운 아들 경민아! 우리 가족은 항상 구김 없이 호탕한 웃음으로 집안을 환하게 하는 경민이를 진심으로 사랑한다..

2009 년 3 월 17 일 황사와 안개가 온 도시를 자욱하게 덮은 날

p.s: 이 글을 경민이가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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